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충남 천안시에서 아버지의 동거녀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7시간 동안 갇혔다가 숨진 9살 ㄱ군은 가방에 갇혀있는 시각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에 출석한 것으로 기록됐다. 아버지의 동거녀는 담임교사와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아이는 건강하다”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 경기 용인시에서 이모·이모부의 폭행과 ‘물고문’으로 숨진 10살 ㄴ양은 지난해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했던 지난해 2학기 말에도 10여 차례 폭행과 학대가 있었지만 등교일수가 적었던 탓에 학교는 ㄴ양이 숨지고 나서야 학대 사실을 알게 됐다.
코로나19로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가 1년 만에 11.8%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지만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면서 주요 신고의무자인 교사들의 신고 건수는 35%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 2학기부터 전면등교가 본격화했지만, 여전히 비대면 수업을 하는 곳이 남아 있어 교육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6~2020년) 아동학대 관련 통계’를 보면,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지난해 3만8929건으로 2019년(3만8380건)과 크게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친부모와 계부모, 양부모 등 부모가 가해자인 사건이 지난해 2만5380건으로 2019년(2만2700건)에 견줘 11.8% 늘었다. 조부모 등 친인척에 의한 학대도 지난해 1661건으로 2019년(1332건)에 견줘 24.7% 늘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실제 긴급 지원 등을 나가보니 취약계층의 경우 집이 좁고 공간분리가 안 되는 데다 부모도 코로나로 인해 실직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아이들과 부딪히는 일이 늘어나고 체벌의 정도가 점점 세지다가 학대로 이어지는 사례들이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 초·중·고 교원의 신고건수는 지난해 3805건으로 2019년(5901건)에 견줘 35.5%나 줄었고, 역시 신고의무자인 어린이집 등에서 일하는 보육교직원의 신고건수도 지난해 182건으로 2019년(448건)에 견줘 59.4%나 줄었다. 비대면 수업 등으로 학교나 어린이집 교원들이 아이들의 피해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기회가 줄어든 탓이다. 국제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온라인 출석이나 전화상으로 아동의 안전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확인된 것”이라며 “학교의 폐쇄가 교육 공백뿐 아니라 아동의 안전과 돌봄 네트워크의 차단까지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전대원 실천교육교사모임 대변인도 “학생이 교사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려면 라포(감정적 신뢰)가 형성돼야 하는데 여기에는 절대적인 (대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아동복지전담공무원과 아동복지시설종사자의 신고건수는 2019년 200건, 337건에서 지난해 984건, 711건으로 크게 늘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인이 사건’ 등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면서 공무원들 사이에서 경각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교육당국의 아동학대 관련 지침은 코로나19 이후 학교 현장의 변화를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배포한 ‘아동학대 예방 학교용 가이드북’의 14가지 아동학대 징후 체크리스트를 보면, 항목 대부분이 ‘사고로 보이기에는 미심쩍은 멍이나 상처가 발생한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 청결하지 못한 외모를 보인다’ 등 모니터 상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외형적인 변화 항목들이었다.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아동학대 대응체계 보완 방안’에도 실질적인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대비한 가정방문 절차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 가정방문을 거절당할 경우 아동의 안전을 확인하는 추가 개입책도 마련해야 한다”며 “학교와 지방자치단체 간 학대 가정을 포함해 위기 가정에 대한 정보 공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학교와 수사기관의 협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날 제80회 총회를 열고 아동학대 사안으로 의심되는 경우 수사기관이 교육기관에 통지하도록 아동복지법 개정을 요구하기로 했다. 현재는 통지 의무 규정이 없어 교육기관이 아동학대 피해 학생을 보호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유진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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