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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한국인 4명에게 ‘목숨’ 나누고 떠난 이주노동자

등록 2018-03-05 17:25수정 2018-03-06 08:54

부산서 6년 일한 미얀마인 윈톳쏘
작업중 사고로 뇌사 빠져 장기기증
유족 “생전 항상 어려운 사람 도와”
정부 장례지원금마저 기부하기로
한국인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숨진 윈톳쏘의 생전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한국인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숨진 윈톳쏘의 생전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미얀마 출신 한 노동자가 한국인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은 장기기증 때 정부가 지급하는 장례지원금마저 기부하기로 해 그와 그 가족의 선행이 화제가 되고 있다.

5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6년 동안 부산 지역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해온 미얀마인 윈톳쏘(45)는 지난 1월21일 작업 중에 추락 사고를 당했다. 뇌출혈 증상이 있어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호전됐으나 20여일 뒤 갑자기 심장 정지가 발생했다. 2주 동안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은 윈톳쏘는 결국 뇌사 상태에 이르렀고 의사의 설명을 들은 그 가족들은 지난달 27일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윈톳쏘는 지난 3일 심장과 간장, 신장(좌·우)을 4명의 소중한 생명에게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윈톳쏘는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3남1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났다. 2012년 2월 취업비자로 한국에 들어왔다. 성실히 근무한 점을 인정받아 회사로부터 우수 외국인 노동자로 선발되기도 했다.

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는 “윈톳쏘 가족들 말을 들어보면, 그는 자신보다 남을 더 먼저 살피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미얀마에선 10살에 불교 의식을 행하는 전통이 있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워 의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사비를 털어 도와주기도 했고, 신장 수술을 한 고모의 병원비를 지원해주는 등 어려운 사람을 위해 늘 나누고 봉사하는 생활을 해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윈톳쏘의 형제들은 “미얀마는 불교 문화권으로 장기기증 문화가 있다. 생전에 좋은 일을 하면 후생에 좋은 인연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동생은 평소 어려운 사람을 보면 항상 나눠 주려 했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 동생도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윈톳쏘의 가족들은 장기를 기증하는 경우 국가에서 주는 장례지원금 전액마저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며 병원 쪽과 협의해 어린이를 돕는 한 기관에 기부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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