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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빈곤층 자살 늘어도 남아도는 긴급지원금…복지체계 구멍

등록 2012-11-29 20:07수정 2012-11-30 01:50

‘위기의 국민’ 우선 지원제도
매년 예산 제대로 집행 안돼
올해 의료비 지원 25% 줄어
“긴급복지 실효성을 높여야”
경제적 어려움에 내몰린 이들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정부의 부실한 빈곤정책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26일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70대 노모와 4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28일엔 대구 남구의 빌라 안방에서 어머니와 두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이들이 모두 생활고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기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는 139만6359명이다. 2004년 이래 최저치다. 숨진 채 발견된 인천 서구의 모녀는 극빈층이었지만 기초생활 수급을 받지 못했다. 수급 혜택을 받으려면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2인 가구 94만2197원)이고, 부양의무자(직계 1촌 혈족과 그 배우자)가 없어야 한다. 부양의무자가 있을 경우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받을 수 없다는 점을 낱낱이 증명해야 한다. 노모에게는 아들이 있었지만 사업에 실패해 실제 부양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숨진 딸은 벌이가 없었다. 복지부는 “(숨진 이들이) 수급 신청을 하진 않았지만, 설사 했더라도 아들 때문에 자격을 얻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처럼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데도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 자격을 얻지 못한 이들이 2010년 117만명에 이른다. 2006년 103만명에서 14만명이 늘었다. 인천의 노모는 뇌졸중에 골반까지 다쳐 거동이 어려웠지만 치료를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빈곤층 1만8000가구를 조사한 결과, 진료비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이들 비율이 72.6%에 이르렀다.

대구에서 숨진 모녀는 1년 동안 기초수급을 받아온 한부모 가족이었다. 어머니는 10년 전 남편과 별거한 뒤 양육비를 받지 못해 청소와 식당일 등을 닥치는 대로 하면서 두 아이를 키워왔지만 지난해 뇌종양 말기 판정을 받았다. 매달 받은 생계급여 97만원은 3인 가구 최저생계비 121만8873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갑자기 경제적 형편이 나빠진 이들에게 생계비, 주거비, 의료비 등을 지원하는 ‘긴급지원’ 제도가 있지만 기초수급과 중복 지원은 불가능하다.

인천 모녀의 경우 ‘긴급지원’ 대상이지만 이를 받지 못했다. 이웃이나 공무원이 ‘발굴’하거나 본인이 신청을 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인천 모녀는 지원을 신청하지 않았고 ‘발굴’되지도 않았다. 상당수 빈곤층은 이 제도 자체를 모르는 것으로 빈곤단체들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긴급지원 예산은 2006년 이후 해마다 남아돌고 있다. 복지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에도 긴급지원 예산 588억8600만원 중 133억4400만원이 남았다. 올해도 10월까지 집행액이 274억7900만원으로 전체 예산 588억8600만원의 46.7%에 머물렀다. 특히 의료비 긴급지원은 더 줄었다.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며, 올해 만성질환을 지원 대상에서 뺐기 때문이다. 지난해 의료비 긴급지원 건수는 10월 기준 2만7767건(331억1000만원)이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2만854건(237억800만원)에 머물러 24.6%가 줄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조직국장은 “매년 예산이 남아도는 긴급지원의 실효성을 높이고, 기초수급자를 실제 빈곤층 규모에 맞게 늘리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김일우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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