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일부 교육청 사교육 조장 행위”
서울 마포구에 사는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ㄱ씨는 자녀의 학교 준비물을 챙겨줄 때마다 모바일 알림장 앱을 통해 내용을 확인한다. 학교에서 특정 앱을 지정해 설치해달라고 공지하면서 푸시 알림을 꼭 켜 놓고 누락되는 내용이 없는지 수시로 확인해달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모바일 앱으로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한 점이 있지만, 문제는 화면에 꼭 함께 뜨는 학원 광고다. “알림이 너무 자주 울리는데 학원 광고가 너무 많다 보니 없던 관심도 생기게 됩니다. 원래 사교육 안 시키려고 하는 입장인데, ‘나만 학원 안 보내는 건가’하는 생각도 들어요. 공적인 앱으로 정보를 주면 좋을 텐데 무료로 해준다는 민간업체 앱을 이용하다 보니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선 초·중·고에서 사용을 권장하고 있는 모바일 알림장 앱에 사교육 광고가 무분별하게 게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교육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이 교육당국에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28일 “일선 학교에서 사용하는 모바일 알림장 앱 서비스에 사교육 광고들이 무분별하게 게재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일부 앱은 회원 수가 500만명, 연동된 학교가 1만2천개교에 달하고, 시·도 교육청 곳곳에서는 앱 운영업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있어 학부모들에게는 해당 앱이 공교육 플랫폼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교육걱정이 공개한 한 모바일 알림장 앱 갈무리 화면을 보면, 학급 운영과 관련된 공지사항과 함께 각종 사교육 광고들이 화면에 함께 뜬다. 이 앱을 쓰는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인터넷 카페에는 “학교 소식을 받기 위해 앱 사용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는데, 앱은 매일 사교육과 영재교육, 과소비를 부추기는 광고를 보내온다. 공교육의 정상화를 외치는 교육청과 지향점에 역행하는 공교육 기관의 모습에 혼란스럽다”는 내용이 담긴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실제로 ‘OOO스쿨’, ‘OO스팅’ 등의 모바일 알림장 앱을 보면, 해당 앱들은 학교 인근 학원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현재까지 서비스 제공 학교가 1만1500개로 전국 학교 점유율이 99%이며 원하는 학교의 학부모에게 노출할 수 있는 맞춤형 광고가 가능하다”는 홍보 게시물이 버젓이 떠 있는 것이다.
이에 사교육걱정은 시·도 교육청에 우려를 표명하며 규제와 관리를 요청했지만, 대부분의 교육청은 ‘현재까지 별도의 불편사항이 제기되지 않았다’(인천교육청)거나 ‘민간업체를 규제할 권한이 없다’(서울·경기·충남교육청)는 답변을 해왔다고 밝혔다. 실제 한 교육청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유료 서비스와 무료 서비스가 따로 있는데, 무료 버전에서는 광고가 뜰 수 밖에 없다”며 “해당 업체들도 나름대로 교육과 관련한 광고를 엄선해서 올리는 것으로 아는데, 그마저 못 싣게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은 “강원·제주 교육청에서는 사교육 광고를 일절 게재하지 못하도록 앱 운영업체와 계약 조건을 체결해 관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하지만 일부 교육청들이 공교육의 사교육 조장 행위에 대해 좌시하는 태도는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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