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가 27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10가지 정책을 요구했다. 사진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제공
#1.
서울의 한 특성화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ㄱ양은 코로나19 이후 직접 등교해 실습 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별로 없다. 특정 분야의 현장 실무 능력을 배우기 위해 특성화고에 입학했는데, 온라인 수업으로는 실무 능력을 키울 기회가 적었다. 교육비를 따로 내고 듣는 방과후학교 실습 교육은 정규 수업에서 배워야 할 내용을 뒤늦게 따라가는 수준에 그쳤다. “1학년은 물론이고 2학년 학생들도 실습의 기초나 이론을 모르는 학생들이 태반이에요. 이러다 보니 3학년들도 취업에 차질이 생기는데, 정부나 학교에서 따로 취업에 대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고졸 취업지원센터와 같은 지원이 더 확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
경북여자상업고 3학년인 조서빈(18)양은 입학 뒤 지금까지 15개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한다.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자격증은 취업에 있어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격증 취득에는 노력만 필요한 게 아니었다.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때마다 비용이 3만~5만원씩 들었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서 쓰는 학생들한텐 큰 부담이었고, 부모님께 용돈을 받는 것조차 힘든 친구들에겐 좌절감을 줬어요. 학원비와 자격증 시험 응시 비용을 마련하고자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도 있어요. 이렇게 준비를 했는데, 저희는 매번 ‘고졸 1명 채용’ 문구를 보며 좌절합니다.”
1년 6개월째 이어지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실습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특성화고 학생들이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에게 맞춤형 교육정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는 27일 온라인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학생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정책’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기준 전국의 특성화고는 모두 489곳이고, 특성화고에 다니는 학생은 21만2294명으로 전체 고등학교 학생(133만7312명)의 15.9%에 이른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정책은 ‘자격증 비용 지원 제도’이었다. 1003명 가운데 18%(183명)가 이 답을 택했다. 경남의 한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최인경양은 “올해부터 토익과 대한상공회의소 취득 자격증 등의 원서 접수 가격이 올라 불만이 크다”며 “정부 차원에서 자격증 경비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취업난 지원을 위한 단기 일자리, 구직활동 지원금’(10%, 102명), ‘지역별 고졸취업지원센터 설치와 운영’(9%, 86명), ‘현장실습생도 도제반 학습근로자와 같이 근로자성 인정’(8%, 82명) 등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다. ‘공공부문 고졸 채용 비율 20% 추진’을 해달라는 요구(6%, 62명)도 포함됐다.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는 이번 요구조사 결과를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전달해 구체적인 정책 실현을 당부할 계획이다. 연합회는 “이번 요구 사항들을 후보들에게 직접 전달하고, 특성화고등학생의 현실이 실제로 바뀔 수 있도록 지속해서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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