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아빠 찬스’ 써 임용 합격했던 교사, ‘엄마 찬스’로 교장까지 노렸다

등록 2021-08-09 06:55수정 2021-08-09 11:13

교장-학교법인 이사장 부부 딸, 9년 전 부정 채용 적발 후 사표
같은 법인 여고 재취업 뒤 교장 추천…논란되자 임용 신청 취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부모가 학교법인 이사장과 교장으로 있던 고등학교에 교사로 부정채용됐다가 9년 전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된 이사장의 딸이 이번에는 기간제 교사 신분으로 교장 임용 승인신청을 냈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신청을 철회한 일이 발생했다.

8일 서울시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학교법인 ㄷ학원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법인이 운영하는 서울 ㄷ여고에서 2017년부터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있는 ㅈ씨를 교장에 임용하기로 했다며 서울시교육청에 교장 임용 승인신청서를 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인 교원자격검정령을 보면, 사립학교에 교장으로 임용되려면 교직 경력이 9년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사회는 ㅈ씨가 ㄷ학원 산하 ㄷ여자정보산업고에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재직한 경력을 포함해 자격을 갖췄다고 밝혔다.

문제는 ㅈ씨가 현 이사장의 딸인 데다, ㄷ여자정보산업고에 채용될 때 당시 교장이던 아버지에 의해 부정채용됐다가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된 이력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2012년 10월22일부터 11월2일까지 서울시교육청을 종합감사한 결과를 보면, 당시 ㄷ여자정보산업고 교장은 자녀 ㅈ씨가 영어교사 채용시험에 응시해 필기시험에서는 23명 가운데 22위를 기록하자, 직접 면접시험과 공개수업 등에 참여해 최고점수를 부여한 뒤 ㅈ씨를 교사로 최종 임용했다. 이 사실을 적발한 교육부는 학교법인에 교장을 중징계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교장은 이미 퇴임한 뒤여서 중징계 처분을 받지 않았고, ㅈ씨도 별다른 징계없이 2013년 사표를 내고 의원면직 처리됐다.

ㅈ씨는 이후 다른 일을 하다 2017년부터 다시 ㄷ여고의 기간제 교사로 채용됐다. 그러다 이번에는 이사장인 어머니의 힘을 등에 업고 ㄷ여고 교장에 추천된 것이다.

사립학교법에도 이사장 딸인 ㅈ씨의 교장 임용을 막기에는 빈틈이 있었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의 이사장과 직계존비속인 사람은 학교장에 임명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도, 유보조항으로 이사 정수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고 관할청이 승인할 경우 가능하다는 항목이 있다.

서울 ㄷ여고. 다음 로드뷰 갈무리
서울 ㄷ여고. 다음 로드뷰 갈무리
<한겨레>가 입수한 지난달 28일 ㄷ학원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이 학원 이사장 ㄱ씨는 회의 초반 “ㄷ여고 교장이 8월31일 정년퇴직 예정이다. 이에 영어과 ㅈ씨를 교장자격인정 신청자로 선정하고자 한다”며 “ㅈ씨는 다년간 우리 학교의 영어 교사로 재직했고, 미국 ㅁ주립대에서 국제교육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다문화 교육에 대한 이해도 높아 학교의 국제화를 추진하는 데 적임자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후 ㄱ씨는 “ㅈ씨와 저는 특수관계에 있으므로 안건 심의에 참여하지 않겠으니 ㅇ이사님께서 대신 안건 심의를 진행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한 뒤 회의실에서 나갔다. 그러자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이사 1명을 뺀 남은 이사 6명이 “ㅈ씨가 학교장으로서 학교의 국제화를 추진하기에 적임자로 생각된다”며 모두 찬성 의견을 내면서 이사 정수(8명)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한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사장의 직계존비속이 임용될 수 없다는 원칙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이전에 비슷한 상황에서 승인을 하지 않았을 때 소송에 걸리고 판결이 갈리는 상황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ㄷ법인은 ㅈ씨에 대한 교장 임용 승인신청 사실이 오마이뉴스 등에 보도되며 비판 여론이 일자 지난 5일 서울시교육청에 교장 임용 승인신청을 취소했다. 법인 쪽은 서울시교육청에 “국민들의 사회적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취소 사유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ㄷ여고 교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건 법인이 알아서 할 문제이고 나는 모른다. 내가 (대답)하면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교장 임용을 취소했지만 이후에도 ㅈ교사의 거취를 어떻게 할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지금 사회 분위기에서 용납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교장 임용을 신청했다는 건 이후에 어느 때라도 이런 문제가 재발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