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정부가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인상을 막을 제재 조처나 정책적 대안은 제시하지 않아 반쪽 경고라는 비판이 나온다.
8일 교육부는 ‘2023년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국가장학금으로 4조4447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 주어지는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 총액은 지난해와 동일한 3800억원으로 유지됐다. 최근 고물가로 등록금 인상률 법정 상한선(3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이 4.05%까지 높아져 등록금 인상이 국가장학금 Ⅱ 유형 지원을 받는 것보다 유리해졌음에도 등록금 동결을 위한 추가 유인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교육부는 이례적으로 등록금 인상은 부적절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고물가·고금리 등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가계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이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한다”며 “교육부 정책 기조에 동참하지 않고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부산교대와 진주교대, 동아대 등은 2023학년도 등록금을 3~4% 올리기로 결정했으며, 지난 5일 교육부 출입기자단 설문조사 결과 전국 4년제 대학 가운데 최소 30%가 올해~내년 사이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이날 발표한 2023학년도 대학 등록금 현황을 보면, 4년제 대학 191개교 중 12개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이 중 국공립대학은 8개교로 모두 교대다. 사립대는 동아대 등 4개교다.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을 막을 추가 대책을 내놓지 않은데 대해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가장학금 Ⅱ유형이 인상을 억제하는 유효한 수단으로 작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등록금 규제는 국민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교육부 차원에서만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현재 다른 제재 수단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거나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 예산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대학들은 등록금 수익과 국가장학금 지원 예산을 계산해보고 등록금을 인상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부가 이처럼 동결·인하 기조를 밝힌 것이 ‘오락가락’ 행보라는 비판도 있다. 앞서 장 차관은 지난해 6월 “정부에서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혀, 대학들에게 국가장학금 Ⅱ유형 연계를 통한 등록금 규제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장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제가 한 말을 등록금 동결·인하 기조로 대체하게 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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