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비인권적 강제철거를 방지하기 위한 ‘인권매뉴얼’을 만들었다. 철거 전 당사자에게 충분한 협상 기회와 사전고지를 하도록 하는 등 강제철거 요건을 강화했다. 그러나 시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철거 현장에 효력을 발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2일 행정대집행(강제철거) 과정에서 공무원이 준수해야 할 기본원칙을 담은 인권매뉴얼을 국내 처음으로 마련해 이달부터 시행한다고 2일 밝혔다.
구종원 서울시 인권담당관은 “지난해 11월 강남구 대치동 탄천운동장을 점거한 넝마공동체에 대한 강남구의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음식물 반입 통제, 새벽 강제철거 등 인권침해가 발생했다. 이런 일의 재발을 막는 조처”라고 인권매뉴얼 제정 배경을 설명했다.
매뉴얼에는 12개 항목에 걸쳐 시민 권리와 행정대집행 요건, 절차 등을 담았다. 사람이 퇴거하지 않은 공간의 철거를 금지하고 겨울, 악천후 등 철거 시기와 시점도 규제했다. 주거시설 철거에 앞서 소유자나 점유자에게 충분한 협상의 기회와 정보를 제공하고 사전고지를 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하지만 인권매뉴얼은 시장이 인사권을 지닌 시 본청 공무원과 시 투자출연기관 직원에게만 규정력을 지닌다. 25개 자치구의 행정대집행이나 개인간 명도소송에 의한 강제집행에는 직접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서대문구 현장시장실에서 북아현1-3 재정비촉진구역의 철거민에게 “조합 쪽과의 협의체를 구성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서대문구는 일주일 뒤 이 철거민에게 노숙천막 강제철거 예고 공문을 보내는 등 ‘엇박자’를 보였다.
가게가 강제철거된 뒤 600일 넘게 재개발조합 쪽과 맞서온 철거민 이선형(50)씨는 “조합 쪽에서 제시한 보상금만으로는 생업을 꾸려갈 수 없다. 시장은 협의체 구성 약속을 하고 구청장은 강제철거를 예고하는 부조리극이 서울시 인권의 현주소가 아닌지 되묻게 된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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