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래 우리나라 노인의 빈곤은 악화일로였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 전체의 빈곤율을 높이는 주 요인이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2인 이상 가구)를 보면, 1990년 노인빈곤율은 13.9%였다. 당시 전체 빈곤율은 7.1%였다. 2014년 노인빈곤율은 31.3%로 치솟았다. 전체 빈곤율도 10.2%로 올랐지만 노인빈곤율 상승폭이 훨씬 컸다. 두 비율의 격차는 6.8%포인트에서 21.1%포인트로 벌어졌다. 1인 이상 농가가구를 포함해 산출한 노인빈곤율 통계는 더 나빠, 2010년께 이미 45%대까지 치솟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평균(13%)에 견줘 거의 세 배에 이르는 수치다. 왜 서구 선진국과 달리 유독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노인빈곤이 가파르게 악화됐을까? 6일 구인회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논문 ‘노인빈곤의 악화 요인 분석’을 보면, 연구팀은 우선 1996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가구를 20~59살 노인과 자녀가 없는 성인가구, 0~59살의 노인 없이 자녀만 함께 사는 성인 및 자녀동거가구, 노인이 1인 이상 포함된 노인포함가구 등 세 집단으로 나눈 뒤 각각의 빈곤율을 계산해보았다. 이 결과, 성인가구 빈곤율은 6.2%에서 8.2%로 소폭 올랐는데 그쳤고, 성인 및 자녀동거가구는 6.3%에서 5.9%로 오히려 낮아졌다. 하지만 노인포함가구는 17.8%에서 31%로 크게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빈곤율은 8.7%에서 13.3%로 4.6%포인트 증가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 전체 빈곤 증가의 대부분은 노인포함가구의 빈곤에 기인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왜 노인이 포함된 가구에서 특히 이렇게 가파르게 빈곤이 심화됐을까? 구 교수팀은 이를 위해 이번에는 노인포함 가구만을 별도로 자녀가 노인을 부양하는 가구, 노인이 자녀를 부양하는 가구, 노인만으로 구성된 노인세대가구 등으로 나눈 뒤, 이들 각 가구 수가 지난 1996년에 비해 2014년에 얼마나 증가했는지와 각 가구 유형별 빈곤율을 함께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 자녀가 노인을 부양하는 가구 수는 1994년 전체 노인이 포함된 가구 중 44.7%였는데, 2014년엔 14.4%로 줄었다. 노인이 자녀를 부양하는 가구도 같은 기간 24.4%에서 23.9%로 미세하게 줄었다. 이들 두 유형의 빈곤율은 2014년 기준 각각 14.3%, 20.4%였다. 하지만 노인세대가구는 같은 기간 30.9%에서 61.7%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노인세대가구는 빈곤율이 54.9%였다.
구 교수팀은 “이번 연구결과는, 9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의 극심한 노인빈곤 악화가 노인들이 자녀들과 떨어져 따로 사는 노인들만의 독립가구화와 고령화 흐름 등 인구특성 요인이 가장 강하게 작용했음을 잘 보여준다”면서 “노인빈곤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이런 시대 추세에 맞는 공적 노후소득보장제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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