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인권·복지

두 어머니를 뵙고 오는 날

등록 2015-02-03 20:05

시니어 통신
어제는 양가 어머니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재작년에 아버지를 여읜 어머니는 여러 번의 수술을 받으면서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고 급기야는 치매 증상까지 보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으로 모셨습니다. 장모님은 지난해 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요양병원에 있습니다. 지난달에 뵈었을 땐 평행봉처럼 생긴 것을 양팔로 잡고, 걷기 연습을 했습니다. 뵐 때마다 “집에 가고 싶다”며 눈물 바람이지요.

어머니가 계신 경기도 부천의 요양병원까지 꼬박 두 시간이 걸렸습니다. 정오가 넘어 도착하자 어머니가 외출 준비를 합니다. 자식들이 문병을 가면 으레 외출하는 줄 알고 있는 거지요. 매일 먹는 병원 밥이 맛있을 리도 없고, 밖의 공기가 그리우려니 생각돼 안쓰러웠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습니다. 생활에 여유가 있으면 넉넉하게 드릴 텐데 겨우 쥐꼬리만한 용돈을 쥐여주고 돌아섰지요. 어머니가 한참을 바라봅니다. 만나면 반가워하지만 이별을 앞두고는 항상 눈물짓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뵐 적마다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납니다.

어머니와 헤어지고 나서 장모님이 계신 서울 보라매역으로 출발했습니다. 다시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장모님이 드실 만한 것을 사 가지고 병원에 도착하니 예고하지 않은 방문인지라 장모님이 깜짝 놀라면서 반가워합니다. 장모님이랑 필담을 주고받습니다. 장모님이 어려서 귀를 다치는 바람에 거의 듣지를 못하기 때문입니다. 퇴원하게 해달라고,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달라고, 손주들 공부 잘하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한다면서 또 눈물을 질금질금 흘리는 장모님. 장모님을 겨우 진정시키고,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어머니와 똑같이 쥐꼬리만한 용돈을 드리고 돌아서는데 가슴이 미어집니다.

두 분 모두 집을 그리워하는데 선뜻 모시지 못해서 죄송하기만 합니다. 어느 분이든 퇴원하면 집 안에서만 지내야 합니다. 누구라도 곁에서 24시간 동안 보살펴야 하는데 그럴 조건이 되지 못합니다. 날이 어둑해져서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 앞 구멍가게에서 막걸리를 샀습니다. 식탁에 앉아 김치를 안주 삼아 탁주를 마셨습니다. 두 분을 뵙고 오는 날이면 늘 그렇습니다.

오성근(50) 한겨레주주통신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