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1일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10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시교육청 구성원들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가 2023년도 서울시교육청 예산을 5600억원가량 감액 의결한데 대해, 학교 운영에 차질을 초래하는 과도한 삭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원단체들은 “안전하고 건강하게 학습할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7일 서울시의회 예결위는 교육청이 당초 제출한 예산안 12조8915억원에서 5688억원을 삭감한 12조3227억원을 의결했다. 총 88개 사업에서 예산이 줄었는데, 학교 기본살림살이 운영을 위한 예산인 ‘학교기본운영비’ 삭감 규모가 가장 컸다. 교육청은 7557억원 예산안을 제출했지만 예결위는 1829억(약24%) 삭감해 5728억원을 의결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학교당 기본운영비는 5억2000만원이었는데 예결위가 삭감한 안은 4억5000만원으로, 학교당 7000만원이 삭감된 꼴”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조희연 교육감이 디지털 교육 전환을 위해 추진하던 스마트기기 지급 사업(디벗) 예산 923억원 △전자칠판 예산 1590억원 △혁신교육지구 예산 165억원 △안전 관련 예산인 ‘무석면 학교’ 검증 예산 5억8000만원은 전액 삭감됐다. 학교 화장실 불법촬영 예방 예산도 4억800만원에서 70%인 2억7000만원이 잘려나갔다. 시의회는 오는 16일 본회의를 열고 이같은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교원단체들은 냉·난방 등 학교 기본 시설 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학생 안전관리가 소홀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혜영 서울교사노조 대변인은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증액된 기본운영비 가운데 1829억원은 물가인상분에 학교 시설 개선 등을 위한 것인데 모두 삭감됐다”며 “지금도 학교기본운영비를 빠듯하게 사용하는데, 내년엔 기본적인 냉·난방 문제까지 걱정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이어 석면·불법촬영예방 예산이 삭감된데 대해 “예산 부족으로 석면 공사가 지연되면 학생들이 석면에 노출되는 시간도 그만큼 길어질 것”이라며 “(그동안 학교는 전문업체와의 용역계약을 통해 불법촬영 카메라를 점검했는데) 예산 삭감으로 학교 내부인의 형식적 조사에 그치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학생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며 “공교육에서 질 높게 운영되던 각종 교육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회 의원들과 서울시교육청도 강하게 반발한다. 특히 서울시의회 예결위가 예산을 삭감한 뒤 ‘부족하면 추경 편성을 요구하라’고한 데 대해 “모순적”이라는 반응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애초에 예결위에서 예산을 조정하면 되는데 이런 절차 없이 무조건 예산을 삭감하고 추경을 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8일 “일선 학교와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본회의에서 삭감된 예산안 처리를 저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서울시의회 112석 가운데 국민의힘이 76석으로 과반이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