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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빠의 독박육아, 아이와 친해지는 지름길

등록 2022-03-14 21:08수정 2022-04-05 14:49

연재 | MZ 아빠의 육아일기
두 아이와 놀고 있는 최현욱씨.  사진 최현욱씨 제공
두 아이와 놀고 있는 최현욱씨. 사진 최현욱씨 제공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가끔 서운할 때가 있다. 아이가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아빠를 밀치고 쪼르르 엄마 품으로 달려가거나, 마음속 이야기를 엄마 귀에만 소곤소곤 이야기할 때 특히 그렇다. 내가 육아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것도 아니고,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데도 말이다. 그럴 때마다 ‘아빠는 어쩔 수 없는 2인자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우연찮은 기회로 아이와 빠르게 친해지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바로 독박육아다.

아내는 둘째가 태어나고 첫돌이 되기까지의 시기를 자기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말한다. 동생의 등장과 함께 엄마에게 더 매달리는 첫째, 젖 달라고 우는 둘째, 늦게 퇴근하는 남편…. 멘탈이 붕괴될 수밖에 없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잠시나마 아내를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뿐이었다. 주말이 되면 잠깐이라도 아내에게 바람을 쐬고 올 것을 권했다.

아내가 밖으로 나가면 그때부터 육아는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걱정하지 말라며 아내를 내보냈으니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물을 수도 없었다. ‘뭐부터 해야 하지?’, ‘아내 없이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돌봤다.

감사하게도 아이들은 생각보다 빨리 아빠의 독박육아에 적응했다. 처음에는 엄마가 나가기만 해도 울음을 터뜨렸지만 금세 엄마의 외출을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에게 안기기 시작했다. 엄마가 나가 있는 동안은 내가 1순위였던 것이다.

아내가 옆에 없으니 육아에 필요한 기술도 금세 익힐 수 있었다. 집 안에 있는 각종 육아용품 위치는 물론 딸아이 머리 묶는 법도 잘 알게 되었다. 요리 실력도 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아내가 옆에 있었다면 분명 아내에게 의지하려고 했을 텐데 아내가 옆에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도적인 육아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육아에 자신감이 붙은 후에는 바깥나들이를 즐겼다. 산에 오르고, 공연을 보고, 1박2일 여행에도 성공했다. 더 이상 아이를 혼자 보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고, 그렇게 차곡차곡 쌓은 소중한 추억은 아이와 나 사이를 더욱더 끈끈하게 연결해주었다.

엄마에게만 안겼던 우리 아이들은 이제 기분이 나빠도 아빠에게 잘 안기고, 속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육아에 고생하는 아내는 밖에서 잠시나마 시간을 보낸 후 밝은 표정으로 집에 들어온다. 아내가 기분 좋게 들어오면 나도 잠깐 아이를 맡기고 편히 쉰다. 독박육아 덕분이다. 글·사진 최현욱 <85년생 요즘 아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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