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치러진 2022학년도 수시모집 논술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학교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치러진 ‘문·이과 첫 통합’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난이도가 논란이다. 까다로운 문제가 적지 않아 변별력을 확보한 수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특히 수능 출제기관 및 교사들의 분석과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 사이의 간극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을 2년째 겪은 올해 고3 수험생의 ‘누적된 학습 결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고3은 코로나19 1년차인 지난해 여러 차례 개학 연기 끝에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했다. 올해는 매일 등교했지만 지난해 결손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감은 “고등학교는 2학년 때 심화학습을 가장 많이 하고 고3때는 문제풀이에 집중한다. 2학년때 기초를 제대로 다지지 않았다면 문제를 한번만 꼬아도 당황하면서 체감 난이도가 확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어 영역의 경우 지난해와 비슷한 난이도라는 전문가들의 평가에도, 정작 학생들은 ‘불수능’을 넘어 ‘용암수능’이라고까지 부르며 난이도가 높았다고 호소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문 길이를 짧게하는 등 평이하게 내려고 한 노력이 보이긴 한다”면서도 “짧은 지문 안에 읽어내야 할 정보량은 똑같고 지문을 줄이면서 쉬워질까봐 문제를 꼬아 출제하는 바람에 학생들은 더 어려워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채점을 마친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시 전형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가채점 결과마저 예년에 견줘보면 예측 정확도가 떨어진다. 국어와 수학은 올해 처음 ‘공통과목+선택과목’ 형태로 출제됐다. 선택과목별 유불리를 줄이기 위해 선택과목 응시생 집단별 공통과목 점수를 토대로 선택과목 조정원점수를 다시 계산한 뒤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산출될 예정이기 때문에, 섣불리 점수를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매년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등급컷(등급별 커트라인)’을 발표해 온 입시업체도 올해는 분석에 자신이 없는 모양새다. 학교 진학지도도 입시업체 분석도 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고액의 입시 컨설팅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이만기 소장은 “입시가 혼란스럽다보니 대치동 정시 입시 컨설턴트 사이에서는 상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과 입시업체들은 “가채점 결과로 섣불리 낙담하지 말고, 일단 수시 전형에 집중하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 영등포구 한 고교의 교사는 “정시 상향 지원을 노리는 상위권 학생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논술, 면접 등 수시 전형을 마무리 짓고 나서 12월10일 수능 점수가 발표된 이후에 정시 전략을 짜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만기 소장 역시 “입시업체의 ‘등급컷’은 당초 발표보다 내려갈 수도 있다. 가채점 결과로 수능 최저 기준을 충족 못하더라도 논술 등 수시 전형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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