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받은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의 첫번째 의무는 산업 인재 공급”이라고 질책한 지 하루 만에, 교육부가 서울과 수도권 반도체 관련 학과의 정원 확대를 검토하고 나섰다. 산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사안이긴 하나, 학령인구 감소로 가뜩이나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의 급격한 몰락과 수도권 대학 비대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8일 교육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학부 이상 대학에서 반도체 관련 인력을 산업계에서 원하는 만큼 키워내야 하는데 대학에 대한 규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며 “지금보다 파격적인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대학들의 반도체 등 첨단분야 학과 입학 정원이 순증하게 되는가’라는 질문에도 “순증이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 차관은 “수도권 대학 정원 총량규제 안에서 반도체 학과 정원을 증원할 지, 정원 규제를 받지 않는 계약학과를 추가적으로 만들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계약학과는 산업체가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과 채용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학위과정으로, 가령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세대, 성균관대, 고려대, 서강대, 포스텍, 카이스트 등 7개 대학과 반도체 계약학과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관련 학과에 한해서 1~2학년때 자퇴 등으로 생긴 결손인원(편입학 여석)을 일부 활용해 입학 정원을 늘리되, 재학생수는 유지시키는 방식을 허용한 바 있다. 장 차관의 이날 발언은 이 방식을 넘어 순수하게 정원 증원까지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계약학과가 아닌 일반 반도체 학과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총량 규제를 받고 있는데, 교육부 내부에서는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 총량 자체를 늘리거나,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을 통한 특례조항 신설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조만간 양산에 돌입하는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시제품에 사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기조는 대통령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이어져왔다. 인수위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는 내년 반도체 특성화대학과 분야별로 전문화한 반도체대학원을 지정하고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확대를 검토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이 가운데 반도체학과 등 첨단산업 관련 학과 정원 확대는 산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과제다. 기존 7개 대학 계약학과의 2023학년도 반도체 학과 신입생 모집 인원은 360명이다. 입학 후 선발되는 서울대 연합전공 인공지능반도체공학부 80명을 합하면 440명 수준이다. 반도체 학과까지 포함하면 입학 정원은 약 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반면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업계 최소 인력을 기준으로 2020년 반도체 업계에서 1621명이 부족하다고 집계했고, 올해부터 10년간 3만명이 부족할 것이란 업계 전망도 나온다.
장 차관은 “지방(대학)에서 사람을 뺏어간다는 건 오해”라고 선을 그었지만, 교육계에서는 결국 지방대 위기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반도체 계약학과를 보면, 대개 수도권 대학에 집중되어 있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계약학과는 대기업이 장학금도 주고 채용계약을 약속하는 건데, 대기업은 수도권 주요대학 중심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수도권 주요대학 규제완화로, 지방대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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