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중증장애인 입시성적조작 진주교대·교육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학년도 진주교대 특수교육 대상자 입학전형에서 지원학생이 시각장애 1급 중증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서류평가 점수가 하향 조작돼 합격선에서 밀려났다는 의혹이 교육부 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점수조작 의심 사례 5건을 추가로 발견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진주교대는 내년도 입학정원을 10% 감축하는 ‘철퇴’를 맞게 됐다. 이는 입시 부정과 관련해 대학에 부과할 수 있는 최대치의 제재다.
19일 교육부는 “진주교대 자체감사와 교육부 사안 조사 결과, 2018학년도 수시모집 당시 입학팀장이 입학사정관 ㄱ씨에게 중증장애인 ㄴ학생의 서류평가 점수를 낮추라고 여러 차례 지시를 내려 ㄴ학생의 점수가 부당하게 하향 조정됐다는 의혹은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의혹은 ㄱ씨가 지난 4월 한 언론을 통해 내부고발을 하면서 드러났는데, 교육부 조사에서는 ㄴ학생 말고도 서류평가 조작이 의심되는 사례가 5건 더 발견됐다. 또 지난 2019년 5월에 ㄱ씨가 당시 교무처장에게 “입학팀장이 시각장애 1급 학생의 1단계 서류평가 성적을 조작하라고 했다”고 알렸지만, 처장은 이후 적절한 후속 조처를 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중증장애 학생에 대해 “날려야 된다”…차별 적나라한 녹취록
<한겨레>가 확보한 관련 녹취록을 종합하면, 지난 2017년 9월25일 당시 입학팀장 박아무개씨는 “시각 1급 이런 건 안 된다. 장애등급 높은 것, 그 다음에 중증”이라고 말하며, 입학사정관이던 ㄱ씨에게 해당 내용을 메모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같은해 10월19일에는 시각장애 1급인 ㄴ학생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880(점)에서 700(점)으로 만들어 가지고 편차를 만들어 줘. ㄴ학생만 880에서”라며 구체적으로 서류평가 점수조작을 지시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녹취록과 관련자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입학팀장 박씨가 독립성이 보장되는 서류평가위원인 ㄱ씨를 하급자로 대하며 여러 차례 부당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ㄴ학생은 이런 점수조작이 아니었다면 최초 합격자가 됐어야 했지만, 추가합격자 명단에 포함됐고 결국 다른 학교로 진학했다.
이 밖에도 녹취록엔 교대 입학전형 과정에서 장애의 중증도에 따른 편견과 차별이 어떠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특히 박씨는 국립교대의 입학팀장으로서 공정한 선발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도, “(중증장애 지원자는) 날려야 된다”고까지 말했다. 지난 2017년 10월25일 박씨는 입학사정관 ㄱ씨와의 대화에서 “(장애등급) 2급이 네 아이 선생이라고 생각해 봐라. 제대로 되겠나. 학부모 상담도 안 될 뿐더러 학급 관리도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ㄱ씨가 “내 가치관하고는 좀 (차이가 있다)”이라며 반대 뜻을 밝히자, 박씨는 “총장이 ‘과락 처리를 하라’ 어떻게 말을 하겠어. 그런데 늬앙스가 그냥 면접 때 처리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압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입학팀장 개인의 일탈을 넘어선 조직 차원의 장애인 차별이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주교대의 관리·감독 책임이 크다고 보고 2022학년도 총 입학정원의 10% 모집정지를 통보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34조와 제71조2에 따르면 대학의 일반전형 또는 특별전형이 불공정하게 운영된 경우 교육부는 총 입학정원의 10% 범위 안에서 모집정지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또 ㄱ씨의 제보를 묵살한 당시 교무처장에게는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경고’ 조처했다. 성적 조작을 지시한 입학팀장은 다른 교대로 자리를 옮긴 뒤 지난해 진주교대 건으로 경징계를 받고 올해 초 퇴직해 별도의 신분상 조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현재 ㄴ학생의 성적 조작과 관련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교육부는 “국립대 입시 전형에서 장애인 차별 행위가 발생했다는 점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전국 4년제 교원양성기관 특수교육 대상자 전형 운영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교대·사범대 입학단계부터 경증장애 위주 선발”…교사 육성 재점검을
장애교원 단체에서는 장애인 교원을 육성해서 교단생활을 지원하는 모든 단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김헌용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교육계에 장애인을 무능력한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만연해 있고 교·사대 입학 단계에서부터 최대한 경증 장애 위주로 뽑으려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국 장애 교원은 4500여명인데 이 가운데 중증장애인은 500명 남짓에 불과하다.
특수교육 대상자 입학전형이 있는 곳보다 그렇지 않은 교원양성기관이 훨씬 많은 점도 문제로 꼽혔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 교대와 사범대 127곳 가운데 2018학년도~2020학년도까지 3년간 장애학생을 뽑기 위한 특수교육 대상자 전형을 운영하지 않은 대학이 81곳으로 64%에 이른다. 김 위원장은 “진주교대 사건은 물론 용납할 수 없지만 애초에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장애학생을 위한 특별전형을 두지 않은 교·사대들은 더 비겁하다”며 “장애인의 교단 진입을 가장 조직적으로 배제하는 장치”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전국 시도교육청 장애인 공무원 고용률은 1.97%로, 의무고용률 3.4%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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