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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복지업무 ‘몰빵 현상’ 없애야”

등록 2013-03-21 20:26수정 2013-03-21 23:18

복지공무원 잇단 죽음, 해법은?
인력 부족한데 민원 업무는 폭증
당국은 정책만 세우고 나몰라라
전문가 “공무원 재배치 고려를”
“그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서울의 한 주민센터에서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ㅇ(48)씨는 21일 힘들게 입을 열었다. 그는 “숨진 울산 공무원의 유서를 접하고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마 많은 복지담당 공무원이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함께 인격적으로 존중을 받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월 경기도 용인시청 복지담당 공무원이 한 병원에서 투신자살한 데 이어, 2월과 3월에도 각각 경기도 성남시청과 울산 중구청 복지담당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해 들어 벌써 3번째다. 울산 공무원은 유서에 “하나의 인격체이기에 최소한의 존중과 대우를 원한다”고 적었다.

서울의 또다른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복지직 공무원 ㅈ(46)씨도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사회복지 업무를 하면서 겪는 심적 고통을 자살의 이유로 꼽았다. 그는 “동별로 편차는 나겠지만 통상 복지공무원 한명당 200~300가구를 관리한다. 행정업무와 현장방문 등 사회복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행정업무에 매달리면 실태 파악을 위한 현장방문이 어려워지고, 현장방문에 나서면 ‘담당 공무원이 자리를 비운다’는 민원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인원이 부족해서 행정직 공무원들에게 손을 벌리면 자신들의 고유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하기 일쑤라고 한다.

특히 최근 복지정책 확대 등으로 이들의 업무가 과도하게 늘어나고 있다. 기존의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노숙자, 장애인 업무에 더해 무상보육 등 복지정책이 확대되면서 각종 민원신청 업무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회적 약자 등에 대한 업무를 하면서 일부 민원인들의 괴롭힘과 폭언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가장 견디기 힘든 것들 중 하나다. 그는 “일을 하다 보면 온갖 욕설과 협박을 듣는다. 자살한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많은 복지직 공무원들이 우울증에 노출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복지전달체계를 개선해 일선 사회복지 공무원들에게 업무가 몰리는 ‘깔때기 효과’를 없애야 한다고 지적한다. 담당 공무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복지 관련 정책을 세우기만 하고 실행 책임은 일선에 전가해온 것이 현실이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지난 10여년 동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복지정책을 시행하면서 일선 복지 공무원들의 처우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는 사실이 이번 자살 사건들을 통해 드러났다. 공무원들을 당장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과거 병영국가에서 해오던 민방위업무 공무원을 복지업무 공무원으로 전용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열악한 사회복지 공무원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안국동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우리나라 사회복지 공무원의 수는 1만4000여명으로 전체 공무원(98만명) 규모에 비교하면 너무나 부끄러운 수치다. 우리나라 정부가 취약계층을 위한 정부로서 얼마나 빈약한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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