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 들어간 송도 국제 학교
내국인 입학·국내학력 인정
시민단체 전국 확산 우려
“조기유학 대체효과” 시각도
내국인 입학·국내학력 인정
시민단체 전국 확산 우려
“조기유학 대체효과” 시각도
“국제학교인가, 귀족학교인가?”
2008년 9월 우리나라에 첫 ‘국제학교’가 들어선다. 8일 인천경제자유구역 안 송도지구에서 열린 송도 국제학교 착공식에선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안상수 인천시장,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 등이 참석해 국제학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송도 국제학교 외에 영종도 국제학교도 같은해에 나란히 문을 연다. 이들 국제학교는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하는 인천경제구역 안에 들어설 외국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자녀들을 위한 시설이다. 그러나 내국인 입학이 일정부분 허용되고 국내 대학 진학이 가능한 ‘국내 학력 인정’으로 인해 논란이 시작됐다. 국제학교는 대외적으론 한국의 개방·글로벌화의 상징으로 비치겠지만, 대내적으론 조기유학을 대신하는 형태의 귀족학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송도 국제학교의 설립 주체는 미국 부동산개발회사인 게일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70 대 30)의 합작사인 송도신도시개발유한회사다. 미국 명문 사립학교인 밀튼 아카데미(보스턴 근교)와 제휴해 교육 프로그램, 학생·교직원 교류 등을 해나갈 예정이다. 2만평 터에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2100명 규모로 운영된다. 첫해 350명으로 시작해 5년 안에 정원을 채우는 게 목표다.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며, 교사 1명당 학생 수는 10명 수준이다. 연간 학비는 2만달러 정도로 예상되나, 국제학교 쪽은 “동북아시아의 유명 사립 국제학교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종도에도 영국 노드 앵글리아 그룹의 국제학교가 48개 학급, 1056명 규모로 같은 시기에 세워진다. 노드 앵글리아 그룹은 영국에 12개의 사립학교와 상하이 등 세계 12곳에 국제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국제학교란, 비인가 교육시설인 기존 외국인학교(전국 44곳)와 달리, 내국인 입학과 국내 학력이 인정된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다만 인천·부산·광양 등 3곳의 경제자유구역 안에서만 설립가능하고, 내국인 비율도 외국인 학생의 10%(초기 5년은 30%)로 제한된다.
재경부는 국제학교의 ‘국내 학력’ 인정에 대해 “내국인 학생들을 배려한 것”이라며 “해외 조기유학 수요를 국내로 끌어들이는 효과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국제학교의 내국인 학생 수는 두 곳을 합쳐도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통틀어 315명, 학년당 24명선에 불과하다. 엄청난 조기유학 인원을 감안하면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라는 게 재경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국제학교에 들어가려는 내국인들의 경쟁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그렇게 되면 내국인 비율 상향조정, 추가 국제학교 설립 등의 요구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는 게 교육·시민단체들의 우려다. 자칫 외국인을 위한 국제학교가 내국인들을 위한 ‘국내용 국제학교’ 양산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이철호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부소장은 “국제학교는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라 기득권층에 대한 차별적 교육을 제도화하는 출발점”이라며 “정부가 어떤 식의 사회를 지향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재경부 담당과장은 이에 대해 “내국인 학생 수는 외국 학생 수에 연동돼 있어 무한정 늘어날 수 없다”며 “외국의 국제학교도 내국인 입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재경부 담당과장은 이에 대해 “내국인 학생 수는 외국 학생 수에 연동돼 있어 무한정 늘어날 수 없다”며 “외국의 국제학교도 내국인 입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