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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돌봄의 질’ 개선…강제성은 없어 시도 교육청 의지 관건

등록 2021-08-04 18:19수정 2021-08-05 02:43

내년 초등 돌봄교실 저녁 7시까지
맞벌이 학부모 “돌봄공백 줄어”
노조 “전담사 중심 체계 긍정적”
교육청 구체방안 마련 과제
교원단체는 “학교교사 부담늘어”
지난해 12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제주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는 모습.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공.
지난해 12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제주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는 모습.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공.

학부모와 돌봄전담사들은 교육부가 4일 발표한 ‘초등 돌봄교실 운영 개선방안’이 현존하는 돌봄공백을 메워주는 데다 돌봄교실 내실화도 기대해볼 만하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다만 운영권한을 지닌 시·도교육청이 이번 방안을 어떻게 현장에 안착시킬지가 성패의 관건이다.

학부모들은 우선 돌봄공백에 대한 대안이 나온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다.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교육부가 현재 수요의 흐름을 잘 파악했다고 본다”며 “여태까지는 현실적 노동시간과 견줘 볼 때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시간에 한계가 있었는데, 그걸 개편한 것 같다”고 짚었다. 초등학교 2학년을 키우는 서울의 한 맞벌이 학부모도 돌봄시간 연장에 환영 뜻을 비쳤다. 그는 “퇴근 시간이 오후 6시라 돌봄이 끝나는 오후 5시에 아이를 직접 데리러 가지 못해 태권도 학원에 보냈었다”며 “저녁 7시까지로 운영시간이 늘어나면 아이를 사교육으로 돌려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학부모들은 늘어난 운영시간만큼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해 돌봄교실 내실화를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도 이날 논평을 내어 “돌봄시간 확대에 발맞춘 활동과 놀이 중심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학생을 위한 돌봄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해 11월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했던 돌봄전담사 노동조합도 돌봄전담사의 적정 근무시간을 확보하도록 하고 운영시간에서 돌봄시간과 행정업무 시간을 분리해서 책정한 점 등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했다. 박성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돌봄전담사 중심의 돌봄 행정 지원체계를 구축해서 돌봄전담사의 지위와 역할을 향상하고, 학교 돌봄의 안정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그동안 시·도 교육청들이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면 ‘지적은 타당하나 예산이 없다’고 핑계를 댔는데, 이번에 교육부가 총액 인건비 지원 등을 약속했으니 이젠 교육청들의 의지만 지켜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개선방안의 이행은 시·도 교육감의 의지에 달려 있어 교육부 의도대로 현장에 안착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돌봄노조 쪽은 행정업무를 제외한 돌봄 운영시간까지만 근무시간이 연장되거나, 인력 충원이 제대로 되지 않을까 봐 우려했다. 이럴 경우 교사의 행정업무만 돌봄전담사에게 떠밀려오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최은희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국장은 “교육부가 발표했어도 강제성이 없는 탓에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돌봄노조가 주장하는 상시 전일제 근무를 추진하기 위한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교육부가 상시 전일제 근무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이는 시·도 교육청의 교육 자치를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재 충북도교육청은 상시 전일제를 정책 방향으로 확정했고, 경남도교육청도 노사 간 논의 중인 것처럼, 모든 교육청이 상시 전일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조속하게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교원단체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내어 “교육과 돌봄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은 무시한 채, 학교 돌봄을 더 늘리고 심지어 교육청 주관으로 생색내기용 거점 돌봄기관까지 운영하겠다니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논평을 내어 “(이번 방안은) 교사에게서 돌봄 업무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명시되지 않았다. 교사는 수업연구와 학생 지도 등 본연의 업무인 교육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은 이유진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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