2400억 예산 쓰는 ‘두루누리 사업’
근로소득만 기준 삼아 제도 ‘구멍’
10억원 이상 자산가 1378명 포함
수혜자 중 기초수급자는 0.24%뿐
근로소득만 기준 삼아 제도 ‘구멍’
10억원 이상 자산가 1378명 포함
수혜자 중 기초수급자는 0.24%뿐
정부가 지난 2월부터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며 수천억의 예산을 들여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료를 지원하는 사업(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사업)을 벌였지만, 재산이 200억원이 넘는 부유층을 포함해 고액 자산가가 다수 혜택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과 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사업’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8월 말 현재까지 보험료 지원을 받은 총 48만5135명(지원액 544억2400만원) 가운데 3억원 이상 재산 보유자가 1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200억원 이상 자산가가 1명, 100억~200억원 2명, 50억~100억원 21명, 40억~50억원 22명이 포함돼 있다. 이들을 비롯해 재산이 10억원이 넘는 사람만 1378명에 이른다. 이번 분석에서 재산 규모는 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건물·토지·주택 정보만을 토대로 산정했을 뿐 금융재산은 제외돼 있어, 실제 고액 자산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사업의 원래 목적인 저소득층 지원은 미미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운데 국민연금 가입자는 지난 8월 말 기준 4만4088명이지만, 보험료 지원을 받은 이들은 이 가운데 2.7%인 1185명에 그쳤다. 전체 보험료 지원금 수령자 가운데 기초수급자는 0.24%에 불과했다.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지원사업에서 소외된 것이다. 기초수급자이지만 스스로 노후 대비를 해보겠다며 국민연금에 가입했다가 보험료를 내지 못해 연금수급 자격을 잃은 이들은 9월 말까지 모두 59만4352명이다.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이 실시된 올해에만 3만3097명이 자격을 잃었다.
문제는 사업의 지원 자격 기준에 고액 자산가들을 걸러낼 방법이 애초부터 없었다는 점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산정할 때 소득만을 기준으로 삼고, 재산은 고려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에도 재산 기준은 제외됐다.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소득만 기준을 충족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사업의 지원 대상은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월평균 보수가 35만~125만원인 근로자로, 소득에 따라 전체 보험료의 최대 50%까지 국가가 지원한다. 고액 자산가들은 건강보험 부정수급처럼 위장취업 등의 가능성이 큰데, 정부의 철저한 점검이 뒤따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용익 의원은 “예산이 2455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임에도 부실한 제도설계 탓에 저소득층에게 지원돼야 할 돈이 엉뚱한 곳으로 새 나가고 있었다”며 “재산이 많은 사람은 지원을 받을 수 없도록 제도를 전면 재설계해 근로빈곤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가 이렇게 많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며 “국민연금이 소득만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재산까지는 적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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