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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완부’를 꿈꾸면 ‘완졸’은 불가능

등록 2021-08-16 16:40수정 2021-08-20 09:23

최이선의 ‘부모 연습장’

줄임말이 유행이다. 돌밥(돌아서면 밥),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등 재밌는 표현이 많다. 부모-자식 관계에서도 다양한 줄임말이 있다. 완졸(완벽한 졸업), 졸부(졸업한 부모), 완부(완벽한 부모) 등이다. 그중에서도 ‘완부’라는 말에 주목하고 싶다.

‘완부’ 즉 완벽한 부모란 소위 ‘엄친아’를 키워낸, 중산층을 지향하는 부모가 아닐까 싶다. 우리 아이를 공부 잘하게 해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일류대를 보내고 외모도 멋지게 만들어서 선남선녀로 키우고, 결혼도 남부럽지 않은 좋은 집안과 결혼시키는, 뭐 이런 것을 꿈꾸는 부모 말이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좋은 교육을 시키며 명문 대학에 보내려고 애쓰는 것 같다.

점점 아이를 닦달하고 옆집 아이랑 비교한다. 아이의 마음속에 상처는 점점 커진다. 가족 안에서 갈등이 생기고 서로를 흠집 내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아이들 마음속에는 상처가 생기고 마음의 병이 자란다. 게티이미지뱅크
점점 아이를 닦달하고 옆집 아이랑 비교한다. 아이의 마음속에 상처는 점점 커진다. 가족 안에서 갈등이 생기고 서로를 흠집 내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아이들 마음속에는 상처가 생기고 마음의 병이 자란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러다 보니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사랑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교육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예민한 사춘기인데도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타지로 쉽게 보내지고, 남의 집에서 홈스테이하면서 여러 아이와 함께 생활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다행히 자녀들이 학업 및 발달 과업을 잘 해내면 다행이지만, 지지부진한 결과를 만들어 내면 부모도 자녀에게 ‘패배자’라는 낙인을 찍게 되고 자녀 스스로도 자신에게 ‘루저’라는 낙인을 새기게 된다.

부모들도 할 말은 많다. 부모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너무나도 열심히 살아온 세월이 있다. 대기업의 임원이 되기 위해 얼마나 자기 자신을 채찍질했는지,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얼마나 부단히 견뎌내는지, 듣다 보면 절로 힘듦이 느껴진다. 맞벌이로 열심히 일하지만 나아지는 것은 조그마한 불빛의 비침 정도일 뿐이다. 희망이라고 생각한 자녀가 학업을 잘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면 열불이 난다. 삶의 희망도 없어진다.

점점 아이를 닦달하고 옆집 아이랑 비교한다. 아이의 마음속에 상처는 점점 커진다. 이것이 우리네 삶의 모습이다. 가족 안에서 갈등이 생기고 서로를 흠집 내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아이들 마음속에는 상처가 생기고 마음의 병이 자란다. 자신을 향해 공부 못하는 애, 어울리지 못하는 애, 언제든 왕따당할 수 있는 애로 자신을 공격한다. 특히 비대면 시대를 살아가면서 더더욱 서로 소통하는 방법을 경험하지 못하고 사회성을 키우기도 어렵다.

그래도 시간이 가고 이러저러한 일을 겪으면서 자녀들은 어른이 된다. 그리고 독립할 준비를 한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완졸’의 순간이다.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말이다.

성인이 된 자녀들은 또 고민하기 시작한다. 학업으로 닦달하며 아이를 타지로 보냈던 부모가, 다시 대학 성적을 묻고 사귀는 친구나 애인은 어떤 집안인지, 들어간 회사의 상사는 자녀를 괴롭히지 않는지 또 촉각을 세우고 관여와 간섭을 한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다.” 이 말 속에 자녀의 독립은 점점 멀어져간다.

부모 되기는 생각보다 어렵고 힘든 일이다. ‘완부’를 꿈꾸면 ‘완졸’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줄임말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정작 줄여야 할 것은 말이 아니라 부모의 불안과 욕심이다. 이제 부모-자식 관계의 기본이 무엇인지 다시 살펴보아야 할 시점이다.

최이선 닥터맘힐링연구소 소장·교육학(상담 및 교육심리) 박사

(*) 최이선 소장에게 묻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mamhealing@naver.com으로 보내주세요.
최이선 닥터맘힐링연구소 소장·교육학(상담 및 교육심리) 박사
최이선 닥터맘힐링연구소 소장·교육학(상담 및 교육심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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