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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영화 ‘변호인’ 소재 부림사건 32년만에 보안법 위반 무죄

등록 2014-02-13 20:38수정 2014-02-13 23:15

이른바 ‘부림사건’으로 고초를 겪었던 고호석·설동일·노재열·이진걸·최준영씨(왼쪽부터)가 13일 부산지법 재심에서 구속 32년 만에야 국가보안법 위반 등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받고 법정을 나오며 기뻐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이른바 ‘부림사건’으로 고초를 겪었던 고호석·설동일·노재열·이진걸·최준영씨(왼쪽부터)가 13일 부산지법 재심에서 구속 32년 만에야 국가보안법 위반 등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받고 법정을 나오며 기뻐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1981년 일어난 부산 최대 공안사건
재심서 고호석씨 등 피해자 5명 무죄
법원 “감금 등 국가 가혹행위 인정”
고씨 “군사정권 피해 구제 특별법을”
최근 1100만여명이 관람한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돼 관심을 끈 이른바 ‘부림사건’의 피해자들이 32년 만에 국가보안법의 굴레를 벗었다. 국가폭력에 무고한 국민이 희생되는 것을 막으려면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지법 형사2부(재판장 한영표)는 13일 부림사건과 관련해 재심을 청구한 고호석(57)씨 등 5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부림사건은 전두환 정권이 부산지역 민주세력을 말살하기 위해 1981년 9~10월 사회과학 서적을 공부하던 부산지역 학생과 회사원 등 19명을 체포해 구속한 사건이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당시 경찰이 영장도 없이 피고인들을 불법으로 연행하고 자백을 강요했다. 피고인들이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고문과 가혹행위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지만 피고인들의 불법 감금 기간이 상당히 오래이고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진술서도 상당한 기간이 지난 뒤 작성된 점 등으로 미룰 때 검찰의 조서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 “피고인들이 계엄법을 일부 위반한 것은 1979년 12·12 쿠데타와 1980년 5·18 학살을 통해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 군사정권의 범행을 저지하고 반대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였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당시 적용된 조항이 폐지됐기 때문에 사건의 실체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 없이 소송절차를 종결시키는 면소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것은 ‘국가가 합법적인 절차와 방법을 따르지 않고 법원에 제출한 증거들은 언제든지 무효가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검찰과 경찰은 1981년 9~10월과 1982년 4월 고씨 등 19명을 구속하면서 법원의 영장도 없이 불법 체포해 20일 이상 구금했다.

특히 이번 재심에서 재판부는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뚜렷한 증거가 없는 가운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조사에서 피해자들이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보고서가 없는 사안이었다. 부림사건 피해자인 설동일(57)씨가 당시 진실·화해위원회 사무처장으로 재직중이어서, 외압 또는 짜깁기 오해를 피하려 이 사건을 조사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학림사건’ 재심에서 “수사 과정에서 고문행위가 있었다”는 진실·화해위원회 보고서를 인용하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포함한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부림사건 피해자 19명 가운데 이날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5명을 뺀 14명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의 재심을 신청하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9년 11월 송병곤씨 등 부림사건 피해자 11명이 부산지법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2006년 1월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송씨 등이 재항고하자 대법원은 2008년 10월 계엄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만 재심 신청을 받아들이고, 국가보안법은 “고문 등 가혹행위를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어 2009년 부산지법은 7명만 계엄법과 집시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고, 나머지 4명은 재심을 기각했다.

하지만 부림사건 피해자들을 고문하고 폭행했던 경찰관 3명의 형사상 책임을 현행법으로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 2011년 4월 부림사건 피해자 14명이 당시 고문에 가담한 경찰관 2명을 불법감금 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나머지 경찰관 1명은 숨졌다.

이날 무죄 선고를 받은 설동일씨는 “불법 고문과 폭행의 정황이 밝혀졌는데도 바로잡지 않은 검찰의 각성을 촉구한다. 전두환 군사정권 아래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구제할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재심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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