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로 끝자락에 자리잡은 ‘성대골 어린이도서관’은 정부나 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은, 순수 주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도서관이다. 신종 플루가 기승을 부렸던 2009년, 인근 어린이집들이 휴원하면서 아이를 둔 동네 엄마들이 모여 아이들을 위한 체험교실을 열었다가 아예 도서관을 짓게 됐다. 한 해 동안 지역 주민들이 십시일반 2000여만원을 모았다. 칠순잔치에 한복 입으라며 아들이 준 100만원을 선뜻 내놓은 어르신도 있었다. 뜻을 같이 한 출판사가 4000여권의 책을 기증했고, 2010년 10월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주민 200여명은 월 5000원에서 2만원의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이 됐다.
도서관 건립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김소영 성대골 어린이도서관 관장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도서관이 만들어진다는 확신도 없이 기부하는 모습을 보고 마을 사람 모두가 함께 도서관 건립을 꿈 꾸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어린이도서관으로 시작한 성대골은 이제 ‘협동조합의 거리’를 꿈꾸고 있다. 2010년 12월 문을 연 ‘사이시옷’이란 이름의 마을카페와 2011년 3월 문을 연 ‘성대골 별난목공소’란 이름의 마을 목공소가 시작이다. 마을카페는 동네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곳에 모여 동아리모임도 하고 만나서 수다도 떤다. 마을 목공소에선 마을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거나 교육을 한다. 목공강습, 청소년을 위한 가구만들기 교실이 열린다. 성대골은 이제 단체급식 협동조합, 청소년교육 협동조합을 준비 중이다. 상도4동의 철거민들은 주택협동조합을 만들어 대안정비사업을 고민한다. 성대골 마을 만들기를 주도한 지역단체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는 주민들의 이야기와 재능을 엮어 성대골에 모두 10개의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21일 오후 서울시는 시청별관 13층 대회의실에서 ‘2012년 우수마을사례발표회’를 연다. 동작구 성대골을 비롯해 우수마을공동체로 선정된 15개 마을의 사례를 소개하는 자리다. 지난 10월부터 25개구 마을공동체 사례를 두고 현장평가를 실시해 효자동 장애프로젝트, 필동 유어웨이 까페, 용산 생협, 정릉 마을까페, 강북 청소년 문화공동체, 금천 암탉우는 마을, 관악 옹기종기마을, 구로 예술대학 등 15개 사례를 선정했다. 모두 주민들의 지혜를 모아 문화·교육 활동을 만들어내고, 소외계층을 통합하는 등 지역문제를 해결한 사례들이다. 김낙준 서울시 마을공동체담당관은 “생활형 마을공동체의 우수 사례를 시 전역으로 전파·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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