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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업성취도평가 자율이라더니…부산·강원·제주 교육청 ‘강제’ 움직임

등록 2022-08-28 14:18수정 2022-08-29 16:52

올해부터 3% 표집대상 아니라도
희망하는 학교는 자율 참여 가능
부산·강원 등 “모든 학교 필수” 강요
“사교육으로 내몰 것” 우려 나와
6월13일 서울의 한 대형서점을 찾은 시민이 국어 문제집을 살피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6월13일 서울의 한 대형서점을 찾은 시민이 국어 문제집을 살피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올해부터 전국 초·중·고교에서 원할 경우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 평가’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가운데, 부산·강원·제주 등 일부 교육청에서 관내 모든 학교에 참여를 강제해 교육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과거 과도한 성적 경쟁을 부추겨 학교 현장을 파행으로 몰고 간 일제고사(전수평가 방식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폐해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2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10일 관내 전체 초·중·고교에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필수로 신청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7월22일 보낸 첫 공문에서는 ‘희망 학교 신청'이라고 적혀있었으나 필수 신청으로 지침을 바뀌었다. 지침 변경 사유는 ‘교육감 공약 이행’으로 보수 성향의 하윤수 새 부산시교육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도교육청도 올해는 학교 의사에 따라 치르되 내년부터는 관내 모든 학교가 참여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강원도교육청은 오는 11월부터 관내 모든 초4~중3을 대상으로 ‘강원형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해 국어·수학·영어 성취도를 측정할 예정이다. 부산, 제주, 강원은 6월1일 전국 시·도 교육감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현직 교육감이 떨어지고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새로 뽑힌 지역이다.

지난 10일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와 관련해 부산시교육청이 관내 전체 초·중·고교에 보낸 공문.
지난 10일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와 관련해 부산시교육청이 관내 전체 초·중·고교에 보낸 공문.
앞서 지난해 교육부는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코로나발 학력 저하가 확인되자 중3 및 고3 대상 3% 표집평가는 유지하되, 올해부터 표집대상이 아니라도 희망하는 학교가 있다면 평가시행 날짜, 응시 교과 등을 학급 단위로 신청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러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의 경우 평가대상에 올해부터 초6을 추가하고 2024년부터는 초3부터 고2까지 모든 학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당시 교육부는 참여 여부는 ‘자율’이며 평가결과는 학생·학부모·교사만 활용하도록 해 평가 결과를 통한 서열화를 차단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 역시 22일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에 나와 해당 평가에 대해 “자율적 참여를 기반으로 하며 강제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세종, 전남, 광주 등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있는 지역과 보수 성향의 임태희 교육감이 있는 경기도에서는 교육부 방침대로 학교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일부 교육청이 일선 학교의 참여를 강제해 사실상 ‘전수 평가’를 치르겠다고 나서자 교육청과 교원단체 간 법적 다툼까지 일어날 조짐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10조는 학업성취도평가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교육부 장관이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부는 자율이라고 하는데 교육감이 평가 참여를 강제하는 것은 직권남용”이라며 형사고발을 예고했다.

반면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급마다 평가 내용과 시기가 다른 데다 성취율이 안내되는 것이지 점수를 매기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서열화 우려는 과도하다”며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공교육 차원에서 맞춤형 학습 등을 통한 학력신장과 진학 지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완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 역시 “현행법상 교육감의 평가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고 초·중등교육법 제7조에는 교육감의 장학지도권을 명시하고 있다”며 부산시교육청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서열화를 조장하는 등 문제가 생기면 교육부가 나서서 해당 교육청을 지도감독하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지역 교육계에서는 전수 평가가 학력 신장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학생들의 학업스트레스만 키우고 이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곽경애 참교육학부모회 강원지부장은 “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전 학년, 전 학생을 대상으로 시험을 쳐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담임교사 역량으로 학생마다 모자란 점과 키워야 할 점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교사노동조합 역시 지난달 낸 성명서에서 “일제식 고사가 학력을 신장한다는 단편적인 정책은 전세계적 교육 추세에 완전히 반대되는 형태로, 교육방식 10년의 퇴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강진희 부산학부모연대 공동대표는 “(교육당국은 줄세우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과거 일제고사를 기억하는 교사나 학교가 자칫 경쟁을 부추기진 않을까 우려가 된다”며 “또 평가 이후 (학력 신장을) 어떻게 할 지가 중요한데, 학교가 적절한 피드백을 주지 않으면 학부모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뛰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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