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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요리 배우고, 건강 챙기고…‘행복한 노년’ 싱글

등록 2013-12-18 11:12

충남 서천군 남성 홀몸노인들이 지난달 20일 서천군 종천면 어메니티 복지마을 내 노인복지관에서 진행된 ‘남성 어르신 요리교실’에 참여해 닭볶음탕을 만들고 있다.
충남 서천군 남성 홀몸노인들이 지난달 20일 서천군 종천면 어메니티 복지마을 내 노인복지관에서 진행된 ‘남성 어르신 요리교실’에 참여해 닭볶음탕을 만들고 있다.
[2013 대한민국 지역사회복지대상]
기초부문 대상
충남 서천군 ‘시니어 행복발전소’
지난달 20일 충남 서천군 종천면 ‘어메니티 복지마을’. 할아버지 20여명이 주황색 앞치마와 흰색 머릿수건을 두르고 닭볶음탕 요리에 여념이 없었다. 서천군이 할아버지를 대상으로 2011년 5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남성 어르신 요리교실’ 현장이다. 김양무(71) 할아버지는 “요리를 해 가지고 집에 가서 안사람과 같이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싱글벙글했다. 홀몸노인인 김후덕(80) 할아버지에게 ‘요리교실’은 없어서는 안 될 행사다. 그는 “한번 요리를 해 가지고 집에 가면 사나흘은 먹을 수 있다. 생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요리교실’이 큰 인기를 얻다 보니 경쟁이 치열하다. 할아버지들은 “더 자주 참여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추교창(84) 할아버지는 “그동안 17가지 음식을 만들었으니 나는 그래도 제법 많이 참여한 편이다. 우리 같은 사람에게 요리교실이 없었으면 벌써 저세상 갔을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

‘2013 대한민국 지역사회복지 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충남 서천군의 ‘시니어 행복발전소 서천’ 사업 가운데 하나인 ‘남성 어르신 요리교실’ 현장이다. 서천군은 군민 5만8000여명 가운데 65살 이상 노인이 9월 현재 1만6840명으로, 전체 인구의 28.8%를 차지한다. 고령화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니어 행복발전소 서천’ 사업은 노인들이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복지 인프라를 확충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해 노인들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됐다. 서천군은 우선 한 울타리 안에서 노인과 장애인이 주거에서부터 의료, 요양, 여가, 건강증진, 문화·경제활동 등 생애주기별 복지서비스가 가능하도록 2008년 ‘서천 어메니티 복지마을’을 조성했다. 복지마을 내 노인복지관에는 현재 540명의 노인들이 각종 운동기구와 당구, 탁구, 바둑, 게이트볼 등 여가를 즐기고 있다.

‘시니어 행복발전소 서천’ 사업의 핵심은 ‘어메니티 노인건강교실’과 ‘남성 어르신 요리교실’이다. 겨울이면 집이나 경로당에서 텔레비전 시청, 화투 등으로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농어촌 노인들에게 건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노인건강교실이다. 서천군 사회복지과 장현석 담당관은 “노인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여가 문화도 바꾸고, 노인 자살도 예방하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건강교실은 60살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해마다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농한기 5개월 동안 운영한다. 서천군 장항읍 성주리 희망마을 등 10곳에 설치해 한 곳당 100명씩 1000명이 하루 4시간씩 주 4일 동안 참여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건강·교양강좌, 노래교실, 건강체조, 태극권, 요가, 풍물, 수지침, 물리치료 등 18가지에 이른다.

‘남성 어르신 요리교실’은 남성 홀몸노인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식생활 개선을 위해 마련됐다. 서천군의 홀몸노인은 5694명이며 이 가운데 남성은 1448명으로 25.4%를 차지하고 있다. 서천군의 자체 조사 결과, 남성 홀몸노인의 71%가 식생활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서천군 사회복지과 김현정 주무관은 “가부장제 문화에 익숙한 남성 어르신은 음식을 조리한 경험이 거의 없어 배우자가 숨지거나 입원하는 경우 끼니를 거르거나 라면 등으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남성 어르신 요리교실’에는 현재 155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 팀당 20명이 매주 한번씩 8주 동안 음식을 만든다. 지난 3월부터는 노인복지관에 찾아오기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마을 경로당으로 직접 찾아가 요리교실을 열고 있다.

‘시니어 행복발전소 서천’ 사업은 노인들의 일자리도 만들고 있다. △복지시설 관리지원사업(그린 타운 지킴이) △노인 무료급식 도우미(이른바 당나귀: ‘당’신의 귀한 손으로 ‘나’눔을 통해 전해주는 ‘귀’한 밥상) △소외계층 돌봄지원사업단 등이 그것이다. 덕분에 복지마을은 운영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한편 ‘어메니티 복지마을’에서는 30여명의 장애인이 지도교사 6명과 함께 서천군의 특산품인 모시떡을 만들고 서천 김을 포장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에도 수출하면서 4년 전 처음 시작할 때 1억6000만원이던 수익금이 지난해에는 4억5000만원으로 3배나 뛰었다. 장애인을 좀더 많이 고용하기 위해 공장의 자동화 시스템을 수동으로 고쳐 단순작업을 늘렸다. 장애인들은 하루 평균 4시간가량 일하고 한달 30만~70만원의 급여도 가져간다. 이동민 복지마을 직업훈련 교사는 “장애인들에게는 아침에 출근할 수 있는 것이 큰 행복”이라며 “일을 하면서 소득 증대와 치유의 두가지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천/글·사진 김동훈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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