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17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에서 열린 2022학년도 대입 정시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가 자료를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2022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서강대 인문계 모집단위에 교차지원한 이과생이 60%에 이르는 등 서울 주요 대학 인문계열 학과의 ‘이과생 교차지원’이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처음으로 문·이과 통합으로 치러지면서, 수학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이과생들이 대거 ‘명문대 문과’에 지원한 것이다.
16일 <한겨레>가 각 대학 입학처 정시 원서접수 현황 분석 자료를 입수한 결과, 22학년도 수능에서 수학영역 선택과목으로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한 학생이 인문계 모집단위에 지원한 비율이 서강대 60%, 중앙대 56%, 서울시립대 55%, 동국대 28%, 성균관대 25.5%, 한국외대 15% 등으로 나타났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에 따라 고교에서는 문·이과 구분을 하지 않지만 통상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하면 이과생, 확률과통계를 선택하면 문과생으로 분류된다. 서강대 관계자는 “21학년도 정시까지는 이과생의 인문계 교차지원 비율이 3분의1(33%)가량 됐는데, 올해는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22학년도 서울대 정시 일반전형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최초 합격자 현황을 통해, 합격자 486명 가운데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학생이 44.4%(216명)임이 확인된 바 있다. 하지만 국공립대가 아닌 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사립대의 이과생 교차지원 및 합격자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겨레>는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서울 지역 고3 및 재수생 3163명(이과생은 1852명)의 실제 정시지원 사례 9120건을 취합한 자료도 입수했다. 이 가운데 서울 주요 대학 22곳 인문계열에 지원한 1630건을 대상으로 이과생 교차지원 비율을 분석한 결과, 한양대 74.5%(47건), 연세대 69.6%(103건), 경희대 65.9%(85건), 건국대 60.6%(67건), 서울대 60%(25건), 고려대 45%(62건) 등으로 나타났다.
연구회 소속 장지환 교사(서울 배재고)는 “정시 지원은 지역보다 서울이 많고, 서울에서도 정시에 관심이 많은 강남이나 상위권 학교들 위주로 사례가 취합된 점 등을 감안하면, 전국 수험생을 모수로 하는 실제 이과생 교차지원 비율은 이보다는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회가 분석한 이과생 교차지원 비율을 보면, 서강대 80.3%(62건), 서울시립대 80%(30건), 중앙대 69.3%(183건)로, 각 대학 입학처가 전국 지원자를 종합한 비율보다 각각 20.3%포인트, 25%포인트, 13.3%포인트 높았다. 서울 학군지의 이과생들이 주요 대학 인문계열에 더 많이 몰렸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교차지원 규모를 두고 입시 전문가조차 ‘이 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연구회 소속 이재영 교사(서울 면목고)는 “서울시교육청 진학지원단으로 활동하며 외부에 정시 상담을 나가보니 예년과 달리 자연계열 지망 학생들이 준비해온 3~4개 희망 대학·학과 가운데 인문계열이 하나씩은 꼭 끼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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