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9일 오전 폐교된 전북 남원 광치동 서남대학교 공학동 토질실험실 기자재들이 널부러져 있다. 남원/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벚꽃 피는 순서, 즉 서울에서 먼 대학부터 문을 닫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최근 5년 동안 지방 사립대의 교비회계 수입총액이 4.3%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수도권 대학은 1.7% 감소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등록금 수입만 비교했을 땐 지방 사립대는 7.1% 감소한 반면,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 소재 사립대는 되레 0.3% 증가했다. 학벌주의와 지리적 이점을 등에 업은 수도권 사립대가 상대적으로 건재한 가운데, 지방에서는 내실있는 사립대마저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는 점점 더 재정운용이 어려워지고 있다.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4년제 지방 사립대 85곳의 교비회계 수입총액은 2015년 8조673억원에서 2020년 7조5632억원으로 4.3%(5041억원) 줄었다. 교비회계 수입은 크게 등록금 수입과 국고보조금, 법인 전입금 수입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수입총액에서 등록금(입학금 및 수업료) 수입만 떼서 보면 감소폭은 7.1%(3120억원)로 더 커진다.
반면 4년제 수도권 사립대 60곳의 수입총액은 2015년 10조5827억원에서 지난해 10조4381억원으로 1.7%(1446억원) 줄어드는데 그쳤다. 등록금 수입은 인천·경기 소재 사립대 27곳은 2.7% 줄었지만 서울 소재 사립대 33곳은 되레 0.3%(130억원) 늘어났다. 누적 적립금 역시 서울 소재 사립대는 2015년 대비 1.1%(488억원)가 늘어났다. 같은 기간 지방 사립대는 적립금을 인출해 쓰느라 6.8%(1818억원) 줄었다.
이런 결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지방대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정부 당시 대학 정원 감축분(6만여명)의 76.7%가 지방대에 쏠렸고, 4년제 대학의 수도권 입학인원 비중은 2015년 36.6%에서 올해 40.4%로 높아졌다. 여기에 재학생의 중도이탈도 늘어나는 가운데, 특히 올해를 기점으로 대학입학 학령인구가 입학정원에 미달하기 시작하면서 지방대들은 대규모 미충원 사태를 겪었다. 올해 대학 미충원 인원(4만586명)의 75%(3만458명)가 지방대에 분포해 있어, 지방대 재정 위기는 내년에 더욱 가시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문제는 지방 사립대의 등록금 수입의 감소가 학생들의 교육 여건 악화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사립대 수입의 등록금 의존율이 53.7%에 달하고 등록금 수입 대부분을 인건비로 지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방 사립대에서는 전임교원이 퇴직해도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뽑더라도 상대적으로 지위가 불안정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뽑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윤영덕 의원은 “지방 사립대의 급격한 몰락은 ‘옥석 가리기’마저 어렵게 만들 것이며, 수도권 대학만의 생존은 고등교육의 기형화이자 퇴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역량있는 지방 사립대를 살리려면, 국고 보조금 중에서도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를 통한 일반재정지원 규모를 크게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고 보조금(6조3438억원) 가운데 산학협력단회계 보조금이 51%, 학생에게 지급되는 국가장학금 비중이 32%로 전체의 83%에 달했다. 일반재정지원은 17%가량에 불과하다. 황희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산학협력단 국고보조금의 72.3%(서울 60.6%, 인천·경기 11.6%)가 수도권 대학 몫으로 편중 현상이 심각하므로, 이를 줄이고 대신 상대적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고르게 배분되는 일반재정지원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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