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제2기 취임 3주년 기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들에게 대학 서열화 체제와 현행 대학 입시제도 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조 교육감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면서 자신의 두 아들은 외국어고에 보낸 것에 대해서는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로 저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있다”고 다시 한번 밝혔다.
조 교육감은 6일 재선 교육감 취임 3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1995년 김영삼 정부 당시 교육의 수월성(우수인재 육성)을 강조한 ‘5·31 교육체제’를 대체할 ‘2025 대한민국 미래교육체제(2025 교육체제)’ 구상을 공개했다.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고교학점제 전면 실시, 2022 국가교육과정 중등 적용 시작 등이 주요 내용이다. 조 교육감은 “2025 교육체제에서 그리는 교실은 모든 학생이 온전한 성장을 하기 위한 곳”이라며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이어 대선 후보들에게 “2025 교육체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라며 “핵심은 대학 서열화 체제와 현행 대학 입시제도 개혁에 대한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조 교육감은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 방향과 달리 자녀들을 외고를 보냈던 것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그는 “완벽하지 않은 존재로서의 조 교육감이 자사고 개혁을 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해주시면 좋겠다”며 “자사고에 보내는 학부모 마음도 이해하고, (외고에 보냈다는) 비판에 돌을 던진다면 죄송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이어 “자사고 관련 공약은 서울시민이 저를 선출할 때 부여한 소명이다. 개인적인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널리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조 교육감은 지난달 30일 서울시의회 정례회 본회의 시정질의에서도 자녀를 외고에 보낸 것에 대해 “솔직히 ‘내로남불’이라는 것을 인정한다”고 언급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추모하는 기고문에서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호명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이날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 4월15일 기고문을 게재한 <한겨레>에 요청해 ‘피해 호소인’ 표현을 ‘피해자’로 바로잡은 바 있다. 조 교육감은 “(피해자의) 기자회견 전에는 ‘피해 호소인’과 ‘피해자’라는 표현이 혼용되고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론사에 요청해 수정했다”며 “이 자리에서도 피해자에 대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또 새로운 시장 취임 이후 새로 자리로 돌아가서 일을 하시는 걸로 아는데 정상적 활동을 하시길 소망한다”고 답했다.
조 교육감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 중인
서울형 교육플랫폼 ‘서울런’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에 강남구청이 운영한 ‘강남 인강’과 비슷하다고 이해했는데, 자세히 보니 전혀 구조가 다르다. 강남구청은 일타 강사를 개인으로 초대해 강의하고 스튜디오 촬영을 해 콘텐츠를 게시하는데, ‘서울런’은 사교육 학원과 협약해 통으로 예산을 주는 방식이더라”며 “이 부분은 교육적 판단 아래 정밀하게 논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내년에 있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3선에 대한 의지도 기자회견의 화두가 됐지만, 조 교육감은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는 2025 교육체제를 강조하는 게 3선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냐는 질문에 “그런 시선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순수하게 봐 달라. 2025년 체제 변화의 주도적 역할을 조희연이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며 “3선 (도전)은 적절한 시점에서 말씀을 드리겠다. 여러 상황이 있어 지금 답을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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