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인빈곤율은 50%에 육박한다. 정부는 노인의 사회참여 기회 확대와 빈곤율 완화를 위해 각종 노인 일자리 사업을 시행 중인데, 낮은 임금과 일자리 부족 등의 문제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한 노인이 폐지를 모아 고물상으로 나르고 있는 모습.
이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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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노인이 가난한 나라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9월에 낸 ‘2014년 고령자 통계’를 보면, 노인빈곤율은 48.1%에 이른다. 만 65살 이상 노인 둘 가운데 한 명은 빈곤층이라는 이야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나라들의 평균치(11% 안팎)를 고려하면, 아무리 ‘노인빈곤율 1위국’이라고는 하지만 50%에 육박하는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 다음으로 노인이 가난한 나라는 오스트레일리아로 30.2%였다. 노인복지제도가 탄탄한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의 노인빈곤율은 각각 1.5%, 2.8%다.
노인빈곤율을 생애주기별로 살피면 문제의 원인이 좀더 뚜렷해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0월 ‘고령화에 따른 노년부양 부담과 시사점’ 연구보고서에서 오이시디의 2012년 통계 등을 토대로 한국의 평균 빈곤율은 41~50살 8.9%, 51~65살 17.3%, 66~75살 45.6%라고 밝혔다. 오이시디 국가의 연령대별 빈곤율은 우리와 사뭇 달랐다.(41~50살 9.5%, 51~65살 9.9%, 66~75살 11%)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의 빈곤율은 중년에서 장년으로, 그리고 다시 노년으로 넘어가면서 급격히 치솟는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50대 이전에는 안정적인 소득에 기반하여 중산층의 삶을 살지만, 50대 이후 고용안정성이 떨어지고 노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여 취약계층으로 전락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짚었다. 또 “특히 50대 이상이 은퇴 뒤 생계형 창업을 시작하지만 자영업 동종업종의 과다경쟁 속에서 살아남지 못해 폐업 및 실패를 경험하는 현상이 있다”고 덧붙였다.
나이를 먹어가는 이들한테 한 가지 더 우울한 소식은 고령화 속도다. 유엔이 정한 기준을 보면 65살 이상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에 해당하는데, 한국은 이미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이어 3년 뒤인 2018년이 되면 ‘고령사회’ 진입이 확실시된다. 초고령사회 진입 예상 시점도 2026년이라 앞으로 10여년밖에 남지 않았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다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시간이 각각 18년, 8년밖에 안 되는 것도 일본이나 미국, 독일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가장 빠른 수준이다. 저출산 국가에서 노인 인구가 급격히 많아진다는 건 이들을 부양해야 할 생산가능인구(15~64살)가 비슷한 속도로 감소한다는 뜻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의 인구통계 등을 활용해 ‘실제 1인당(취업자 기준) 노년부양 부담액’을 계산해보니 2000년 12만7000원에서 2013년 20만1000원으로 뛰었다.
가난한 노인은 많아지고 이들을 부양해야 할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의 부담이 많아지는 데 따른 일차적 해법은 노년층의 고용 확대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8일 “노인을 부양하는 세대의 고용을 확대해 부양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노년층 고용률을 끌어올려 노인 인구가 은퇴와 함께 가파르게 빈곤계층으로 전락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좋은’ 노인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노인빈곤율 상승을 최대한 억누르려고 2004년부터 노인 일자리 사업을 시행 중이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 가짓수는 많지만 저임금 등 문제로 빈곤 완화에 실질적인 효과는 거의 없다는 평가가 많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사회공헌형과 시장진입형이다. 먼저 사회공헌형 일자리는 정부가 ‘노인 일자리 예산’으로 참여 노인의 인건비와 경비를 전액 지원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시장진입형 일자리는 정부가 사업비 지원 등을 통해 노인 창업과 이를 통한 노인고용률을 높이자는 취지다.
두 가지 일자리 모두 한계가 있는데, 사회공헌형은 ‘고용’은 안정적이되 낮은 인건비가 걸림돌이다. 이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은 한달에 20만원의 ‘임금’을 받는다. 이를 연봉으로 따지면 192만~256만원에 불과하다. 시장형은 그나마 고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입이 없다. 이를테면 쇼핑백 제조업이나 포장업, 식품제조업 등에 참여해 시장에서 얻는 성과만큼 수익으로 가져가라는 게 시장진입형 일자리 사업의 취지인데, 자본력과 기술력 모두 뒤처지는 이들 노인 ‘영세’사업단이 시장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일을 원하는 대다수 노인은 한달에 20만원도 채 얻을 수 없는 시장형보다는 박봉이나마 사회공헌형을 선호한다. ‘월급 20만원짜리 일자리’도 구하기 쉽지 않은 게 노인의 현실인 것이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시장진입형 일자리 사업을 시행한다며 창업을 위한 시설지원이나, 창업과 관련한 교육 기회의 제공 등 제도적 뒷받침이 없으니 규모가 영세한 어르신들 사업의 성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노인 일자리 사업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먼저 정부가 이 사업의 취지와 목표를 확실히 정립해야 한다”고 짚었다. 고 사무처장은 또 “특히 시장형 일자리는 가짓수를 늘리기보다 시설지원을 강화하는 등 내실을 좀더 다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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