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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노원구, 우울증 치료·실업자 고용의뢰로 자살률 크게 낮춰

등록 2012-12-13 14:28수정 2012-12-13 15:16

노원구청이 주민을 대상으로 자살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노원구 제공
노원구청이 주민을 대상으로 자살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노원구 제공
한겨레 제1회 지역복지대상
기초부문 대상|서울 노원구 ‘자살예방 사업’

지난달 19일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 제1회 한겨레 지역복지 대상(기초부문) 수상을 위해 참석한 김성환(사진) 서울 노원구청장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그는 “노원의 날갯짓이 세상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노원구는 ‘생명존중문화 조성 및 자살 예방 사업’으로 대상을 차지했다. 김 구청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0월23일 노원구청 청장실에서 진행됐다. 김 구청장은 자살예방 사업과의 인연을 얘기하며 운을 뗐다.

김 구청장이 자살예방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참여정부 때까지로 올라간다. 그가 청와대 정책조정 비서관으로 근무할 때,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해 청와대 사람들은 증가하고 있는 자살률에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보건복지부 담당자에게 자살 예방대책을 만들어 보라고 지시를 해 보고서를 받았다.

“보고서의 요지는 광역 단위로 ‘자살 방지 응급센터’를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 한강대교 철제 아치 위에 올라가 자살을 하려고 하면 최단 시간 안에 출동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자살자의 생명을 구하겠다는 것이었지요. 저는 자살을 사회적 문제로 접근하지 않고, 개인적 문제로 접근하면 해결의 실마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복지부의 보고서를 차마 대통령께 보고드리지 못하고 그냥 덮어 버렸습니다.”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그가 덮었던 보고서를 다시 꺼내게 된 건 구청장 선거에 나섰던 2010년 지방선거 때였다. 당시는 ‘무상급식’으로 상징되는 복지 어젠다가 그동안 단골메뉴였던 개발 공약을 뒷전으로 밀어낸 첫 번째 선거였다. 그는 이와 같은 상징적 변화를 ‘삽질보다 사람이 우선입니다’라는 구호로 표현했다.

“2010년 취임하자마자 노원경찰서 이용표 서장한테서 ‘노원구에서만 연간 180명이 자살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2009년 서울시 25개구 통계를 보니, 노원구의 자살률이 29.3명이었어요. 반면 서초구는 15명으로 가장 낮았어요. 강남과 강북은 생활수준 격차가 크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격차도 2배에 이르는 것이 충격이었습니다.”

김 구청장은 목표를 정했다. 2017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까지 자살률을 낮추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자살예방 조례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구의회의 상임위원회는 이를 부결시켜 버렸다. 그는 “우리 구의 자살률은 이렇게 높습니다. 구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조례도 통과시켜 주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나요”라며 구의원을 설득해 나갔다. 결국 여당 소속 구의원들도 반대에 명분이 없어 조례를 통과시켜 주었다.

11월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린 ‘제1회 한겨레 지역복지 대상’ 시상식에서 김성환 노원구청장(왼쪽 둘째)이 양상우 한겨레신문사 사장(왼쪽)으로부터 대상을 받고 있다. 
 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11월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린 ‘제1회 한겨레 지역복지 대상’ 시상식에서 김성환 노원구청장(왼쪽 둘째)이 양상우 한겨레신문사 사장(왼쪽)으로부터 대상을 받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구체적인 실행은 다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자살 정보가 여러 곳에 분산돼 있었다. 그 정보를 통합해야만 했다. 일단 응급실이 있는 대형병원, 응급환자를 병원까지 데려다 주는 소방서, 자살 정보를 갖고 있는 경찰서와 당사자의 동의를 전제로 정보를 공유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통장들은 노원구에 사는 모든 홀몸노인을 대상으로 우울증 테스트를 실시했고, 실업자는 고용안정센터에 의뢰했고, 학생들은 교육청과 협의해 정신건강 상태를 살펴보도록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울증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주의군과 관심군으로 분류했다. 주의군은 노원정신보건센터에서 직접 책임 상담과 치료를 하도록 했다. 관심군으로 분류된 사람들은 노원의 개신교·불교·천주교 등 3대 종단에서 추천을 받은 ‘생명지킴이 자원봉사자’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해 상담하도록 했다.

그로부터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2011년 노원의 자살자는 128명으로, 2009년 180명에 견줘 50명 이상 줄어들었다. 노원구는 서울시 자살률 7위에서 21위로 내려왔다.

정혁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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