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여영국 대표와 배진교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6월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대회에 참석해 ‘차별금지법, 이제 국회의 시간'이라는 문구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별금지법’에서
‘학력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 대상에서 사실상 빼자는 의견을 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지탄을 받은 교육부가 논란이 불거진 지 3주 만에 “입법 취지에 공감하며 이견 없음”으로 수정한 의견을 국회와 법무부 등에 제출했다.
14일 교육부가 공개한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새 검토 의견을 보면, 성별, 성적지향, 학력, 인종 등 차별금지 사유를 구체적으로 열거한 제3조 1항에 대해 “학력 부분과 관련해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차별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하므로 금지대상 차별의 범위에 학력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이견이 없다”고 썼다. 또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로 인한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하는 차별금지법의 입법 취지에 공감한다”는 표현도 추가됐다.
기존 교육부의 차별금지법 검토 의견(왼쪽)과 14일 나온 새 검토 의견. ‘신중검토’에서 ‘이견없음’으로 수정됐다.
앞서 교육부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의 제3조 1항에 대해 삭제 의견이나 마찬가지인 ‘신중 검토’ 의견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법무부에 지난해 7월과 9월 각각 제출한 바 있다. “학력은 개인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상당 부분 성취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합리적 차별 요소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게 이유였다. 이 사실이 지난달 2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뒤늦게 드러나면서 교육계 안팎에서 교육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교육 불평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를 시정해야 할 책임이 있는 교육부가 환경적 요인은 외면한 채 “누구나 능력 있고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는 식의 능력주의를 반영한 의견을 냈다는 점에서 비판의 강도는 더 세졌다.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온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대 국회 때 검토 의견이 그대로 다시 제출되면서 생긴 일”이라며 “(기존 검토 의견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앞서 국회 대정부질문 당시에도 “학력을 합리적 차별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교육부의 입장을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다만 교육부는 차별로 보지 않는 예외 사유를 다룬 제3조 2항에는 ‘보완 필요’ 의견을 냈다. 교육부는 예외 사유의 예시로 교육기관의 입학 때 정상적인 학업수행을 위해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 국가자격 등의 취득을 위해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 등을 들었다.
교육부가 뒤늦게 입장을 선회하면서도 ‘보완 필요’ 의견을 덧붙인 것에 대해 장 의원은 입법 취지를 고려했을 때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장 의원은 “(교육부의) 우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차별금지법의 차별에 대한 진정과 판단 절차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하게 되어 있고 ‘합리적 이유에 의한 차별’ 역시 인권위 진정 과정에서 논의될 텐데 차별금지 예외 사유를 구체화하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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