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한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6월9일 오전 서울 신촌로 종로학원 강북본원에서 수험생들이 1교시 국어영역 시험을 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오는 11월17일 치러지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응시자 가운데 재수생 비율이 30%를 넘을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1997학년도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시에 견줘 재도전이 용이한 정시모집 비율의 확대, 2022학년도 대입부터 도입된 문·이과 통합 수능의 나비효과 등이 재수생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8일 종로학원이 최근 10년간 6월 수능 모의평가와 본수능의 재학생·재수생 응시자(원서접수 기준) 비율 등을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를 종합하면, 2023학년도 수능에는 재학생 35만9900명과 재수생 16만1400명 등 모두 52만1300명이 응시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전망대로라면 재수생 비율은 31%로, 1997학년도 33.9% 이후 최고 수준이다. 수능 응시생 3명 가운데 1명은 재수생인 셈이다. 재수생 비율이 30%를 넘긴 경우는 1994학년도 2차(33.8%), 1995학년도(38.9%), 1996학년도(37.3%). 1997학년도(33.9%), 1998학년도(30.7%), 2001년(30.8%) 등 6차례로 대부분 수능 도입 초기였다.
통상 모의평가에 견줘 본수능에서 재수생 비율이 올라간다. 2021학년도의 경우 6월과 9월 모의평가의 재수생 비율이 각각 13.8%, 16%였지만 본수능에서는 29.7%까지 올라갔다. 올해 6월과 9월 모의평가의 재수생 비율은 각각 16.1%, 18.9%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모의평가 접수 인원 통계 발표를 시작한 2012학년도 이후 최대 규모다.
재수생 증가는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 선발 비중 증가와 문·이과 통합 수능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서울지역 대학의 2023학년도 정시모집 비중은 39%로, 2015학년도(40.9%) 이후 가장 높다. 지난해 처음으로 치러진 문·이과 통합 수능에서는 이과생들이 강세를 보이며, 교차지원이 늘어 인문계열 경쟁률이 올라가는 등 문과생들이 입시에 상대적으로 불리했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시 비율이 높아진 2010년대 이후에는 재수생 비율이 20%대를 유지해 오다, 서울 소재 대학 정시비율이 2020학년도 30.8%에서 2023학년도 39%까지 늘어나면서 재수생이 증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합 수능으로 이과생이 강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입시에서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문과생과 교차지원으로 문과로 간 이과생 가운데 적응을 못 한 학생 등이 재수에 도전하는 것 역시 재수생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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