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42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016년 3월 20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대한문 앞에서 2016년 아동학대로 숨진 채 발견된 아동 8명을 추모하는 영정을 들고 아동학대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시민사회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아동학대 범죄에서 피해 아동이 숨지지 않았다면 가해자의 75%가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형 선고는 25%에 그쳤다. 1998년부터 2016년 5월까지 아동학대 범죄에 해당하는 판결문을 검색해 총 532건을 분석한 결과다. 또한 2001년~2015년 판결이 선고된 아동학대에 따른 사망 사건 32건(피고인 46명)의 재판 결과를 분석했더니 10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다만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된 이후로는 사망 사건의 재판에서 집행유예형은 선고되지 않았다. 19일은 여성세계정상기금(WWSF)이 지정한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내는 <보건사회연구> 최근호에 실린 ‘한국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입법적·사법적 관점에서의 변화과정 연구’를 보면, 1998년~2016년 5월 아동학대 범죄 관련 판결문 532건 가운데 339건(63.7%)은 집행유예, 60건(11.3%)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9년 동안 실형을 선고받은 가해자는 25%에 해당하는 133명이었으며, 이들은 평균 41.5개월(3년5.5개월) 징역형을 살았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을 학대하는 행위는 징역 5년 이하, 벌금 5천만원 이하의 형사처벌을 받도록 돼 있다. 관련 연구를 진행한 이세원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법정형의 최소 기준이 아니라 상한선을 규정함으로써, 가해자에 대한 형벌을 강화하고자 한 법 개정의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질 여지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세원 선임연구원은 아동학대 범죄와 관련한 입법·사법 변화를 크게 3가지 시기로 구분했다. △국가가 아동학대에 거의 개입하지 않았던 2000년 이전 △아동복지법 전면 개정으로 아동학대를 ‘개인’이 아닌 ‘사회문제’로 보기 시작한 2000~2014년 ‘미온적 아동학대 개입 시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된 2014년 이후의 ‘응보적 아동학대 개입 시기’ 등이다. 2000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아동학대는 부모와 자녀 간에 발생한 일로 보아 국가에 관리·감독 책임을 묻지 않았다. 2014년 이전까지는 아동학대 기준이나 정도 등에 대한 판단이 법에 명시되지 않았다.
이 선임연구원은 “현재 아동학대에 대한 법원의 책임을 가해자의 양형 강화에 두는 시기에 와있다면, 앞으로는 범죄 피해자인 아동의 권리 보호, 가해자인 부모와 피해자인 아동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회복적 아동학대 개입의 시기’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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