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1일 캄보디아 포이펫 티엔케이5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어린이날 행사장 한편에 기부자들이 기부한 가방을 쌓아놓은 장면이다.
[베이비트리] ‘지구촌 가방 보내기’ 캠페인 2년
어린이집·유치원·학교·학원에서 썼던 책가방은 엄마들에게 계륵이다. 필요는 없지만 버리기도 아깝다. 그런데 이런 가방이 어떤 아이들에게는 ‘내 인생의 소중한 첫 가방’이 될 수 있다. 바로 캄보디아나 네팔, 필리핀 등지에 사는 아이들에게 그렇다. 물자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비닐봉지에 책을 넣어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 한류 열풍 속에서 한글이 쓰인 가방이라도 구하면 펄쩍펄쩍 뛰며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다. 네 엄마의 기부활동 모임 ‘반갑다 친구야’(이하 반친)와 <한겨레> 육아 웹진 ‘베이비트리’가 처음 제안한 ‘지구촌 아이들에게 가방 보내기 캠페인’은 그런 아이들에게 지구촌 마을의 우정을 전하고 자원을 절약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가방 보내기 캠페인이 이제 2년이 다 되어간다. 캠페인의 진행 과정과 그동안의 성과를 짚어보고, 캠페인의 실무를 맡고 있는 네 엄마의 ‘나눔 육아 이야기’를 들어본다.
캠페인의 진행 과정 및 성과
“우리의 제안이 이렇게 크게 확산될 것이라고 짐작도 못했어요. 캠페인을 진행하지 않는 현재도 계속해서 가방이 들어와요. 언론사와 소셜네트워크(SNS)의 힘이 얼마나 큰지 실감했지요.”
‘반친’ 회원 김현진(37·경남 창원 진해고 교사)씨의 말이다. 2012년 9월부터 시작된 가방 보내기 캠페인에 전국의 많은 사람들과 단체들이 기꺼이 가방을 모아 보내줬다. 현재까지 ‘반친’이 다양한 ‘착한 배달부’를 통해 지구촌 아이들에게 전달한 가방 수만 해도 2만1천개가 넘는다.
들어온 가방 중에 지나치게 낡거나 오물이 많이 묻은 가방은 버렸다. 아이들이 쓸 수 없는 성인용 가방이나 어른 옷, 신발은 노숙인쉼터나 이주여성쉼터에 전달했다. 기부자 수도 헤아릴 수 없다. 택배 상자만 4100여개가 들어왔다. 한 택배 상자에는 많게는 수십명이 하나씩 기부해 오는 경우도 있어 기부자는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가방이 너무 많아 포장하는 일을 도와준 자원봉사자들도 많다.
보낼 가방은 일단 모았는데, 그 가방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기까지의 과정은 산 넘어 산이었다. 새 제품이 아닌 쓰던 물품을 국외로 보내는 데는 걸림돌이 많았다. 선박이나 항공편으로 물품을 보내야 하는데 물류비도 만만치 않았다. 자칫 배보다 배꼽이 클 수 있었다. 관세 문제도 벽이 됐다. 무관세로 물건을 통관시키는 절차가 너무 까다로웠다.
두달 동안 ‘반친’은 방법을 찾다 번뜩 ‘착한 배달부’를 생각해냈다. ‘반친’ 회원인 박주희 전 <한겨레> 기자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가장 큰 숙제는 가방을 잘 전달해줄 신뢰할 만한 파트너를 찾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반친’ 회원들은 캠페인 취지에 공감하고 여러가지 활동 측면에서 신뢰할 만한 파트너들을 찾아 접촉했다. 아시아평화인권연대나 한국대학생자원봉사협의회, 대구 지역 나눔활동 모임인 ‘나마스떼’, 전국에 있는 대학 해외봉사팀 등에서 ‘착한 배달부’ 구실을 자임했다. 2만개가 넘는 가방은 그렇게 지구촌 곳곳 아이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었다.
네 엄마의 기부활동 모임 ‘반친’
수만명 기부한 가방 2만개 배달
자녀들과 함께 캄보디아 방문해
초등학교에 책걸상 등 함께 전달
아이들은 현지 친구들과 사귀며
나눔과 절약의 정신 몸으로 익혀 네 엄마의 나눔 육아 이야기 타이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캄보디아 포이펫이라는 지역에는 티엔케이5와 오르세이 껀달이라는 초등학교 2곳이 있다. 캄보디아 어린이날인 6월1일을 맞아, 5월 말 ‘반친’ 회원 엄마 세 명과 그들의 6~9살 자녀들이 캄보디아 친구들에게 줄 가방을 잔뜩 싸들고 이곳을 찾았다. 아시아평화인권연대 활동가들과 울산 성안성당 신부 및 신자들도 함께했다. 이들 일행 18명은 가방 600여개와 학용품, 인형, 장난감, 신발 등을 상자에 나눠 이곳까지 낑낑대며 운반했다. 전국지리교사모임 교사들이 <세계지리 세상과 통하다> 인세를 기부해줘서 600여명에게 나눠줄 공책도 각각 2권씩 준비했다. 이외에도 이들은 티엔케이 초등학교 부설 유치원을 방문해 삭막한 교실을 예쁘게 꾸미는 작업도 함께 했다. 방글라데시 학교 등을 후원하는 단체 ‘히말라야’ 회원들의 기부금으로 책걸상 30세트를 사고, 크레파스와 사인펜, 색연필 등 학용품도 가지런하게 배치했다. 빈 공간만 덩그러니 있던 유치원 교실이 제법 아늑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2년 동안 충분히 얘기해서인지 아이들이 캄보디아 친구들과 잘 어울려 노는 모습에 많이 놀랐어요. 엄마에게서 이야기로만 듣던 친구들을 만나고 와서인지 이제는 엄마의 ‘아껴야 된다’는 잔소리를 조금은 이해하는 것 같아요.”
‘반친’ 회원인 이혜련(37·문화센터 강사)씨는 기부 활동을 하면서 자녀들에게 ‘나눔과 절약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교육할 수 있어 기쁘다. 김씨도 “아이들이 처음에는 불쌍한 아이들에게 가방을 준다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캄보디아 친구들을 만나고 나서는 그 아이들을 ‘친구’라고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지구촌 친구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점에서 흡족해하는 듯했다.
“나눔은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 스스로도 이 활동을 통해 나누는 삶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어요. 예전에는 ‘반친’ 친구들을 만나면 수다 떠는 일로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는 시간을 쪼개서 ‘반친’ 일을 하며 우정을 나누죠. 헤어질 때마다 늘 뿌듯한 마음으로 인사를 나눌 수 있어 좋아요.”
박씨는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반친’의 기부 활동에 “국내에도 가난한 아이들이 많은데 굳이 나라 밖 아이들을 돕느냐” “들이는 노력과 수고에 비해 효율성이 낮으니 그냥 기부금으로 모아 돕는 게 어떠냐”는 말도 듣는다. 이에 김씨는 “효율성을 앞세우면 사랑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대단한 인류애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정성껏 포장해서 가방을 보내는 과정 그 자체가 그들에게는 즐겁고 의미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하는 이 모든 수고로움이 돈으로 쉽게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또 기부하는 가방이 쌓인 만큼 세상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세상에 대한 희망도 커진다고 덧붙인다.
“우리 아이들이 청년이 되면 바통을 넘겨 주고 싶어요.”
처음 마음 그대로 많은 아이들에게 가방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네 엄마는 대를 이어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꿈꾼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지난달 대구 ‘아름다운가게 수성점’과 ‘반갑다 친구야’ 소속 엄마들은 ‘아름다운 토요장터’를 열었다. 성인용 가방이나 지구촌 아이들에게 보내기 힘든 옷을 판매해 그 수익금을 이주민 한글교육 지원에 보탰다.
캄보디아 친구들과 마을 주민들이 장미를 나눠주며 한국에서 온 친구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수만명 기부한 가방 2만개 배달
자녀들과 함께 캄보디아 방문해
초등학교에 책걸상 등 함께 전달
아이들은 현지 친구들과 사귀며
나눔과 절약의 정신 몸으로 익혀 네 엄마의 나눔 육아 이야기 타이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캄보디아 포이펫이라는 지역에는 티엔케이5와 오르세이 껀달이라는 초등학교 2곳이 있다. 캄보디아 어린이날인 6월1일을 맞아, 5월 말 ‘반친’ 회원 엄마 세 명과 그들의 6~9살 자녀들이 캄보디아 친구들에게 줄 가방을 잔뜩 싸들고 이곳을 찾았다. 아시아평화인권연대 활동가들과 울산 성안성당 신부 및 신자들도 함께했다. 이들 일행 18명은 가방 600여개와 학용품, 인형, 장난감, 신발 등을 상자에 나눠 이곳까지 낑낑대며 운반했다. 전국지리교사모임 교사들이 <세계지리 세상과 통하다> 인세를 기부해줘서 600여명에게 나눠줄 공책도 각각 2권씩 준비했다. 이외에도 이들은 티엔케이 초등학교 부설 유치원을 방문해 삭막한 교실을 예쁘게 꾸미는 작업도 함께 했다. 방글라데시 학교 등을 후원하는 단체 ‘히말라야’ 회원들의 기부금으로 책걸상 30세트를 사고, 크레파스와 사인펜, 색연필 등 학용품도 가지런하게 배치했다. 빈 공간만 덩그러니 있던 유치원 교실이 제법 아늑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새 책상에 앉아 있는 캄보디아 유치원생들. 반갑다 친구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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