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확산되며 논란이 되고 있는 충남 홍성군 소재 한 학교의 수업 모습. <한겨레> 영상 갈무리
충남의 한 중학교 수업 시간에 학생이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폰을 하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며 교권 침해 실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장 교사들은 교권 침해 행위를 제지할 제도적 수단이 부족한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충남 홍성군 한 중학교 수업 도중 학생이 교단에 누워 휴대폰을 보는 약 20초짜리 영상이 확산되고 있다. 영상 뒷부분에는 다른 학생이 윗옷을 벗고 수업을 듣는 모습도 나온다. “이게 맞는 행동이냐”고 묻거나 욕설을 하는 학생의 목소리도 등장한다.
충남도교육청과 학교 쪽 설명을 들어보면, 교단에 누운 학생 영상은 지난 26일 촬영됐다. 해당 학생은 판서 중인 교사 밑에서 휴대폰을 충전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틱톡’을 구경 중이었고, 영상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후 교사 지시에 응해 교단에서 내려갔다고 한다. 교육청 관계자는 윗옷을 벗은 학생 영상은 지난 19일 촬영된 것으로 영상 속 학생은 농구를 하고 들어와 땀을 식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학교는 내달 초 교단에 누운 학생, 윗옷을 벗은 학생, 수업시간에 휴대폰으로 이들을 촬영한 학생에 대해 교권보호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또 교단에 누운 학생이 휴대폰으로 교사를 촬영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학생 동의를 구해 경찰에 수사의뢰를 한 상태다. 해당 교사는 학생의 징계를 원치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을 계기로 교권 보호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교사들은 교권 침해 행위를 제지할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어 자칫하다간 교사가 아동학대 신고를 당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고등학교 교사인 장승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위원은 30일 <한겨레>에 “교권이 침해될 때 교사가 할 수 있는 조치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아 잘못되면 교사 개인이 상황을 다 책임져야 한다. 교육적 권한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도 29일 성명에서 “훈육 과정에서 물리적·정신적 충돌이 생길 경우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는 점까지 생각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각급 학교에 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하고 학교장이 교육활동 침해로 피해를 입은 교원의 치유와 교권 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규정되어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8일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학생이 교권침해 행위를 했을 때 교권보호위원회의 처분을 학생부에 기록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사교육 시장에 의존하는 교육 환경에서 공교육이 주변화돼 학교와 교사의 권위가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 위원은 “사교육 시장이 커지면서 학교와 교사가 갖는 위치도 많이 달라졌다”며 “학교는 더 이상 전인적 교육의 장이 아니고 교사의 역할도 학생들의 입시를 도와주는 정도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사에게 기대하는 바가 배움이나 성장이 아닌 시험에 유리한 정보를 얻는 게 되어버리면서 도덕적 권위가 떨어진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을 두고 학생 인권과 교권을 대립시키는 쪽으로 논의가 나아가서는 안 된다며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고등학교 교사인 전대원 실천교육교사모임 대변인은 “영상 속 학생의 행위를 두고 교권침해가 아니라고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교권과 학생 인권을 대립해 바라보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대변인은 “학생들을 때리지 않는 등의 조치가 교사들의 교권을 해치는 것은 아니”라며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마음은 자신의 권리에 대한 존중과 함께 간다는 걸 가르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순희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충남지부장은 “해당 교실에서 교칙으로 정한 학교생활규정이 지켜지는 분위기였는지 의문”이라며 “학교에서도 학생에게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분해 지도하고, 학생과 교사 모두 학교생활규정 등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