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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블라인드 채용, 학벌·성별 차별 줄였다

등록 2021-09-09 16:36수정 2021-09-10 02:37

공공기관 253곳 4년간 채용 분석
도입 2년반만에 의미있는 변화
SKY 출신 8%서 5.3%로 낮아져
여성비율은 34%서 39%로 증가
입사자 채용공정 신뢰도도 높아
2017년 7월5일 정부세종청사 노동부 제3 브리핑룸에서 열린 블라인드 채용 추진 방안 브리핑에서 설명 자료에 학력과 출신지 기재란이 빠진 이력서 예시안이 보인다. 연합뉴스
2017년 7월5일 정부세종청사 노동부 제3 브리핑룸에서 열린 블라인드 채용 추진 방안 브리핑에서 설명 자료에 학력과 출신지 기재란이 빠진 이력서 예시안이 보인다. 연합뉴스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에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된 지 2년 반 만에 서울대·연세대·고려대(SKY)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8%에서 5.3%로 떨어지고, 여성 채용 비율은 34%에서 39%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블라인드 채용 도입의 가장 근본적인 취지인 ‘성별 및 출신학교에 따른 채용의 공정성’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블라인드 채용은 출신학교·가족관계·성별 등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요소를 배제하고 직무능력 평가를 중심으로 채용 과정을 진행하는 제도다. <한겨레>는 2017년 ‘공공기관 부정채용 민낯’ 기획 기사에서 공공기관 313곳의 5년치 감사자료를 분석해 채용 과정의 부정과 차별 문제를 보도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같은 해 하반기부터 공공부문에서 블라인드 채용이 의무화됐다.

9일 재단법인 ‘교육의봄’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현황 파악’ 포럼을 열고 고용노동부의 ‘공정채용정책 현장실태 조사 및 정책이슈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전체 공공기관 340곳의 74%에 이르는 253곳의 2016~2019년 4년간 신규 채용 현황을 연구한 결과가 담겼다.

연구 결과를 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 비율은 제도 도입 전인 2016년 8%였다가 2019년 5.3%로 감소했다. 반면 비수도권 대학 출신 비율은 같은 기간 43.7%에서 53.1%로 증가했다. 여성 채용 비율도 늘었다. 2016년엔 기관당 평균 남성 25.6명·여성 13.2명을 뽑았다면, 2019년엔 남성 35.4명·여성 22.5명을 뽑았다. 이에 따라 2016년 34%였던 여성 채용 비율은 2019년 39%가 됐다.

비수도권 대학 출신 비율 증가는 블라인드 채용과 지방대육성법에 따른 ‘지역인재 할당제’ 도입의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공기관들은 블라인드 채용을 하되, 기관 소재지 대학 출신자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별도의 지역 인재 채용 인원을 할당한다. 연구를 수행한 사단법인 노동법연구소 해밀의 이수연 경남대 연구교수는 <한겨레>에 “비수도권 대학 출신 증가는 1차적으로는 블라인드 효과가 있고, 지역인재 의무 채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며 “여성 채용 비율 증가는 여성에 대한 특혜나 할당제 적용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채용 절차에 대한 신뢰도도 높았다. 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채용이 얼마나 공정한가를 물었더니 98.1%가 공정하다고 답했고, 신입 직원은 92.6%가 공정하다고 답했다. 채용 결과에 대해서도 인사 담당자 76.6%, 팀장급 상사 80.8%가 ‘만족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팀장급 상사 가운데 57.3%가 ‘블라인드 채용 도입 전후 입사한 직원 간에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직무에 적합한 인재가 채용돼 업무 능력이 향상됐다’(22.5%), ‘더 다양한 인재가 채용됐다’(16.6%), ‘학벌, 성별, 지연 등에 대한 편견이 줄었다’(13.8%)는 점을 꼽았다. ‘업무 능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9%에 불과했다.

최근 2년 이내 공공기관에 합격한 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비수도권 국립대 공학계열을 졸업한 ㄱ(29)씨는 10번의 탈락 끝에 한 공공기관에 합격했다. 사기업 취업은 일찌감치 포기한 터였다. 사기업 채용설명회에 가보면 ‘우리 회사는 여자를 잘 안 뽑는데 괜찮냐’는 질문부터 했기 때문이다. ㄱ씨는 “성별과 나이를 따지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이 합격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를 졸업하고 또 다른 공공기관에 합격한 ㄴ(30)씨 역시 “사기업 면접과정에서 나이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많이 느꼈다”며 “블라인드 채용이 아니었으면 불합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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