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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복지시설 거주 수급자 하루생활비 달랑 5천원

등록 2013-03-19 21:02수정 2013-03-20 08:40

식사·교통비 등 월16만원 지원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등
긴급대피 경우엔 더 어려움
필요경비 못내 입소 포기도
“학교에서 아이가 가지고 온 안내장을 보니 급식비를 한끼당 3500원 내야 하는데, 정부에서 아이한테 나오는 밥값은 한끼에 1500원밖에 안 돼요. 지난해보다 100원 올랐다는 게 학교 급식비의 절반도 안 되지요.”

서울지역의 한 성폭력 피해자 쉼터 소장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현재 이 시설에 머무는 중·고교생은 모두 3명이다. 정부에서 아이들의 수업료·등록금·교과서값·학용품비 등은 따로 지원하지만, 교통비·수학여행비·식대·의류비 등은 아이 1인당 한달에 16만원 정도 나오는 생계급여로 모두 해결해야 한다.

이 소장은 “추운 날 외투는 고사하고 티셔츠 하나 제대로 사 입히기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친족에게 성폭력을 당한 경우 급하게 피신하느라 여분의 옷도 없이 맨발로 도망쳐 나온 아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쉼터에서 지원할 수 있는 한달 의류비는 2만원도 채 안 되는 정도다.

각종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지원되는 생계급여가 턱없이 낮아 급여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성폭력·가정폭력을 피해 복지시설로 온 이들의 경우 생활비 지원이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2013년 기준으로 사회복지시설에 거주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의 생계급여는 시설 규모에 따라 1인당 월 15만3861원에서 16만3147원 사이다. 하루 생활비가 5300~5400원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한끼 밥값으로 배정된 금액은 고작 1500원으로 김밥 한줄 수준이고, 세끼 밥값을 빼면 하루 생활비가 800원밖에 남지 않아 서울시내 청소년 버스요금 1000원에도 못 미친다. 이들의 생계급여는 집에서 생활하는 일반 수급자의 44% 수준에 그친다. 전기료와 거주공간을 시설 쪽에서 부담한다는 게 이유다. 올해 최저생계비는 1인 가구 기준 57만2168원, 일반 수급자의 생계급여액은 1인 가구 기준 37만7817원이다.

2012년 8월말 현재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수급자는 8만9583명이다. 노인시설 3만744명, 장애인시설 2만1042명, 아동복지시설(보육원) 1만5354명 등이다. 가정폭력 피해자는 1271명, 성폭력 피해자는 234명으로 집계된다.

생계급여 자체가 낮을 뿐 아니라, 각자가 처한 사정이 다른데도 일률적으로 같은 수준의 급여를 주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지역 한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 소장은 “남편의 폭력을 피해 급하게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왔다가 하루 5000원을 가지고는 분유와 기저귀 값을 도저히 댈 수 없어 무작정 귀가하는 여성들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가 있는 경우 특별활동비·차량이용비·견학비 등 부모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돈(필요경비)을 내지 못해 쉼터에 머무는 것을 포기하기도 한다. 이 소장은 “월 15만~16만원의 생계비 중에서 월 10만원 정도 들어가는 필요경비를 내면 5만~6만원으로 한달을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는 현장사례집을 내고 “장애인에게 하루 생활비로 직장인의 한끼 밥값도 안 되는 5000원을 주고는 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기부단체 아름다운재단은 한창 자랄 나이인 보육원 아이들에게 한끼 밥값 1500원은 지나치게 낮다며 캠페인을 통해 밥값 현실화 모금을 하기도 했다.

이렇듯 복지시설의 식비 등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자, 보건복지부는 시설에 내려보낸 지침을 통해 지난해와 달리 생계급여의 식비·의류비 등 항목 구분을 없앴다. 식비와 의류비 등을 나눠놓았던 ‘비목’을 없애고 긴급히 필요한 곳에 돌려쓰라는 것이다. 한 시설장은 “한끼 1500원의 식비가 너무 적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 같은데, 다른 항목 역시 줄일 데가 없으니 아랫돌 빼 윗돌 괴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생계비가 시설 거주인들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지원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연구를 발주해놓은 상태이며, 그 결과에 따라 제도를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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