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5일 교육부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반도체 산업 생태계와 인재수요’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내년부터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분야 전공 석·박사 신입생 정원이 1303명 늘어난다. 이렇게 증가한 입학 정원 약 80%(1037명)는 수도권 대학에 할당됐다.
29일 교육부는 “신기술 분야의 고급 인재양성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24개 대학, 69개 학과의 2023학년도 첨단분야 석·박사 정원을 석사 907명, 박사 396명 등 총 1303명 늘린다”고 밝혔다. 분야별로 보면 반도체가 621명으로 가장 많고, 소프트웨어(SW)·통신 341명, 기계·전자 117명, 에너지·신소재 115명, 생명(바이오) 109명 순이다. 기존에는 대학 설립·운영을 위한 4대 요건(교원, 교지, 교사, 수익용 기본재산)을 모두 충족해야만 대학원 석·박사 과정 신입생 정원을 늘릴 수 있었지만 교육부는 지난 8월과 10월 관련 규정을 손질해 첨단분야 전공에 한해서는 일정한 교원확보율 기준만 충족하면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대학별 정원 증가분을 보면 성균관대가 251명으로 가장 많이 늘었고, 서울시립대(161명) 가천대(130명) 국민대(85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 대학에서 1037명(79.6%), 비수도권 대학에서 266명(20.4%)이 늘었다. 교육부는 첨단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대학원 정원 조정 심사위원회를 꾸려 대학이 제출한 계획서를 심사했는데 심사
통과율은 수도권, 비수도권 대학이 50% 안팎으로 비슷했다. 비수도권 대학은 이미 정원 미달 문제를 겪고 있어 증원 신청 자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학생들이 취업이 보장된 반도체학과 등록마저 포기하고 의대로 향하고 있어, 인재양성을 위해선 추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종로학원이 최근 대학별 수시 추가합격 결과를 집계한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 취업이 가능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40명 모집에 29명이 추가 합격했고, 에스케이(SK)하이닉스 채용이 보장된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20명 모집에 12명이 추가 합격했다.
최초 합격자 10명 가운데 7명가량은 등록을 포기하고 그 자리를 추가 합격생들이 채운 셈이다. 종로학원은 “정부에서 반도체 관련 학과 육성정책을 발표했지만 의학계열 선호 현상을 꺾을 정도의 구체적인 정책 발표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입시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며 “단순히 정원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첨단분야 인재에 대한) 대우 등을 깊이 있게 고민해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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