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밀집지역인 부산시 남구 문현동의 행복경로당과 희망경로당 모습.
한겨레 제1회 지역복지대상
최우수상|부산 남구 ‘단독주택 리모델링’
부산시 남구 문현동, 차를 타고 가파른 언덕길을 제법 오른다. 이윽고 차가 멈춘 좁은 골목, 웃음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소리의 진원지는 작은 단독주택이다. 대문 옆에 ‘행복경로당’이란 직사각형 간판이 걸려 있다. 안으로 들어서자 어르신 여남은 명이 왁자지껄하며 낯선 방문객을 맞는다. 행복경로당은 이 지역 노인들이 즐겨 찾는 쉼터다. 어르신 서른명이 등록돼 있는데, 보통 그 절반에 이르는 노인들이 이곳에 와서 수다를 떨거나,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일흔여섯의 나이지만 ‘어린 축’에 속한다는 이 경로당의 회장 할머니는 “3년 전만 해도 을씨년스러운 빈집이었다”고 말했다.
이 집이 이렇듯 온기가 흐르는 경로당으로 변신한 것은 부산 남구청의 깨알같은 복지사업 덕분이었다. 저소득층 밀집지역인 이곳에는 본디 경로당이 없었다. 노인들은 마을 골목 어귀에 있는 천막 아래서 옹기종기 모여 있거나, 비가 오거나 추운 날엔 어울릴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사정을 파악한 남구청은 이에 밤이면 불량청소년의 아지트가 되기도 한 이 빈집을 매입해 수리를 거쳐 아늑한 경로당으로 재탄생시켰다. “무분별한 재개발로 늘어난 빈집을 활용하는 것인데다, 무엇보다 기존 주택을 사서 리모델링함으로써 적은 비용으로 깨끗한 경로당을 마련할 수도 있는” ‘일석 삼조의 방안’이란 생각에서였다.
남구청의 아이디어는 주효했다. 경로당이 없는 곳엔 기존 주택을 매입해 경로당을 마련하고, 낡고 음침한 경로당은 깨끗하게 고쳤다. 때로는 동네에 남아 있는 자투리땅을 활용해 새롭게 짓기도 했다. 남구청은 2007년부터 이 사업으로 모두 18개 경로당을 신설했고, 120여개 경로당을 개보수했다. 이 모든 걸 다 하는 데 든 비용은 32억3천만원에 그쳤다. 최영자 남구청 주민복지과장은 “이 사업은 도심 속 빈집을 경로당으로 활용해, 적은 예산으로 어르신들의 욕구를 만족시켜 드렸으며, 동시에 곳곳에 버려진 빈집이 청소년들의 탈선장이나 흉악한 범죄 장소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함께 거두었다”고 자평했다. 이런 성과로 푸른솔 경로당의 경우에는 2011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국토해양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에도 ‘부산건축대전 베스트 5’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부산/글·사진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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