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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딸은 울고 나는 웃는다

등록 2015-08-18 19:57

시니어 통신
“엄마 이게 다야?” 저녁 밥상머리에 앉은 딸이 물었다. 밥상엔 회 한 접시와 파김치, 상추, 초고추장에 간장 그리고 소주가 놓여 있었다. 나는 눈치를 채고 오늘 결혼식 뷔페에서 환갑잔치를 겸사겸사 잘하고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딸은 “그게 말이 돼?” 하며 할머니를 원망하는 눈초리로 쳐다보며 울음을 왈칵 쏟았다. “아빠 환갑 때는 온 가족이 모여 반찬도 많이 하고 외식도 하고 하더니 엄마 환갑에는 이게 뭐냐”며 따지고 들었다.

내가 당황해서 “아냐, 할머니가 잔치 준비하신다는 것을 엄마가 싫다고 했어”라며 달래도 딸은 “엄마야 미안하니까 싫다고 했겠지만 다들 너무 차별하는 것 아니냐”며 계속 울먹거렸다. 옆에서 고모가 “엄마 환갑은 자식들이 챙기는 건데, 네가 그러면 말이 안 되지”라고 말했다.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딸은 “내가 지금 형편이 안 돼 못 하니 더 화가 난다”며 “그렇다고 아빠와 엄마 차이가 이렇게 나니까 그렇지”라면서 더 서럽게 울었다. 나는 딸을 꼭 껴안아주며 눈물을 삼키며 웃고 있었다. 이 상황이 얼마나 흐뭇하고 딸아이가 사랑스럽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며칠 전 시어머니는 “일요일엔 결혼식이 있으니 토요일에 밥이라도 먹자”며 내 환갑상을 시누이더러 준비하라고 하셨다. 나는 괜찮다며 거절했다. 결국 내가 준비해야 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대신 시댁 6촌 조카 결혼식에서 겸사겸사 환갑잔치도 하자고 웃으며 결정했다. 일요일 결혼식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던 딸아이는 그 내용을 듣지 못했다. “결혼식만 아니면 강원도 여행을 하려 했다”며 미안해하던 남편은 “할 수 없으니 집에 돌아가는 길에 수산시장에 들러 회를 떠 가자”고 했던 것이다.

다음날 아침 출근하는 딸이 편지를 내 주머니에 넣어줬다. ‘아주 멋진 엄마께’로 시작해 어려운 상황에도 현명하고 열심히 끝까지 살아준 엄마를 사랑하며 존경한다고 쓰여 있었다. 얼마나 살 만한 인생인가, 얼마나 행복한 인생인가.

소현영(60) 시니어블로거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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