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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유엔, 한국에 ‘우려’ 서한…“학생인권조례 폐지, 국제기준에 반해”

등록 2023-01-31 17:16수정 2023-02-01 02:42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 관련 유엔 인권이사회
“차별 피해 보호구제 어떤지 제시하라” 요구해와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회원들이 2021년 3월4일 오전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 강력 촉구 기자회견'에서 성소수자 학생 보호와 지원을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회원들이 2021년 3월4일 오전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 강력 촉구 기자회견'에서 성소수자 학생 보호와 지원을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 인권이사회(HRC)가 서울·충남 등에서 일고 있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에 대해 성 소수자 차별을 금지한 국제 원칙을 어기는 시도라며 한국 정부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해 12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등은 일부 보수·종교단체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서울·충남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지방자치단체 의회에 주장하고,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성소수자 용어가 삭제되자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라며 유엔 인권이사회에 긴급진정을 냈다.

3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유엔 인권이사회는 대표적인 인권보호 제도인 ‘특별절차’를 거쳐 이달 25일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 국제인권기준, 특히 차별 금지 원칙에 반해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때문에 겪는 차별에 대한 보호를 축소하려는 시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절차는 유엔 교육권 특별보고관, 유엔 건강권 특별보고관, 유엔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에 관한 독립전문가, 여성차별실무그룹 의장 등 진정이 제기된 분야 전문가 4명이 특정 국가 및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조사를 진행해 해당 정부에 권고 등을 통해 인권 침해 문제를 공론화하고 개선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들은 서한에서 1990년 한국이 비준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에 “모든 사람이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에 근거한 차별 없이 협약에 의해 인정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할 법적 의무가 국가에 있다”는 규정이 있음을 상기시키도 했다. 이어 “국가 차원에서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피해에 대한 보호와 구제를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제시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특히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가 다른 (지자체) 학생인권 조례까지 폐지되는 길을 열까봐 두렵다”고 강조했다. 체벌과 소지품 검사, 두발 규제, 강제 야간 자율학습 등을 금지하는 서울학생인권조례는 2011년 12월19일 서울시의회에서 가결돼 2012년 1월26일 공포됐다.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한 학생인권 실태조사를 보면, 2015년 22.7%에 달했던 체벌·언어폭력 경험은 조례가 자리잡은 2019년 6.3%로 급감했다. 조례 제5조는 성별, 종교, 나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인종,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등을 비롯해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학생을 차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조례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이 2021년 마련한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최초로 성 소수자를 명시하고,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지원방안을 담았다.

학교에서 성 소수자 학생들이 겪는 차별·혐오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는 상황을 반영했다. 2021년 공개된 국가인권위원회의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중·고교를 다닌 경험이 있는 응답자 584명 가운데 수업 중 교사가 성 소수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들었다는 비율이 절반 이상(67%)였고, 5명 가운데 1명(21.3%)은 교사로부터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답했다. 또래 친구로부터 ‘아우팅’(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공개되는 것)을 당해도 이를 학교폭력으로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지난 11년 동안 폐지 위기를 수차례 넘겼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시절 당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하자 자신의 재심사(재의) 요구를 거부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청구, 대법원에 조례무효확인소송을 냈지만 전부 졌다. 이후에도 학교장·교사들이 성 소수자 인권 침해를 금지하는 제5조3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과 헌재 모두 각하 또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제5조3항으로 달성되는 공익이 매우 중대한 반면, 제한되는 표현은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는 표현으로 그 보호가치가 매우 낮다”(헌재, 2019년)는 것이다.

이날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한겨레>에 “(서한 내용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외교부를 통해 유엔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달라는 주민조례청구가 진행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내용을 담은 조례가 시의회에서 가결되면 이르면 올해 서울학생인권조례는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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