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50% 둘러싸고 교착국면에 빠졌다. 돌파구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김용하
국민 대타협기구 이후에 실무기구에서 합의안이 나왔고, 이에 대한 여야 공동대표의 합의가 이미 성사됐다. 이제 마지막 절차로 남은 것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통과와 공적연금 강화 논의할 사회적 합의 기구 출범 2가지다. 이 2가지는 이미 합의된 거라 이견이 없다. 저는 특히 사회적 합의 기구 출범해서 우리나라 노후소득보장체계 관련 광범위한 사회적 협의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논점은 소득대체율 50% 부분이다. 노후소득보장체계 관련 사회적 논의에서 50%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많은 대안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고 본다. 따라서 50%에 대해서 양당이 너무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지금 현 시점에서 야당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있을 수 있다. 공무원연금법은 개정됐는데, 이후 사회적 기구에서 공적연금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국민연금도 공무원연금과 마찬가지로 모두 국민의 의사가 중요하다. 여당의 약속이 중요한 게 아니다. 국민에게 동의를 구할 수 있는 것이면 50% 구체화되지 않더라도 자신감 있게 나아가면 된다. 사회적 합의기구 설치해서 국민들한테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에 대해 합의를 이미 했고, 그러면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국민들이 야당의 입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설득하면 되는 것이지 여당이 50%에 동의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무엇때문에 50%에 연연하는가.
50%이건 아니건 국민들이 사회적 합의기구 논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소득대체율 50%는 여야가 합의해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국민적 동의, 합의, 논의 절차 거쳐서 50%로 해야할지 그 외 다른 대안은 없는지 이런 논의를 시작해야하는 게 중요하다.
△김연명
이번 여야의 국민연금 대타협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거대하고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대단히 새로운 시도고 의미있는 결과였다. 노동시장 개혁, 증세를 비롯한 조세개혁 등 전 국민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회적 과제들을 해결하는 방식이 지금까지는 행정부가 나서서 대표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대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이었다. 아니면 1997년 경제위기 당시 정부가 민주노총이랑 협상해서 법적 지위 보장과 노동유연화를 주고받기 한 것처럼 정부와 이해당사자가 직접 협상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위원회 구성이든 직접 협상이든 정부가 주도하는 사회적 대타협은 제대로 작동된 적이 없다. 다 실패했다.
이번에는 국회 주도 아래 대타협 기구를 만드는 방안이었고 이는 새로운 모델이다. 국회에 이런 전례가 없다. 제가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로 성공한 합의였다. 제가 어떤 자리에서도 말했지만, 우리나라가 의원내각제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국회가 제대로된 역할을 했다. 학자인 제가 보기에는 보건복지부가 도저히 받을 수가 없는 방안인데 국회의원들이 결국 만들어냈다. 행정부가 설치한 위원회 같았으면 절대 할 수 없었던 일을 국회가 해 낸 거다. 대화와 타협으로 사회적·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 전범을 만들어 낸 것으로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합의고, 새로운 대타협 모델이었다.
한마디로 너무 아깝다. 정부에서 이러한 개혁을 할 때 이해당사자들의 동의를 받아서 한 적이 없다.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 관련해서 일부 반발이 있지만, 이렇게 후유증이 없기는 거의 유례가 없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이러한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서 정말 안타깝다. 물론 대통령중심제라는 정치 체제에서 국회가 주도한 대타협이 지니는 한계도 분명히 있는 건 사실이다.
△김연명
‘50%’가 지니는 의미는 단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10% 올리는 의미가 아니다. 50%는 국민연금 제도 이상의 의미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공무원 단체가 양보하면서, 공적연금 강화라는 단서를 달았다. 공무원 연금 개혁 협상 과정에서 공무원 단체들의 양보로 공적 연금 강화라는 성과를 얻은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협상의 기본은 주고받기이고, 여기에는 상호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따라서 50%에는 소득대체율 50%라는 수치를 넘어선 정치의 신뢰가 포함돼 있다. 이 수치를 조정한다는 것은 기적적으로 획득한 정치적 신뢰를 완전히 깨는 것이다. 앞으로 사회적 과제에 대한 개혁이 이뤄질 때,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하자. 이해당사자가 정부도 안 믿고, 정치도 안 믿게 된다. 이건 단순히 이번 국민연금 국면에 야당이 양보할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의 국가적 과제에 대한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다.
△김용하
50%를 실무기구에서 합의한 것은 확실하다. 문제는 양당 대표가 사인한 그 문서에도 합의사항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50%가 그렇게 중요한 숫자면 합의문에도 들어갔어야 하는 것 아니냐. 양당이 50% 부분을 좀 다르게 생각을 한 것 같다.
현 국면이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다. 김연명 교수님 말씀대로 사회적 합의라는 귀중한 경험을 살릴 수 있느냐, 없느냐 기로에 서있다. 그래서 국민연금을 강화하는 여러 대안 가운데 하나인 50% 때문에 이런 모든 성과를 버리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 굉장히 중요한 사회적 합의를 훌륭하게 만들어냈다. 그 내용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나.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50% 희생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현재로서는 50%에 대한 야당의 주장은 집착에 가깝다.
결국 이런 과정이 모두 연금정치의 과정 아니냐. 국민들이 좀더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50%라는 답이 나와야 한다. 그냥 정치권이 50%를 제시하면 안 된다. 여야가 예단하고 확정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민주적 논의 절차를 생각해도 바람직하지 않다. 신뢰의 문제는 서로 입장 차가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난국을 돌파하는 데 있어서는 야당의 과감한 양보가 필요하다고 본다.
△김연명
합의안 최종문구를 작성할 때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싸운 부분이 ‘소득대체율 50%로 한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율 등을 조정한다’는 문구의 포함 여부였다. 사실 이 문장이 포함돼 있었는데 마지막에 빠졌다. 실무기구에서 빠진 것은 아니고 여야의원들의 협상 끝에 빠졌다. 50%라는 수치를 여당이 못받겠다고 하는 것은 결국 보험료율 상승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상향하려면 재원이 필요한데 재원 부담을 안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또 보험료율을 조정해야 하는데 이 문제를 아예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말자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는 게 아니겠나. 하지만 저나 야당의 어느 누구도 보험료율을 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득대체율을 상향하자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보험료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하면 여야 간 돌파구가 열릴 수 있을 것 같다.
△김태일
사실 50% 문제는 연금문제도 아니고 재정문제도 아니다. 저는 청와대의 태도도 마음에 안들지만 공무원 연금 개혁 특별위원회의 월권은 맞다고 본다. 50%를 목표로 논의하겠다 정도는 할 수 있지만, 50%로 해야한다고 못박는 일은 특위의 법적인 권한을 벗어나는 측면이 있다.
△김원섭
국제적으로 연금 개혁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성공한 사례를 분석해보면 3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위원들이 당파적 의견에 치우치지 않고 소셜 디자이너로서 사회 전체를 생각하는 입장을 갖고 있었고 둘째, 기구가 독립적인 지위에 있었으며 셋째, 기구가 포괄적 과제를 가지고 장기적으로 운영되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공무원 연금 개혁 특위는 분명 성공 요인이 있었지만 실패할 수밖에 없는 한계도 있었다.
우선 미션이 포괄적이었다. 그동안의 정부 위원회는 가능한 방안들을 제시하고 정부는 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였다. 하지만 이번엔 기구가 아예 합의안까지 다 만들어서 제시했고 그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했다. 위원 구성에 있어서도 정당의 추천을 받은 소수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당파적 입장을 배제하는 데 유효했다.
문제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는 것이다. 위원회가 소셜 디자이너로서 구실을 하려면 위원회 안에서만 소통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과도 소통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들과의 소통 과정 뿐만 아니라 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의 소통도 이상했다. 합의안 서명 이후 신문을 보면 거의 추리소설 수준이다. 대통령이 언제 뭘 인지했는지, 어떤 문서가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 등 소통 과정이 대단히 급박하고 압박이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합의가 나오기 힘들다. 특위 참여자들이 이번 합의의 성과와 동시에 이러한 한계를 알아야한다. 합의안에 서명한 것이 곧 협상의 끝이고, 그걸 전 국민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우리나라 연금정치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연금 개혁의 가장 큰 장애는 전문가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다. 국민들의 연금에 대한 불신과 오해가 문제이다. 저도 몇 차례 연금 개혁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전문가들이 원칙적으로 이론적으로 옳은 이야기를 해도 국민들은 자주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번에도 국민연금소득대체율의 인상과 관련해서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지금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공무원 단체나 야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기 싫어서 국민연금을 걸고 넘어진다는 것이다. 둘째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린다는 데 결국 보험료만 인상되는 거 아니냐는 불만이다. 셋째는 연금을 언제 받을지도 모르고, 못 받을지도 모르는데 50% 올리고 말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회의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국민연금을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가르치면 되는 걸까? 당장 교육하고 설득하는 것의 한계가 있다. 그래서 국민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그에 맞는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서는 대부분 다 동의가 된 것이니까 그건 먼저 통과를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인상은 포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대신 여당이 공적 연금 강화에 대해 50%를 대체할 수 있는 세부적인 약속들을 해서 야당과 다시 합의를 시작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논의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약속들을 해줘야 한다. 50%만 빼고 가자는 것은 기존 합의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김용하
기존의 특위에서 다시 논의를 하라는 것 같은데, 그럴 수 없다. 50%를 논의해야하는 것은 새로운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해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대타협기구는 이미 끝이 났다. 기존의 대타협기구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기구이지, 국민연금 관련한 기구가 아니다. 부수적으로 연금 관련 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어서 같이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의 이해당사자와 공무원연금 개혁의 이해당사자가 다르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 즉 공적 연금 강화를 위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드는 데 합의가 된 것은 이미 이해당사자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그러면 50%를 제시하면 안된다. 50%는 답인데, 그걸 정부한테 줘야지 왜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국민들한테 묻냐.
△김원섭
50% 사인을 했으니까, 포기를 하더라도 포기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말이다.
△김용하
인센티브를 어떻게 주냐.
△김연명
김원섭 교수가 뼈아픈 얘기를 했다. 저도 이번에 해보니까 외국에서 연금개혁하는 데 왜 수 년이 걸리는 지 알겠더라. 전체 의원들이 모여서 실무기구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면 공무원단체가 조직으로 가서 논의 안건을 공지하고 동의를 얻어와야 하는 프로세스가 있어야 했다. 그런데 그런 프로세스가 우리는 다 생략된 게 사실이다. 저 역시 연금 전문가로 참여했는데, 논의 안건들을 학계 주요한 분들한테 알리고 이게 나라 장래에 맞는 거냐, 이익단체들이 이런 거 요구하는데 이건 무리 아니냐 등등 이런 의견을 들을 기회가 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채 몇 주 안에 안을 다 만들어야 했다.
소통의 문제가 분명히 있었다. 대타협기구에 3개 분과가 있었고 거기 노후소득분과에서 국민연금 관련한 회의만 8차례 했다. 복지부 담당 국·과장 오고, 금융감독원 등에서 자료 요청받은 것도 많다. 그런데 이게 외부로 하나도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언론에서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해소 문제를 왜 다루지 않냐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사각지대 해소 방안을 공무원단체에서 요구해서 합의안에 다 포함돼 있고 방향이 다 나와있다. 이건 앞으로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설치되면 관련 분과 만들어서 논의가 되야할 부분이다. 그런데 정보가 충분히 전달이 안되니까 언론도 그렇고 연금 전문가들도 언론에 부정적인 견해를 말하는 것 같다.
50%에 대해서 실무기구에서 합의했는데 법적인 권한이 없으니 보장이 필요했다. 야당과 공무원단체 쪽에서는 공무원 연금 양보하는 것은 현금을 주는 일이고, 반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한 합의는 사실상 어음을 받는 것인데 여당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래서 여당이 공적 연금 강화를 반드시 한다는 약속의 의미로 양당 대표와 양당 원내대표가 싸인을 하는 ‘투 플러스 투(2+2)’ 방식을 제안해 정치적 보증을 해주기로 한 것이다. 50%를 못받겠다고 하는 것은 잉크도 마르기 전에 어음을 부도처리 하겠다고 나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대타협 모델이 지금은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회적 대타협의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본다. 다시 시도가 될 것이다. 이때문에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김원섭
50%는 포기하는 게 맞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연금 개혁이다. 50% 때문엔 공무원연금 개혁까지 물건너가는 것은 문제다. 순차적으로 해도 된다.
△김연명
공무원 연금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그것마저 무한정 미루는 것은 문제다.
50%가 어느날 갑자기 툭 튀어 나온 것은 아니다. 2007년도 국민연금 개혁할 때 보험료 12.9% 소득대체율 50% 다수안이었다. 연금 전문가들 사이에서 40%는 너무 낮아서 보장이 안 되니 최소한 50%로 가자는 광범위한 합의가 있었다.
또 하나 50% 올린다고 해도 월 200만원 소득자 기준으로 25년 가입하면 60만원 정도 받는다. 최저생계비가 61만7000원이다. 25년 정도 성실하게 직장 생활하고 가정 꾸렸을 경우 나중에 받는 연금액이 최저생계비 정도는 되야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마치 50%로 올리면 연금 수급액이 지나치게 많아진다는 오해가 있다.
■사회-지속가능한 노후소득보장체계는 어떻게 가능하냐.
△김태일
김연명 교수님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진짜 1.1%만 올리면 된다고 생각하시는 거냐?
△김연명
제가 개인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이유다. 1.1% 포함된 보건복지부 문건이 왜 나왔냐 하면, 제가 노후소득보장 분과에 있었다. 그런데 노동계에서 처음에 소득대체율을 60%로 올리자는 안을 갖고 왔다. 새정치 쪽에서는 45%로 하자고 했다. 내가 가만히 듣다보니까 무의미한 논쟁이다. 소득대체율 인상은 곧 보험료가 조정돼야 할 문제인데, 그런 고려없이 45, 60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ㅇ없으니 재원 조달 방안을 생각해보자고 했다.
2007년에 연금개혁할 때 기금 소진 시점을 2060년으로 잡았으니, 그 기준으로 소득대체율 50% 상향할 경우 보험료율 조정 방안을 보건복지부에 요구했다. 이미 추계된 바가 있는데 소진 시점을 변동하는 것은 너무 무리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기금 소진 시점을 2060년으로 픽스한 것이다. 그랬더니 보건복지부가 10.01%, 즉 지금 9%보다 1.01% 인상하면 된다는 안을 갖고 왔다. 그거 보고 장기적으로 2~3%만 올리면 기금 소진 시점을 2060년 이후로 연기할 수 있겠구나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합의문에 싸인을 하고 보니 갑자기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보험료 18% 인상, 보험료 폭탄 얘기가 나오더라. 그건 애초 50% 올리면 1.01%만 올리면 된다고 했던 복지부가 갖고 온 내용과도 다른 것이었다. 그래서 그 자료를 공개한 것이다. 그런데 이게 돌고돌아서 1%만 올리면 50%가 가능하다는 단정으로 맥락없이 전달됐다. 2060년까지 기금 소진하고 2061년부터 당장 20% 이상 보험료 인상하자는 연금학자는 어디에도 없다.
■사회-교수님들이 갖고 계시는 구체적인 보험료 인상 방안은 무엇이냐.
△김연명
2013년에 나온 장기 재정 추계 모델에서는 연금 적립 기금 규모가 계속 늘어나다가 2040년을 기점으로 축소되기 시작해 20년 뒤인 2060년에 기금이 소진된다.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돼 있던 몇백조에 이르는 기금이 20년 동안 모두 현금으로 지급된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심각한 경제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기금 소진 시점을 연기해야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금을 연착륙시키는 과정에서 적립 기금 규모를 어느 정도로 할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다. 2013년에 재정 추계를 할 때 적립금 규모에 따른 재정 운영 방안을 5가지 정도로 제시했는데, 문형표 장관이 말한 18%는 2013년 추계 모델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부분, 즉 적립 기금 규모를 우리나라 GDP의 140%로 유지한다는 방안에 근거한 인상률이다.
△김원섭
먼저 50% 소득대체율 인상을 위해 보험료가 얼마나 필요한가에 대한 최근의 논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사실 2013년 재정계산을 할 때 재정 목표를 적립배율 2배, 적립배율 5배, 수지적자 미발생, 일정 적립배율 유지 4가지로 제시했을 뿐 그 중 하나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이번에 문형표 장관이 소득대체율 50%로 인상하기 위해서 보험료를 18%로 올려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재정 목표를 위의 4가지 중 하나인 일정 적립배율 유지로 잡았을 필요보험율을 계산한 것이다. 틀린 것이라 할 수 없다. 결국 현재의 재정추계 방식으로는 이렇게 계산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다른 필요보험료를 제시하려면 다른 재정추계방식을 제시해야 한다. 2013년에 재정계산시에 국민연금 기금 소진 문제와 관련한 현재와 다른 대안을 논의했으나 결국 못 만들었다. 대안적인 기금 연착륙 방안이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그게 안되니 이런 소모적인 논란이 생긴다. 지금이라도 노조나 야당에서 대안적인 재정안정화 방안, 즉 기금소진의 연착륙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해서 소득대체율 인상에 필요한 필요보험료를 다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연명
그런 대안적인 방안을 구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공적 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자고 양당이 합의한 것이다.
△김용하
재정안정화와 관련한 연착륙 방안을 못 만들었던 것은 전문가가 없어서라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연착륙 방안은 보험료 인상을 전제로 하는데, 경제적·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보험료 인상을 논의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됐다.
△김용하
2007년에 이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와 관련한 국민적 합의가 있었음에도 2015년 현 시점에서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이유는 8년 사이 큰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연착륙 방안을 만드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50%는 그와는 별개의 문제로 완전히 새로운 얘기다. 2007년도에 보건복지부가 보험료율을 12.9%로 하자고 했을 때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가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때문이었다. 그게 보험료율을 고정하고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떨어뜨리게 된 이유였다. 당시에도 소득대체율 50%, 보험료 12.6% 인상을 못받아들이고 현행 보험료 수준을 선택했는데, 지금의 경제사회적인 상황을 보면 그때보다 더 나빠졌다. 출산율은 더 떨어졌고 금리도 더 낮아졌다. 이런 게 모두 연금제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그런 측면에서 당시에도 50%를 선택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50%를 선택할 수 있는 여력이 더 없다.
연금 재정을 둘러싼 상황은 악화했지만, 연금에 대한 인식은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07년 소득대체율 낮출 때만해도 연금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없었다. 연금을 하나의 세금으로 생각했고 연금 보험료는 최대한 덜 내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40대, 50대는 퇴직을 앞둔 상태에서 노후가 막연한 것을 체감하고 있다. 또 저금리 상황에서 연금이 의미가 있는 제도라는 것도 인식하게 됐다. 국민의 인식은 연금 재정안정안 전략을 채택할 때 고려해야할 중요한 부분이다. 2007년도에 소득대체율 40%-보험료율 고정이라는 데 국민적 합의가 있었지만 2015년도 현 시점에서 그걸 고수하는 게 맞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달라진 여건 가운데 또다른 하나는 기초연금제도가 생긴 것이다. 소득대체율 5%일 때는 의미가 없었지만 10%로 인상되고 난 뒤에는 다르다. 10%면 약 20만원 정도인데, 이는 200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굉장히 큰 숫자다. 기초연금이라는 것이 완벽한 제도는 아니지만 하위 70%에 20만원 주는 것은 굉장히 의미있는 제도다. 기초연금제도가 공적연금 제도의 하나로 도입된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또 기초연금를 받은 분들 가운데 소득 하위 30~40%는 국민연금은 없고 기초연금만 받는 경우가 많아 기초연금만으로는 불충분한 상황이다. 이런 분들 노후소득보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노후소득보장 체계 전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초고령화라는 어두운 미래를 앞두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국민들은 불안한 미래 그 이상으로 불안해 한다. 이러한 불안에 대해 터놓고 얘기할 시점이 된 것이 분명하다.
공무원 연금 개혁과 국민연금을 연계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50%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애초 공무원연금 개혁을 시작할 때 공무원 연금 자체의 재정안정화 문제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에 견줘 공무원연금의 급여 수준이 너무 높으니 형평성 차원에서 이를 맞추자는 인식이 있었다. 결국 국민연금을 노후소득보장체계의 기준점으로 놓고 거기에 맞춰 공무원연금을 개혁하자는 게 국민적 공감대였던 것이다.
하지만 제가 볼 때 국민연금이 이상적인 공적 노후소득보장체계라는 것은 국민들이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한 사안이 아니다. 지금이 노후소득보장체계에 대해 포괄적인 논의를 시작해야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한 뒤에 지금 이 상태가 최고라는 결론이 나오면 수용하면 되는 것이고, 또 다른 대안이 있다면 그쪽으로 다시 개혁을 해야 한다.
△김원섭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로 얼마가 적당한 지를 보려면 외국 연금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외국 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보면 명목 소득대체율은 52~58% 정도되는데, 실질 소득대체율은 일본이 16%~38%, 미국이 33%, 독일이 28%, 캐나다가 28% 수준이다. 우리는 명목 소득대체율이 국민연금 40%와 기초연금 10% 더해서 50%인데, 실질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20%에 기초연금 10% 더해서 30% 정도 된다. 실 급여수준이 낮긴 낮은데 외국에 견줘 엄청 낮다고 볼 수 없다. 이게 문제다. 낮은 명목 소득대체율이 문제가 아니고 가입기간이 짧고, 크레딧 제도가 미미하고, 사각지대가 엄청 넓어서 안그래도 낮은 명목 소득대체율조차도 적용되지 않는 게 문제이지, 무작정 명목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린다고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김연명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소득대체율 합한 것이 외국에 견줘 낮지 않다고 하는 게 현재 유통되고 있는 팩트인데 이에 대해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현재 그런 팩트가 근거한 자료는 OECD 데이터인데, 최근 제가 확보한 EU 데이터를 보면 다른 수치가 나온다. OECD 데이터에서는 명목 소득대체율이 40~50% 밖에 안 되는데, EU 데이터에는 60~70%로 나오더라. 이런 차이를 학계에서 검증해야 한다. 그동안 저는 한국의 명목 소득대체율이 외국에 견줘 낮다고 주장해왔는데 검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부분에 대한 논쟁은 유보하려고 한다.
△김원섭
보험료율 인상 얘기할 때 우리가 간과하는 게 있다. 2007년 국민연금 개혁 이후 제가 관계했던 학자들과 인터뷰를 했다. 굉장히 흥미로운 대목은 보건복지부 이외에 아무도 보험료 인상에 찬성하는 사람이 없었다. 한국에서 보험료를 인상하는 게 이렇게 힘들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보험료 인상과 관련해 또 하나 간과하는 것은 기업 부담에 대한 것이다. 특히 퇴직연금에 대한 기업 부담이 크다. 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퇴직금이나 퇴직연금 가입이 강제적이면 비례연금 없이 기초연금만 도입한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에 소득비례식 국민연금이 또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퇴직연금 기업 부담분 8.3%에 국민연금 부담분 4.5%까지 부담하는 것이다. 연금에 대한 기업의 부담분이 이미 아주 높은 것이다. 그래서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은 기업이 부담하고 있는 퇴직연금에 대한 부분을 조정하지 않으면 상당히 어렵다.
△김태일
기금 소진 시점까지 기금 소진하고 소진 직후 부과식으로 바꿔서 20%로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연금 지급액을 2~3년치 적립해두고 부과식으로 하는 수정적립식도 대안 아니다. 부과식으로 하는 선진국이 있지만 부과식이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선진국 선례 봤기 때문에 다른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적립금이 쌓이는 것을 꼭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일정 부분 강제저축 성격도 갖고 있다. 저축률이 계속 낮아지는데 국민연금은 일종의 국민 저축이다. 사실 저는 국민 연금이 저축기능이 있기 때문에 기금이 쌓여서 규모가 커지는 것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나친 규모는 문제이지만 어느 정도는 안정적으로 적립금 규모를 유지해 국가 경제가 성장하는 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저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지 않고 40%를 유지한다고 해도 보험료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2030년 전후로 인상해야 한다. 50%로 올리는 데 대해 국민들이 동의하면 상향할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지금 내는 것 보다 많이 받게 돼 있는데 소득대체율을 10% 올릴 경우 기금의 수지균형은 맞춰줘야 한다. 소득대체율 40% 유지해도 보험료 인상해야 하는데, 50%로 상향할 경우에는 보험료를 분명히 올려야 한다. 따라서 50% 논의를 할 때 기금의 수지균형을 맞추기 위해 필요한만큼의 보험료 인상하는 데 대해서도 합의를 해야 한다. 앞으로 보험료 인상에 대한 논의를 할 때, 기금의 수지균형을 맞추기 위한 인상요인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사회-세대 간 형평성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하나
△김연명
보험료율 9%로 가다가 2060년에 기금 소진되고 2061년부터 20% 부과로 가는 것은 후세대에 대한 도적질이라는 논리는 너무 단순하다. 일단 현 세대가 부과식이 아닌 기금을 쌓는 적립식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투자수익금이 많이 생겼다. 그만큼 후세대 부담을 줄여주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로 기금 쌓아놓은 게 좋다는 데 저도 동의한다. 우리가 이미 적립식으로 시작했고 따라서 급격하게 부과식으로 이행하는 게 좋지 않다는 것에도 이견이 없다. 다만 어느정도 규모로 적립금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 문형표 장관이 소득대체율 50%로 올리면 보험료 두 배, 18%로 인상해야한다고 주장한 것의 근거가 된 추계 모델을 보면 적립금 규모가 17년치 지급액, 무려 GDP의 140%가 된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쌓아놓고 있는 게 일본인데 GDP 25%다. 이것도 많이 쌓아뒀다가 80년~90년 동안 채권이나 주식 등에 들어가 있던 기금을 현금 유동화시킨 결과다. 기금을 쌓아놓는 방식이 후세대 부담을 꼭 줄여주는 것 아니다. 기금 대부분이 채권에 가 있는데, 그게 다 미래 세대 부담이다. 현재 490조 적립금 가운데 270조가 나중에 정부가 갚아야 할 국공채에 들어가 있다. 적립식에도 후세대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이런 부분 간과하고 부과식에 대해서만 ‘후세대 도둑질’ 운운하는 것은 너무 정치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안좋은 발언이다.
얼만큼 적립하고 적립한 기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적립금 포트폴리오, 현 세대의 이중부담 문제 등을 고려해 후세대가 내야할 보험료 인상 플랜을 어떻게 짤 것이냐, 어떻게 짜는 것이 세대 간 형평성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김태일
김 교수님 말씀대로 적립된 기금을 모두 소진하지 말고 그 이전에 적정 규모의 적립금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는 대부분의 연금학자들이 동의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김 교수님 말씀 중에 채권 투자가 미래세대 부담이라는 부분은 오해를 바로잡고 싶다. 정부가 빚을 진다는 것이 미래 납세자의 부담인 것이지 국민연금 적립금을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미래 납세자의 부담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국민연금 적립금에서 돈을 빌리지 않았다면, 다른 곳에서 빌렸을 것이다. 국민연금 적립금을 채권 대신 주식에 투자하고, 정부는 다른 곳에서 돈을 빌린다고 하자. 어디에서 빌렸든 정부 빚은 미래 납세자의 부담이다.
그리고 김연명 교수님이 현 세대는 이중부담(부모도 부양하면서 연금보험료도 내는 것)을 하니 현세대의 보험료를 낮게 유지해서 이중부담의 일부를 미래세대로 넘겨도 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생각이 다르다. 아무리 현재는 연금수급자가 많지 않아서 부모를 부양하는 자식들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해도, 과연 우리 세대와 자식 세대 중에서 어느 세대의 노인부양 부담이 더 클 것인가? 자식세대의 고령화율은 지금보다 3배 이상이 된다. 자식세대는 현행보다 연금수급자 비율이 높아진다고 해도, 그 당시의 사회가 지금보다는 노인부양 부담이 훨씬 클 것이다. 연금뿐만 아니다 의료 지출도 고령화에 따라 급속히 늘어난다. 사실 미래의 의료비 지출 문제는 연금 지출 문제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우리세대의 노인부앙 부담이 자식세대보다 더 많다는 것은 억지다.
△김연명
동의한다. 의료비 부담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한다. 나 역시 수차례 강조했다. 미래 세대 부담의 핵심은 의료 보험이다. 후세대 진짜 걱정하면 의료비를 막아줘야 한다. 아니면 폭탄된다. 그에 대해서는 의견 차가 없다.
■사회-노후소득 보장 체계와 관련한 다양한 방안들 말씀해달라.
△김원섭
우리나라 노후소득 보장 체계의 가장 큰 문제는 소득대체율이 아니라 불평등이다. 연금수급자가 세 개의 계급으로 나누어진다. 공무원연금수급자는 평균적으로 220만원, 국민연금수급자는 32만원, 기초연금 수급자는 20만원을 받는다. 이를 해소하는 개혁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노후소득 보장 체계가 대단히 다층화되어 있다. 기초연금이 있고, 국민연금이 있고, 퇴직연금도 있다. 이걸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개혁의 관건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다른 나라들을 봐도 연금지출을 높인다고 노인빈곤이 다 낮아지지 않는다. 해외의 연금제도를 부담과 효과 측면에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스는 GDP 15%를 연금으로 쓰는데 노인빈곤율이 15%다. 고부담 고빈곤 형이다. 독일은 GDP 11.3%를 쓰고, 노인빈곤율 10%다. 중부담 중빈곤 형이다. 캐나다는 GDP 4.5%를 쓰는데 노인빈곤율이 5%에 그친다. 저부담 저빈곤 형이다. 즉, 공적연금 재원을 많이 쓴다고해서 노인빈곤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구조로 어떻게 투여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캐나다를 비롯한 노인 빈곤율이 낮은 나라의 특징은 각각의 연금제도가 서로 보완적이고 충돌하지 않는다. 캐나다는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노인에게 지급되는 보편적 성격의 기초연금이 있고, 소득에 비례해 지급되는 연금이 또 있다. 반면 빈곤율이 높은 그리스는 소득비례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높지만 사각지대가 아주 크다. 또한 기초연금 급여수준이 낮다. 이런 구조에서 소득비례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여도 일부 연금수급자만 혜택을 보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해 노인빈곤이 높은 것이다.
우리는 최소한 그리스로는 가면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과 캐나다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독일은 비례연금인 국민연금을 강화하면서 보험료를 인상하고 받는 돈, 즉 급여액을 낮추는 방식으로 했다. 그리고 국민연금을 적게받거나 못받는 사람에게 선별적으로 연금을 지급한다. 이런 방식은 독일보다 노인빈곤율 높고, 사각지대가 넓은 우리나라에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독일식으로 가는 것에 대해 저는 반대한다.
이보다는 저부담 저빈곤 형인 캐나다식으로 가는 게 좋다고 본다. 캐나다식으로 가려면 가장 중요하게 해야할 일이 기초연금 강화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가운데 어떤 것을 강화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국민연금은 보험료 인상이 어렵고 사각지대가 크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향후에 인상하고 개선해야 할 것은 기초연금이다. 지금 기초연금의 소득대체율이 10%인데, 받는 사람들의 범위가 아직은 좁아서 불완전하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동시에 수급해야 최저생계가 보장되는 수준이데 국민연금 수급자의 절반 정도만 동시수급을 하고 있다. 이는 기초연금의 포괄범위를 소득 하위 70%로 낮추었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의 수급자 범위를 하위 80~90%까지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초연금을 강화하면 국민연금 보험료는 9~10% 현행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고, 소득대체율을 상향하지 않아도 된다. 국민연금의 경우 보험료 인상하면 대기업 노동자들이나 좋지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등은 보험료 부담을 감당할 수 없어 국민연금 제도에서 이탈하게 된다.
또 하나 퇴직연금이 방치돼 있는 것도 문제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퇴직자들이 퇴직연금으로 안 받고 모두 일시불로 받는다. 현재로서는 연금이라고 볼 수 없다. 기업은 분명 연금에 대한 부담을 지고 있는데, 이게 연금 효과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퇴직연금이 연금의 기능을 확실히 하게 되면 상위 소득층은 적정한 연금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노후소득보장 체계 개혁의 목표를 불균형을 개선하는 것으로 삼아야 한다. 각 연금 간 불균형을 맞추고 각 연금이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일단 기초연금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다.
△김연명
기초연금 강화하자는 김원섭 교수님 얘기는 연금학자들이 각자 갖고 있는 노후소득 보장 방안 가운데 하나다. 이번에 노후소득보장분과에서 금융감독원에 퇴직연금 관련 자료 받아보니, 중간 소득층 이상은 모두 가입하고 밑에는 하나도 못들더라. 개인연금도 해약률이 60%가 넘어간다. 임금 소득 분포로 볼 때 극소수만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끝까지 갖고 간다는 것이다. 퇴직연금이 100%는 아니더라도 중산층 정도는 포괄할 수 있으면 국민연금 굳이 조정 안해도 된다. 그런데 중산층들 상당수가 이걸 못 지킨다. 개인연금도 퇴직연금도 노후 소득 보장을 못해준다. 남은 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다. 그런데 기초연금은 박근혜 정부에서 소득 하위 70% 이하 지급으로 답이 나왔다. 현재로서는 국민연금을 통해 노후소득을 강화하는 방안만 남아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기초연금 개혁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당분간 제도 변동이 있기는 어려우니 국민연금부터 손보자는 것이다. 그런 문제의식이 소득대체율 50%로 대표돼 들어가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50% 요구는 대단히 소박한 것이다.
△김용하
노후소득보장체계의 중심은 국민연금이다.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는 것보다 40%로 유지되는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사각지대 없이 전 국민에게 의미있는 제도로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노후소득보장 분과에서 도출한 크레딧 제도나 취약계층 사회보험료 지원으로 사각지대 해소될 일이냐. 그렇게 보지 않는다. 국민연금에는 다양한 계층이 가입해 있는데,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면 계층 간 불평등만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이미 노인이 되어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없는 사람들한테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과는 다른 논의가 필요하다. 현행 기초연금이 이분들의 노후 소득을 제대로 보장해주고 있느냐와 관련된 논의를 해야하는 것이다.
사실 기초연금제도는 선거 때마다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2007년에 연금개혁 할 때 기초연금 도입했는데 5%를 10%까지 상향하는 부분에서 이행이 안되고 있다가 2012년 대선 때 10% 공약나오면서 결과적으로 이행이 됐다. 내년 총선 때, 다음 대선 때 선거 공약에 기초연금 강화 얘기 분명히 나온다. 기초연금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과 관련한 논의도 선거 국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에 대한 것 역시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나온다. 이른바 ‘연금정치’는 지속될 것이다.
퇴직연금 제도에 있어서는 기업 부담률이 높은 게 사실이다. 8.3%인데 국민연금에 대한 기업 부담분 4.5%의 거의 2배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그에 견줘 노후소득 보장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미미하다. 퇴직연금은 일종의 법정 연금 제도인만큼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더불어 자영업자가 많은 부분, 남녀로 봤을 때 여성은 경제활동인구의 50%를 겨우 넘기 때문에 국민연금 가입이 어려운 상황 등도 고려한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소득대체율 50% 상향으로 노후소득보장 문제 해결될 수 없다. 사회적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 안에서 모든 부분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가 안되면 내년 총선에 각 당 선거 공약으로 들어가야 한다. 나아가 2017년 선거공약에도 등장해야 한다. 선거를 통해 각 당이 주장하는 노후소득보장 체계에 대해 국민들 의견 묻고 합의해 나가야 한다. 짧게 보지 말고 길게 봐야 한다.
저는 기초연금과 소득비례 연금 이중구조가 맞다고 본다. 조세로 충당하는 기초연금을 보편적으로 지급하고, 거기에 개인이 소득에 따라 넣은 만큼 가져가는 소득비례연금으로서의 국민연금을 더하는 방식이 좋다.
현재로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에 기초연금이 어정쩡하게 10% 정도로 들어와 있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합의해야 한다. 나아가 국민연금을 기초연금처럼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1인1연금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사실 부부가 소득대체율 20%짜리 국민연금을 1개씩 갖고 있으면 둘이 합해 40%니까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노후소득보장 체계와 관련한 종합적인 논의 가운데 기업 부담 인상 요인이 문제가 되면, 퇴직연금 역할을 재조정할 수 있다. 기업 부담 8.3%에 견줘 국가적으로 하는 역할이 너무 적다. 과거 국민연금 도입할 때 퇴직연금 부담분의 3% 정도를 국민연금 부담분으로 돌려줬는데, 향후 8.3% 가운데 5.3%는 퇴직연금 부담분으로 두고 3%는 국민연금 부담분으로 돌려주는 방식 고민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방안들 검토해 연금 체제 대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김연명
1인1연금제 논의는 먼 미래로 두고 당장 퇴직연금 기업부담분 3%를 국민연금 재원으로 갖고 오는 것에 찬성한다. 이는 당장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퇴직연금보다 국민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훨씬 좋기 때문에 기업이 이왕 부담하는 부분을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
△김원섭
퇴직연금은 자영업자에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자영업자는 어떻게 하냐.
△김용하
일반근로자와 자영업자의 보험료 부담이 같을 필요는 없다. 소득 비례 최저연금 개념이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근로자의 국민연금 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김태일
제가 오늘 기획재정부 세미나에 참석해서 발표한 내용도 비슷하다. 1인1연금제, 최저연금보장을 제안했다.
제가 생각하는 노후소득 보장체계는 1인1연금제, 최저연금보장이다. 소득대체율 40%, 50% 얘기하는데, 이렇게 비율로 접근하게 되면 생애 평균 소득이 턱없이 낮은 하위 소득 계층에게는 실질적인 노후소득 보장을 해줄 수가 없다. 노후에 최저생계, 적정한 생계를 꾸리기 위해서는 50만원이든 60만원이든 1인당 최소 얼마큼의 연금액을 보장해야 한다는 논의가 더 실효성이 있다.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최저액을 보편적으로 지급하고, 그 이상은 각자 소득에 비례해 받게 하는 게 노인빈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도 효과적인 방안이다. 한국의 최저연금액이라는 게 현재로서는 기초연금 20만원인데 이게 공적연금으로서 기능을 할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가 가장 시급하다고 본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적극적인 크레딧 제도 등을 통해서 1인1연금제로 가야 한다. 그리고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를 통해서 최저연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데도 대부분 동의할 것으로 본다.
이런 부분을 논의하는 사회적 기구가 출범하면 좋겠다.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시작한 일이 우연찮게 공적연금 강화 논의 국면까지 왔는데 대단히 좋은 기회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런 국면을 살렸으면 좋겠다.
△김연명
노후 소득 보장 강화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이 됐든, 증세가 됐든 재원이 필요하다. 나름 경제대국인데 노인빈곤율이 40%에 이른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재원 부담을 해야 해결이 되는데 현재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금 얘기만 나오면 정치인들이 모두 두손을 들어버린다.
국민연금 문제를 떠나서 공동체를 위해 각자 부담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합의를 이뤄야 한다. 자기가 내고 자기가 받아가는 보험료만 해도 인상이 어려운데 기초연금 강화 등을 위한 증세는 더 힘들다. 보험료 인상 부분이 정치인들 합의 과정에서 빠진 것도 다 이런 부담 때문이다. 다만 소득대체율 50%가 재원 조달과 관련한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게 무산될 경우 재원 조달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 그런 상황에서 공적 연금 강화, 노후소득보장 체계 개혁 등의 논의도 한계가 있다고 본다.
△김용하
비용 부담을 더해야한다는 것을 떠나서 복지 비용 부담은 자기한테 돌아오는 것인데, 여기에 반감을 갖고 있다는 것은 국가와 정부와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탓이다. 그런데 소득대체율 50%를 못받고 보험료 부담을 높이는 것으로 기정사실화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많이 쌓였다. 50%라는 수치를 전반적인 복지 증진의 계기로 삼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다.
전반적으로 노후소득보장 체계에 대한 논의를 원점에서 해야한다. 비용 부담에 대한 논의도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획일적으로 50% 정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재원을 효과적으로 조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되도록 하는 것이 맞다.
진명선기자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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