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소녀 나모>는 <허클베리핀의 모험>을 연상시킨다. 강을 따라 떠나는 모험담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주인공이 부모 없는 고아라는 점도 서로 닮았다.
그러나 백인 소년(허클베리핀)이 흑인 노예를 긍휼히 여기는 미국의 이야기와 백인들의 식민지 지배 흔적이 남겨진 땅에 사는 흑인 소녀(나모)의 아프리카 이야기는 전혀 다른 울림을 준다. 미시시피 강의 낭만이 무센게지 강에는 없다. 오직 강렬한 생명 의지가 서로 충돌하고 맞선다.
나모의 엄마는 표범에 물려 죽었고 아빠는 마을 사람들을 죽이고는 먼 곳으로 떠났다. 나모의 마을에선 전염병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11살 소녀 나모는 어린 시절의 모험심이 아니라 ‘삶’ 그 자체를 위해 모잠비크를 떠나 짐바브웨로 향한다.
자유와 정체성을 찾는 흑인 소녀의 모험은 백인들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여느 번역동화와는 다르다. 흑인의 관점에서 흑인의 세계를 말한다. 홀로 자연과 싸우며 미지의 땅을 찾아가는 ‘프론티어’ 정신은 아프리카 흑인에 이르러 더욱 빛난다.
나모의 고민과 고뇌를 통해 아이들은 머나먼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이 우리의 그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절감한다. 삶의 본질은 언제나 ‘나’를 찾는 여행이며, 여기에는 반드시 치러야할 고통과 아픔이 있다.
지은이는 17년간의 아프리카 체류를 바탕으로 이 모험담을 써냈다. 나모의 이야기가 생생한 것은 아프리카의 사회·언어·관습·역사를 꿰뚫고 있는 지은이의 역량이 그대로 담긴 탓이다. 고학년, 낸시 파머 글, 김백리 옮김. 느림보/1만2000원.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