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0일 온라인에 올라온 한 코딩 학원 홍보글 갈무리.
“지난해 3월 검찰총장을 사퇴하고 정치 입문을 준비하던 시기에 주변에 알리지 않고 코딩학원에 다녔다.” “그때 충격을 받았다. 현장의 벽이 너무 높더라.” “학생들이 국가 지원으로 혜택을 받으면 좋겠다. 코딩 교육시간을 늘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때 했다.” (윤석열 대통령)
“사실 저도 코딩 학원을 좀 다녀봤는데요…” 9월14일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소속 의원들을 만난 윤석열 대통령은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난해 검찰총장을 사퇴하고 정치 입문을 준비하던 시기 코딩학원에 다녔다는 경험담을 풀어놨다. 언론은 윤 대통령이 코딩학원에 다녔다는 보도를 내놨고, 나흘 뒤인 9월18일 인천의 한 코딩 학원 온라인 홍보 글에는 이 기사를 갈무리한 사진이 붙었다.
해당 학원은 “코딩은 독학으로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기관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썼다. 9월20일에는 경북 구미의 코딩학원이 같은 기사를 인용한 뒤 “코딩 교육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보니 현 대통령이 코딩을 다녔다는 것이 기사로 날 정도”라고 홍보했다.
지난 8월22일 교육부가 ‘초·중학교 코딩교육 필수화’ 내용을 담은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초·중학교 정보교과 시수를 2배 이상 확대하고 중학교의 경우 시험도 치르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이후 학부모들 사이에선 코딩평가가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불투명해 ‘울며 겨자 먹기’로 사교육 시장에 발을 들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이후 실제로 일부 학원들은 윤 대통령의 발언까지 홍보에 활용하며 학부모들의 막연한 불안 심리를 파고들고 있다. 여기에 불법 교습활동 증가 우려까지 커지자 교육부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9월 2주간 코딩 학원·교습소 501곳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5일 교육부가 공개한 특별점검 결과를 보면, 86곳에서 154건의 불법 사항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등록말소(2건), 교습정지(3건), 과태료부과(22건·3200만원), 벌점·시정명령(73건), 행정지도(54건) 등의 처분이 내려졌다. 유형별로 보면, 교습비 관련 위반 건수가 46건으로 가장 많았다. 한 학원은 307분(한 달 기준)을 가르치고 9만5천원을 받는다고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240분만 가르치고 13만원을 받아 교습정지 14일에 과태료 100만원 처분을 받았다. 거짓·허위 광고로 벌점을 받은 학원 가운데는 대학 강사인 학원 강사를 대학교수로 부풀려 학생들을 유인한 곳도 있었다.
다만, 이번 특별점검으로는 윤 대통령 발언처럼 사실을 인용한 광고는 적발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학원법 제17조는 과대·거짓광고에 대해서만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게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이번 특별점검은 선제적 대응 차원으로, 향후 불법 행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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