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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사고 지정 취소’ 숭문고, 1심 승소에도 일반고 전환 결정

등록 2021-08-17 23:25수정 2021-08-17 23:27

8개 자사고 교육청 상대 1심 이겼지만
“학생충원 안돼” 자발적 전환 첫 사례

법원은 “취소 위법”…항소 진행중
조희연 “소모적 갈등 종식되길” 반겨
숭문고등학교 엠블럼. 숭문고 누리집 갈무리
숭문고등학교 엠블럼. 숭문고 누리집 갈무리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숭문고가 17일 학생 충원의 어려움과 교육 환경 변화를 고려해 일반고로의 전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자사고 지정취소처분 취소소송을 내어 승소한 서울 8개 학교 중 일반고로 전환하는 첫 사례다.

이날 숭문고는 일반고 전환 이유와 관련해 “학령인구 급감과 2013년 이후 지속 추진된 자사고 폐지 정책, 학생부 기재 간소화, 고교 프로파일 폐지, 고교 블라인드 전형을 근간으로 하는 대입 정책과 고교 전면 무상 교육 시행 등으로 자사고는 학생 충원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전형에서도 학년마다 미달이 되고 있으며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은 학생이 거의 충원되지 않아 재단에서 재정 결손을 충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숭문고는 또 지난 2015 개정 교육과정 시행과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는 교육 환경의 변화로 자사고의 차별화 지점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이 이뤄지면 굳이 자사고의 틀을 유지하지 않아도 숭문고가 추구하는 교육과정과 교육 활동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고 짚었다.

앞서 숭문고는 일반고 전환을 위해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10차례에 걸쳐 간담회와 총회를 개최했다. 이 논의와 관련해 1~2학년 학부모에게 의견을 물어 56%가 응답했는데, 그 중 80.4%가 긍정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숭문고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시교육청은 전환이 최종 확정될 경우 학교와 법인, 학부모, 교육청이 참여하는 ‘일반고 전환 협의체’를 구성해 안정적인 일반고 전환과 전환기 복합교육과정이 내실있게 운영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청과 소송 중인 숭문고의 일반고 전환을 계기로, 소송 중인 다른 자사고들도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을 종식하고 2025년 이전에 자발적인 일반고 전환을 통해 수평적 고교체제 속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을 실현하는 길에 동참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진행된 서울시교육청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에서 숭문고를 포함한 배재·세화·신일·중앙·경희·이대부·한대부고의 손을 들어주며 서울시교육청의 지정취소 판단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시교육청은 항소하겠다고 밝히며 법원에 사건 병합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병합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2개 학교씩 차례로 항소를 진행할 방침이었다”며 “하지만 8개 학교 중 숭문고와의 소송은 이번 전환 결정을 계기로 철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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