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셋방 보일러실서…목맨듯
가족·집주인 “일 나간 줄 알았다”
가족·집주인 “일 나간 줄 알았다”
부산에서 홀로 세들어 살던 50대 일용직 건설노동자가 셋방에 딸린 보일러실에서 숨진 채로 6년 만에 발견됐다.
지난 16일 오후 1시45분께 부산 서구 장아무개(39)씨의 4층 건물 가운데 2층 보일러실에서 세입자 김아무개(55)씨가 숨져 있는 것을 장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장씨는 강추위로 파손된 수도관을 고치려고 건물을 둘러보다가 김씨의 주검을 발견했다. 보일러실 바닥에 누운 자세의 주검은 유골만 남은 상태였다.
경찰은 김씨가 스스로 목을 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이 없는데다 보일러실 안 2m 높이의 철골에 걸려 있는 전선에서 발견된 머리카락과 유골에서 나온 머리카락이 같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씨 방에 있던 달력이 2006년 11월에 멈춰져 있었고, 2007년 1월부터 배달된 전기·수도 등 각종 고지서와 독촉장이 쌓여 있었던 점으로 미뤄 김씨가 6년여 전인 2006년 11월께 숨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미혼인 김씨는 2002년 7월 2500만원을 주고 어머니와 함께 장씨의 집에 세를 들었다. 그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그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면서 혼자 살았다. 다른 지역에 사는 김씨의 누나는 “동생이 2005년 ‘생활비가 없으니 돈을 부쳐 달라’고 연락한 뒤 소식을 끊었다. 몇 차례 동생 집을 찾아갔으나 문이 잠겨 있어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동생이 다른 지방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10년째 세들어 살면서도 집주인과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집주인은 전세계약이 끝날 때마다 김씨 집을 찾아갔으나 연락이 되지 않자 전세계약을 자동으로 연장했다.
김씨의 주검에서 발생한 악취가 보일러실 통풍구를 통해 빠져나가 이웃 주민들이 김씨가 숨진 것을 몰랐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김씨 방에서 발견된 약봉지들을 바탕으로 김씨가 어떤 지병을 앓았는지 등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웃들이 단절된 채 살아가는 요즘 세태를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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