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려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받고 있는 ㅊ(72·오른쪽)씨가 경기도 수원 집으로 찾아온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수원/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주식 투자 실패한 50대 또
90대 노모 살해 뒤 자살
치매 환자 5년새 36.8% 급증
57만명 중 17만명만 보험 수혜
전문가 “조기 검진·시설 늘리고
환자 가족 심리 상담 고려해야”
90대 노모 살해 뒤 자살
치매 환자 5년새 36.8% 급증
57만명 중 17만명만 보험 수혜
전문가 “조기 검진·시설 늘리고
환자 가족 심리 상담 고려해야”
7일 밤 9시40분께,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김아무개(53)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의 어머니 이아무개(96)씨도 목이 졸려 숨져 있었다. 김씨는 ‘내가 없으면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부양할 사람이 없다’는 유서를 남겼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주식투자에서 1억5000만원을 날려 생활이 어렵게 되자 치매가 있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치매의 비극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댄스그룹 ‘슈퍼주니어’의 이특(본명 박정수·31)씨 아버지 박아무개(57)씨는 6일 치매를 앓는 부모를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5월 경북 청송에서는 치매 걸린 아내를 4년 동안 돌봐온 80대 남성이 승용차에 아내를 태우고 저수지로 뛰어들어 함께 목숨을 끊었고, 지난해 2월에는 치매에 걸린 80대 어머니를 간호하던 50대 아들이 어머니를 폭행해 숨지게 했다. 2012년 12월 70대 할머니가 치매에 걸린 남편을 살해한 사건도 일어났다.
치매 환자는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보건복지부한테서 받은 ‘치매환자 현황’을 보면, 2008년 42만1000명이던 치매 환자는 지난해 10월 57만6000여명으로 5년 새 36.8% 늘어났다. 2025년에는 치매환자가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가 환자의 고통을 넘어 가족을 파국으로 내몰면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진명 한국치매가족협회 이사는 “몇년 동안 최선을 다해 치매환자를 보살펴도 상태에 큰 진전이 없는 경우가 많아 좌절하는 가족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은 제자리걸음이다. 치매환자 가운데 올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수혜자는 17만4000여명이다. 나머지 40만여명은 가족이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2008년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치매·중풍환자 등의 경우 시설이용료를 본인이 20%, 보험급여로 80%를 내주는 사회보험제도다. 보건복지부는 7월 치매 특별등급제가 시행되면 5만여명이 추가로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여전히 전체 환자의 60% 이상은 사각지대에 남는다.
치매는 조기검진이 중요하지만 관련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보건소에서 무료 치매검사를 받은 인원은 4만2000여명이었다. 예산이 16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예산은 20억8000만원으로 늘었지만 무료 검사 대상자는 5만2000명밖에 안 된다. 만 66살 국민건강검진 생애전환기 검진 때 인지기능장애검사를 받을 수 있지만, 65살 이전 발병하는 ‘초로기 치매’가 부쩍 늘고 있어서 좀더 빠른 검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치매 조기 검진은 잘 알려져 있지도 않다. 대한노인회가 2012년 전국 65살 이상 노인 14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7.4%는 ‘조기 치매 검사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건강보험 노인 치매 검사’와 ‘보건소 치매 검사’를 모르는 이들이 각각 65.7%, 54.6%였다.
김진수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정부가 재정을 확충해 요양 시설과 인력을 확충하는 한편, 정신적 부담이 큰 치매환자 가족들을 위한 심리상담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혜지 서울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주로 신체활동 장애환자를 돌보는 단계다. 인지기능도 폭넓게 평가해 치매환자와 가족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정환봉 기자, 대전/송인걸 기자 da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