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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14년째 재혼만 주선해보니 이혼은 웬만하면 말립니다”

등록 2015-02-17 20:37수정 2015-02-19 13:22

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엔노블 사무실에서 만난 박민정 이사는 재혼 만남만 14년째 주선하면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배우자의 소중함을 더욱 절감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엔노블 사무실에서 만난 박민정 이사는 재혼 만남만 14년째 주선하면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배우자의 소중함을 더욱 절감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박민정 재혼 전문 커플매니저
“결혼정보회사는 사랑을 찍어내는 공장이 아닙니다. 재혼에 성공하려면 자신의 환상부터 깨야 합니다.”

재혼 만남만 14년째 주선하고 있는 박민정(51) 엔노블 이사는 “결혼정보회사의 문을 두드리는 분들이 갖고 있는 환상을 깨는 게 커플매니저의 첫 번째 일”이라고 말했다.

“초혼에 실패한 한국의 엄마들은 막내까지 대학 보내놓고 나서야 ‘이제 내 인생 찾아야지’ 하거든요. 그러면 나이가 40대 후반~50대 초반입니다. 갱년기에 접어든 시기죠. 그런데 재혼하려는 또래 남자들은 갱년기 여성을 안 만나려고 합니다. 경제력 있는 전문직 남자를 원한다면 띠동갑까지 넓혀야 한다고 설득합니다. 그게 현실이니까요.”

반면 50대 이상의 남성은 최소한 자기 소유의 주택과 월 200만원 이상의 안정적 수입이 있어야 한다. 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남성은 커플매니저가 가입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가 없다. 여성 회원이 만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까다로운 가입조건 때문에 재혼팀에선 남성 회원이 늘 부족하다.

“여성들이 재혼하려는 목적은 한 가지입니다.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싶어서죠. 돈 없는 남자를 만나서 또 고생할 거면 혼자 살지, 재혼 안 합니다. 경제적 안정감을 원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여 나이·외모, 남 재산·성품 우선
재산·양육·생활비 미리 논의해야
상속 걱정에 반대하는 자녀 많아
동거해보고 결혼 여부 결정하기도 

재혼 커플매니저 70대까지 가능
경력단절 중년여성에게 도전 추천
지금 배우자 소중함 느끼는 건 덤

재혼하려는 여성 회원의 대다수는 남성의 경제력과 성품을 먼저 보고, 남성은 여성의 나이와 외모를 중요시한다. 그런데 재혼하려는 남성이 선호하는 얼굴은 초혼 때와 조금 다르다.

“여성 회원들 중에는 재혼을 위해 성형수술을 과하게 하는 분들이 많은데, 재혼하려는 남자들은 피부가 깨끗하고 밝은 인상을 원하지, 빼어난 외모를 요구하는 게 아니거든요. 괜히 비싼 돈 들여 한 성형수술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성과 남성 모두 다음으로 보는 게 자녀의 유무다. 결혼을 해서 분가를 했거나 취직해서 경제적으로 독립한 자녀라면 큰 상관이 없지만, 아직 학교를 다니며 같이 사는 자녀가 있다면 서로 따져야 할 게 많아진다.

“특히 여성 회원에게 뒷바라지하는 아들이 있다면 남성들은 대부분 꺼립니다. 상속과 관련된 문제 때문이죠. 그리고 장성한 사내아이와의 관계가 아무래도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재혼한 뒤에 부부싸움을 하다 새아버지와 아들이 주먹다짐까지 가는 경우도 있거든요.”

자녀가 다 독립한 경우에는 재산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사후에 유산이 배우자에게 돌아갈까 우려해 호적에 올리는 걸 극구 반대하는 자녀가 많기 때문이다. 박민정 이사가 주선한 한 커플도 결혼을 앞두고 남성 쪽 자녀의 반대에 부닥쳤다.

“남성은 기업체를 경영하고, 여성은 퇴직 교사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데도 자식들 입장에선 걱정이 되나 보더라고요. 그래서 상속에 대한 부분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재산분할도 미리 하라고 조언해서 지금은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재혼할 분들은 자녀에게 털어놓기 전에 재산 문제는 미리 정리하는 게 분란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최근에는 자녀의 반대와 재산 상속 문제에 휘말리는 게 싫어서 동거를 하는 커플도 늘어나는 추세다. 굳이 호적에 올리지 않고 연인 관계로 지내는 것이다.

“일단 6개월~1년 동안 살아보고 난 뒤에 결혼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커플도 있습니다. 10년 전에는 꿈도 못 꿨던 일이지만, 괜찮은 것 같아요. 동거가 아니더라도 재혼하기 전에 자녀의 양육비, 유산 상속, 생활비 등은 구체적으로 의논해서 합의해둬야 합니다. ‘결혼한 뒤에 어떻게 잘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시작했다가는 다시 실패로 끝날 수가 있어요.”

엔노블 재혼팀과 김옥근(가운데) 대표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엔노블 제공
엔노블 재혼팀과 김옥근(가운데) 대표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엔노블 제공
박민정 이사가 커플매니저의 세계에 뛰어든 건 2002년이다. 간호사로 7년간 근무하다 꿈꿨던 디자이너의 길에 나섰지만, 2년 만에 한계를 절감하고 포기한 직후였다.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던 그의 눈에 띈 업체가 ‘에코러스’라는 한국 최초의 결혼정보회사다. 당시만 해도 ‘커플매니저’라는 직업이 생소하던 시절이라 호기심에 면접을 봤다.

“그때 상담팀장이 이 일을 배워놓으면 60, 70대까지 할 수 있고 나중에 작게 창업하기도 좋다고 설득하는 바람에 시작했죠.”

커플매니저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새롭게 만들어진 재혼팀에 들어갔고, 2009년 엔노블로 옮기면서 재혼팀을 이끌고 있다. 박민정 이사는 자녀를 다 키운 뒤 일자리를 찾는 여성에게 재혼 전문 커플매니저를 추천했다.

“커플매니저는 말재주와 사람 보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적성에 맞는 사람은 처음부터 잘하기 때문에 관심 있는 분은 1주일만 해보시면 됩니다.”

커플매니저의 수입은 크게 세 가지다. 기본급에 회원가입에 따른 성과급과 성혼 사례비가 더해진다. 재혼 회원은 가입비가 초혼에 비해 낮은 편이라 성혼 사례비가 가장 중요하다.

“사실 재혼팀이 초혼팀보다 수입은 조금 낮은 편입니다. 그래도 재혼만 계속해온 건 인생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아서죠. 여성분들께 이혼한 이유를 물어보면 절반 이상이 웁니다. 거의 통곡을 해요. 이런 분들에게 새로운 인생을 찾아주는 일이기 때문에 커플매니저는 무조건 진실해야 합니다. 성과급 때문에 가입만 하면 인생이 바뀔 거라는 식으로 허황된 꿈을 심어주는 매니저들이 있는데 그래서는 이 일 오래 못합니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이혼을 고민하는 이들의 상담도 자주 받게 된다. 배우자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면 이혼은 말리고 있다. 재혼이 얼마나 어렵고 까다로운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엔노블 재혼팀 커플매니저 4명 모두 일을 할수록 지금 배우자에 대한 소중함을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남편이 최고입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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