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해줄 것도 많고 해줄 말도 많겠지만, 그 마음의 5분의 1 정도 수준으로 개입을 줄여야 한다고 봐요. 부모님이 평생 아이 운전석에 앉아 있을 수는 없잖아요.” 이병곤 제천간디학교 교장이 지난 8일 오후 충북 제천시 간디학교 교장실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제천/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개교 이후 23년 동안 당해연도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이 0%인 학교. 스스로 서고,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치는 곳. 졸업해도 학력 인정을 받지 못하는 비인가 학교. 그럼에도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곳. 충북 제천시 덕산면에 있는 제천간디학교다.
학교를 찾은 지난 8일은 마침 ‘열린 수요일’이었다. 매주 수요일은 교사에게 가르침을 받는 대신에 학생들이 스스로 하고픈 일을 찾아서 하는 자율수업 시간이다. 무엇을 하든 자유이며, 어디에 있든 자율이다. 도서관에서 책 읽는 아이, 강당에서 피아노 치는 아이, 운동장에서 축구와 농구를 하는 아이, 컴퓨터실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아이, 음식 작업장에서 요리하는 아이, 교실에서 글 쓰는 아이. 학교 카페에서 삼삼오오 모여 얘기하는 아이, 교실 한복판에서 이불을 안고 잠을 보충하는 아이, 면 소재지에 있는 마을공동체 공간인 ‘마실’에 간 아이 등 각자가 자기 시간을 오롯이 소유하고 있었다. 교장 선생이 불쑥 나타나도 반갑게 인사만 할 뿐 자신의 시간을 멈추거나 내주지 않았다. 잠자기도 물론 중단되지 않았다. 이병곤(56·이하 호칭 생략) 교장도 아이들을 조금도 방해하지 않았다.
사실 이 학교에서는 교장이 거의 안 보인다. 교사 채용과 신입생 모집, 수업 배정 등을 하는 교사회의, 학교 규칙을 정하는 가족회의의 좌장은 교장이 아니라 교사대표와 학생회장이다. 교장은 회의 참석자 중 한 명일 뿐이다. 교장실 문에도 ‘이병곤’ 이름 석자만 있다. 학생이나 선생들이 부르는 호칭도 ‘교장 선생님’이 아니라 ‘곤쌤’ 또는 별명인 ‘곤블리’다. 하지만, 교장은 어디에나 있다. 선생들은 늦은 밤에도 그를 불러내거나 집으로 찾아가며, 아이들은 수시로 ‘곤블도어’(교장실 문)를 두드린다. 교장실 안의 낮은 탁자 위에 빼곡한 그림과 글씨 등 이른바 낙서들은 아이들이 남긴 사랑과 존경의 징표다.
졸업 당해연도 대학 진학률이 설립 이후 줄곧 0%이지만, 제천간디학교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는 모두 행복해한다. 시험 대신 논문쓰기와 인턴십 제도 등으로 실력을 다진 학생들의 자부심은 강하다. 지난 8일 오후 이병곤(둘째 줄 오른쪽 둘째) 교장과 학생들이 학교 건물 계단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제천/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이번 토요일(11일)에 입학 설명회가 있던데 내년 신입생 모집도 잘 돼 가나요?
“90명이 참석을 신청했어요. 보통 부모와 아이 등 한 집에서 3명씩 오니까 가구 수로 따지면 대략 30가구 안팎이죠.”
―한 학년 정원이 20명 안팎이니까 탈락자가 나오겠네요.
“안타깝지만 매년 있죠. 아이들 2차 전형을 2박3일 동안 하고, 부모도 따로 면담하는 등 매우 까다롭게 선발합니다. 전학이나 편입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학생이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다른 가정의 학습 기회가 그만큼 빼앗기게 되잖아요.”
―가장 중요한 선발 기준은 뭐예요?
“대학 입학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인성과 공동체에 꼭 필요한 시민성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는 학교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아이의 입학 의지와 부모님의 교육 철학이 맞아떨어지는지도 보고요. 엄마와 아빠, 아이 세 축의 의견 일치를 보기가 사실 쉽지 않아요.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함께 잘 지낼 수 있을지도 되게 중요한 부분이죠. 예를 들면 지나친 경쟁심이나 폭력성이나 기타 등등 이런 것들이 있으면 안 되고요.”
―필기시험은 안 보지만, 학생이나 부모나 굉장히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입학할 수 있군요. 어릴 때 자기 진로를 선택한 경험은 인생에서 소중할 것 같아요.
“네. 저희가 대학 진학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습니다만. 졸업생들 가운데는 고교 검정고시를 마치고 대학을 가는 아이들이 매년 서너 명씩은 있어요. 아예 유학을 가는 친구들도 있는데 지금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에 가 있는 친구도 있어요. 서울에 있는 한 대학의 총학생회장을 했던 친구도 있고요.”
제천간디학교는 2002년 산청간디학교(1997년 출범)의 중학교 과정이 분리·이전하면서 덕산면에 자리잡았다. 2005년부터는 고교 과정을 신설해 중·고 통합과정 6년의 명실상부한 대안학교가 됐다. 민주주의와 공동체, 생태 등 간디 정신을 따르는 이 학교는 교육과정이나 운영 방식이 독특하다. 1학년에서 4학년까지는 나이 차가 나는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통합 학급을 운영하며, 3~4학년은 필수 과정으로 음식 만들기와 목공, 농사 등 작업장 교육을 받는다. 또 3학년 때는 논문을 쓴다. 논문의 주제나 소재는 글쓰기뿐 아니라 음악 연주나 그림 등 다양하다.
2019년 논문 발표 때 친구를 응원하는 학생들. 제천간디학교 누리집
제천간디학교의 매주 수요일은 학생들이 각자 하고픈 것을 찾아서 하는 자율수업일이다. 한 학생이 자율수업의 일환으로 지난 8일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도서관 관리도 학생회 간부들이 담당한다. 제천/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중학교 1학년부터 고교 1학년에 해당하는 아이들을 한 반에 모으는 것은 이점이 있어서일 텐데요?
“예전에는 4~5학년을 통합반으로 했었는데 해보니까 나이를 낮추는 게 낫다는 판단이 나왔어요.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는 지적인 영향과 자극도 중요하지만, 관계 역량이 큰 도움을 줍니다. 100명이 같이 산다고 해서 100명이 다 서로 친한 게 아니라 각자 주변에 친한 그룹들이 몇몇 있죠. 그런데 학년 중심일 때는 관계 역량의 확산이 좀 안 되더라고요.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서로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 때 더 효과적이거든요. 그래서 좀 인위적으로라도 고루 섞이게 할 필요성을 선생님들이 많이 느꼈죠. 다만, 이것은 기초 교육, 회의와 성찰할 수 있는 능력, 협업 능력을 키우는 게 목표예요. 지적인 교과를 함께 가르칠 수는 물론 없고요. 그것은 선택형 수업으로 각자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죠.”
―통합 학급에 대한 아이들의 만족도는 어때요?
“1학년과 2학년들은 대체로 통합반에 대해서 75에서 80점의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요. 3, 4학년은 60점 정도가 나와요. 1, 2학년은 형들이나 오빠, 누나, 언니들한테 도움을 많이 받는 거죠. 그리고 고학년이 되면 조금 지루한 면도 있고요. 그래서 그 정도 선에서 밸런스를 유지합니다.”
―논문쓰기는 아이들이 힘들어하지 않나요?
“교과시험이 없는 대신에 중학교 3학년쯤 되면 글쓰기와 생각하기 그리고 자신의 어떤 능력에 대한 확인을 아이들이 받고 싶어 해요. 그런 요소들을 통합할 수 있는 게 논문쓰기죠. 물론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교육과정 중 하나인데 지내놓고 나면 가장 뿌듯해하죠. 조사를 해보면 중등과정 3년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게 논문쓰기라고 해요.”
―두번째로 영향을 받는 것은 뭐래요?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 시간을 모두 할애하는 작업장이라고 대답한 아이들이 많아요. 자신의 손과 발, 머리를 움직여서 노동의 전체 사이클을 한번 해보는 경험을 갖는 시간이죠. 거기서 만들어진 생산물을 나누는 방식도 스스로 결정을 하는데 그러한 작업장 회의를 통해 민주주의도 자연스레 배우거든요. 생활기술 작업장의 경우는 재작년에, 지난해에는 코로나 때문에 못 했지만, 혼자 사는 어르신 집을 찾아서 겨울철 방풍 작업을 했어요. 시공을 하면서 툇마루에 앉아 계신 할아버지한테 마을의 역사 등에 대한 산 공부를 했죠. 그러면서 농촌의 현실과 문제점 등에 대한 감각을 배우는 거죠. 농사 작업장은 한 15분 정도 학교에서 걸어가야 있는데 아이들이 수업이 없는 때에 자기가 키우는 거 보러 가는 거예요. 그런 걸 보면서 지적인 교과 못지않게 정서적 자극을 줄 수 있는 작업장 교육이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느껴요.”
―제3자의 눈에는 그런 교육은 한가하게 보일 겁니다.(웃음) 왜 공부 안 가르치고 작업 시간을 많이 배정하느냐고 항의하는 부모나 아이는 없어요?
“그건 없어요. 교육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동의를 하고 왔으니까요. 저희는 자본주의 사회에 필요한 노동력을 갖춰주려고 아이들을 키워내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발달 수준과 호기심 속도에 맞춰서 교육을 제공하고 있어요. 그게 진짜 공부죠. 또 정보기술이 발달한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 중심의 교육이기도 하고요.”
농사작업장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는 학생들. 제천간디학교 누리집
2019년 가을 김장김치를 하고 있는 학생들. 제천간디학교 누리집
―보통은 미래 사회에 대비하려면 외국어도 능통하고, 과학과 수학 등의 개별 지식을 많이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간디학교는 그런 교육 방향이 아닌데 미래 사회에 더 적합하다고요?
“네.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아이들의 능력은 어려움을 당했을 때 협력해서 풀어내는 능력, 창의력, 나랑 어울리기 힘든 사람하고도 함께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것이에요. 근데 그런 능력은 지금과 같은 시험제도와 경쟁 교육 제도로 키워지기는 되게 힘들어요. 지금 교육 시스템에서는 경쟁을 하면 할수록 뭔가 뒤처지고 밀려나는 듯한 자괴감 내지는 자기부정적인 인식들만 쌓이잖아요.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 세상이 완전히 변했기에 이제는 그렇게 변화된 환경에서의 새로운 학습 능력이 좀 필요한 것 같아요. 그것은 결국 자기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와 작은 것 하나라도 성공하고 성취해낸 경험들이죠. 다수는 아니지만 대략 간디학교 졸업생의 10% 정도의 아이들이 외국어로 공부하는 지역에 있어요. 그건 뭘 말해주냐면 자기 필요와 자각으로, 다른 청소년들이 청소년기의 긴 기간 동안에 했던 일들을 짧게 마무리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간다는 의미거든요.”
―일반학교들이 다 입시에 올인하잖아요. 심지어 대안학교들도 그런 곳이 많고요. 고립된 느낌도 들 것 같아요.
“그런 면도 있죠. 우리 생각이 확고하게, 과학적으로 증명된 신념은 아니잖아요. 다른 방식으로 다르게 성장할 수 있는 아이들이 여기 와서 이런 우리의 철학 때문에 혹시 성장을 방해받는 건 아닐까라는 의심은 항상 있지요. 그러면서도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 하나 정도는 있어야 되지 않을까, 본인의 목표가 대학 진학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 줄 알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뭔가를 발견하면서, 설령 발견 못하더라도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학교가 하나 정도는 어딘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해요.”
제천간디학교의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는 매년 초에 이뤄지는 비폭력 서약식이다. 이병곤 교장이 지난 8일 비폭력 캠페인 게시판 앞에 서 있다. 제천/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교장실 입구 문에 붙어 있는 메모지. 학생들과 교장의 정겨운 필담이 일상적으로 펼쳐진다. 제천/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이병곤은 교육학을 전공한 교육전문가다. 고려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으며, 런던대학교 교육연구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유학 가기 전 교육 월간지인 <우리교육>에서 3년 동안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귀국 뒤에는 광명시평생학습원장과 경기도교육연구원 전문연구원으로 일했다. 2017년 초부터 제3대 제천간디학교 교장을 맡고 있으며, 구성원들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여 올해 초 두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교육 문제는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이나 문화 등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지만, 부모들의 초조감이나 불안감이 부채질하는 면도 많은 것 같아요. 좋게 말하면 교육열이기도 하지만요.
“네, 맞아요. 어찌 보면 집단사고일 수도 있죠. 근데 그 집단이 국가나 전체 사회인 데 비해 개인의 생활이나 경험 세계가 좁다 보니까 나라 바깥을 상상하기가 되게 어렵죠. 결국 주어진 시스템 안에서 최적화된 전략을 각 가정마다 짜는 거죠. 그 바깥을 상상하고, 바깥에서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저는 대안학교의 역할이라고 믿어요. 그렇게까지 아이들을 압박하지 않아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는 부모들의 행복한 성공담 같은 것들이 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대부분의 부모들은 교육 불안증에 시달리고 있죠. 대안학교에 못 보내더라도 아이를 어떻게 대하고 키우면 좋을까요?
“청소년기에 자녀와 부모 사이에 발생하는 문제는 대개 부모가 아이들한테 관심을 덜 기울여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관심으로 지나치게 아이의 삶에 개입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 같아요. 저는 흔히 이런 표현을 써요. ‘아주 깊은 애정이 담긴 무관심’이 필요하다고요. 참 힘들기는 한데, 애정을 갖고 지켜보면서 아이들이 숨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게 부모 역할인 것 같아요. 초등생과 중등생 부모가 조금 다를 수는 있는데요, 특히 중고등생일수록 부모님 입장에서는 해줄 것도 많고 해줄 말도 많겠지만, 그 마음의 5분의 1 정도 수준으로 개입을 줄여야 한다고 봐요. 아이가 주도적으로 뭔가를 끌어가기를 원한다면 정말 자제해야 해요. 그래야 아이의 자생력이 생겨나거든요. 운전면허로 비유를 들면, 우리가 면허증을 따고 운전에 익숙해지기까지는 도로주행을 할 때 몇 번의 사고 위험이 있잖아요. 그걸 겪지 않으면 능숙한 운전자가 되기 힘들죠. 그것처럼 아이가 스스로 일을 감당하게끔 하지 않으면 평생 부모님이 아이 운전석에 앉아 계셔야 돼요. 그만한 불행이 없잖아요. 그것을 막으려면 아이들의 시간과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 줘야 해요. 그런 방식이 우리 시대에 가장 현명한 양육이 아닐까 생각해요.”
―선생님은 아이들 키울 때 그런 원칙을 지켰겠죠?
“그대로 하려고 했는데 제대로 못 했어요. 우선 아내하고 의견 일치를 보기가 어려웠고요. 그리고 제가 바깥일에 바빠서 아이들과 보내는 절대 시간이 모자랐어요. 미안하고 아쉽죠.”
이병곤의 큰아이는 운동에 관심이 있어서 사격부가 있는 고등학교에 갔고, 작은아이는 예고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지금은 둘 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하고 있다.
―자녀 교육은 누구에게나 어렵군요. 아이들과 같이 있을 때 가장 중점을 둔 건 뭐였어요? 친밀감 확보인가요?
“친밀감이기도 한데, 뭔가를 더 많이 해주려고 하기보다는 애들이 싫어하는 걸 안 하려고 했어요. 특히 청소년기에는 반복된 잔소리를 되게 싫어하니까 잔소리를 안 하려고 애썼어요. 자기들 일에 간섭하거나 관여하지도 않았고요. 대신 책 등 텍스트를 가까이할 수 있도록 여러 신경을 썼어요. 다행히 큰 녀석은 <한겨레21>이나 <시사인> 같은 시사잡지를 많이 봤어요. 읽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저한테 물어보기도 하고요. 텍스트를 해석하고 내면화하는 능력은 되게 중요해요. 독서는 단순히 언어 교육이나 국어 교육이라기보다는 다른 형태의 학습으로 건너가기 위한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거든요. 학습 능력에는 수리력이나 공간 지각력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언어 능력이야말로 모든 학습의 기초죠. 아이들이 가정에서 책 등 텍스트를 가까이하도록 이끌기만 해도 부모로서는 정말 엄청난 업적을 이루는 겁니다.”
제천간디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자기 식판에 먹을 만큼의 음식을 담고 있다. 식사 뒤에는 각자 식기를 깨끗이 씻은 뒤 학생회 당번에게 청결 검사를 받는다. 식판은 졸업 때 기념품으로 가져간다. 제천/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충북 제천시 덕산면 제천간디학교 입구에서 바라본 학교 전경. 제천/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대안학교는 교육 실험과 혁신의 전초기지다. 실제로 경기도의 혁신학교나 서울시교육청이 시행하고 있는 고교 1년 과정의 오디세이학교는 제천간디학교 등 대안학교를 모델로 삼은 부분이 많다. 일반학교들도 대안학교가 실천적으로 증명한 프로젝트 수업 등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그러나 교사 모집과 학교 운영에서 자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비인가’를 고수하는 대안학교들은 비인가라는 이유로 공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교사들의 헌신과 학부모들의 뒷받침만으로 교육의 최일선을 걷고 있다. 제천간디학교의 학비는 매달 82만원(기본학비 47만원+생활관비 35만원)이며, 초임 교사 급여는 법정 최저임금에 겨우 맞추고 있다. 이병곤이 인터뷰 말미에 강조한 말이 귓가에 오래 남았다.
“대안학교 현장의 현재가 공교육의 멀지 않은 미래라고 늘 생각해 왔어요. 그것은 대안교육의 역사를 공부하면 바로 나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옆에 와 있는 미래를 잘 들여다보고, 협력할 수 있는 것들을 손 내밀어서 함께 가면 좋겠어요. 그게 우리 아이들을 살리고, 우리 사회의 교육적인 진보를 위해서 한 걸음 내딛는 일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천/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녹취 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