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구조개혁과 혁신 의지를 보인 지역대학 30곳을 선정해 대학당 5년간 총 1천억원씩을 지원하겠다는 지역대학 육성정책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구조개혁의 예로 국립대의 시·도립대 전환을 꼽았는데, 교육계에서는 지방 소멸을 막을 ‘최후의 보루’인 지역 국립대가 시·도립대로 전환될 경우 지역 여건에 따라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 집행 권한의 일부를 지자체로 이관하는 내용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구축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 계획의 일환으로 2027년까지 비수도권 지역에 30개 안팎의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선정해 5년간 대학당 1천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 부총리는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되려면 대학 스스로 쇄신과 혁신 의지를 교육부에 보여줘야 한다며 강조하며 국립대의 시·도립화를 대표적인 예로 언급했다. 이 부총리는 “국립대가 시·도립화를 하는 것은 큰 개혁으로 정부가 이를 강요하긴 어렵다”면서도 “특정 시·도는 지역 발전을 위해 (국립대의 시·도립대 전환을) 원하고 있다. 대학이 이에 부응한다면 교육부에서 1천억원의 지원이 같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재정지원을 미끼로 지역 국립대에서 손을 떼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부가 지방대 육성을 위해 내놓은 대책들은 국가가 더 이상 대학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자 지방소멸을 막고 지역을 지키는 지방 국립대학들에게서 손을 떼겠다는 선언”이라며 “지방 국립대가 시립대나 도립대로 전환해야 한해 200억원, 5년간 1천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결국 국립대를 지방자치단체가 떠안으라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급감 상황에서 정부로부터 균등한 재정 지원을 받아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지역 국립대를 시·도립대로 전환할 경우, 대학의 재정 상황이 악화돼 지방 소멸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국립대는 경상비나 인건비 같은 고정 경비를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지만 시·도립대는 지원 주체가 지자체”라며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가 많기 때문에 시·도립대로 전환하면 대학의 재정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지역별 여건에 따라 대학 간 재정 격차가 벌어질 것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역 국립대 총장들 역시 정부의 개혁 방향성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한 거점 국립대 총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금과 같은 대학 위기상황에서 정부가 지역 대학에 재정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하지만 국립대를 시·도립대로 전환하는 데 대해서는 아직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 7개 고등교육 관련 단체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이 부총리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었던) 이명박 정부 당시 국립대학법인화를 추진함으로써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시장에 떠넘기려 한 전력이 있다”며 “글로컬대학 선정이 당시와 다른 점은 국립대학을 시·도립대학으로 전환해 중앙 정부의 역할을 지자체로 떠넘겨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섣부른 제안에 비판이 계속되자 교육부도 선 긋기에 나섰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역과 대학 간 긴밀한 협력을 위해 시도립대 전환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일부 지자체에서 있었다”며 “이런 요구를 반영해 하나의 예시를 제시한 것이지, 모든 국립대를 시도립대로 전환하자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