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밤 8시까지 방과후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돌보는 ‘늘봄학교’를 2025년 전면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 박순애 서울대 교수가 줄줄이 낙마하고 92일 만에 이주호 장관이 임명되는 등 지난해 교육계는 교육부 수장 임명만으로도 시끄러운 한해를 보냈다. 올해도 연초부터 ‘유보 통합’ ‘늘봄학교 추진’ 등으로 교육 이슈가 연일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올 한해 주요 관심사가 될 교육계 이슈들을 정리해본다.
지난달 정부가 2025년부터 기존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새로운 통합기관으로 재설계하고 관리체계를 교육부로 일원화하는 ‘유보통합 추진 방안’을 내놓으면서 교육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관리하고 유치원은 교육부가 관리하는 현 시스템의 비효율성에 대해서는 지난 30년간 문제제기가 있었던 만큼, 유보 통합의 취지에 대해서는 학부모와 교육계에서는 동의하면서도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이번만큼은 이해관계자의 기득권 지키기에 휘둘리지 말고 영유아의 행복을 중심에 두고 정책을 추진해 반드시 유보통합을 이뤄내길 간절히 촉구한다”며 환영의 목소리를 냈고, 교총과 좋은교사운동은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반면,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과 전교조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 누리집에도 ‘현실성 없는 유보통합 반대에 관한 청원’이 공개돼 5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핵심적인 쟁점은 통합으로 인해 보육 교사와 유치원 교사의 자격이 동등해지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유치원 교사는 대학에서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교직과정을 이수하며 특히 국공립 교사는 임용고시를 봐야 하는 등 보육교사에 견줘 교사 자격 취득이 어렵기 때문에 논란이 있다. 올해 시행단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는지에 유보통합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정부가 2025년부터 전국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한 ‘늘봄학교’도 교육계의 핫 이슈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최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밤 8시까지 방과후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돌보는 ‘늘봄학교’를 오는 3월부터 전국 200개 학교에서 시범 운영한 뒤 2025년 전면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초등학교 단계에서 학교만 보내도 아이들이 보육과 질 높은 방과후 교육까지 받을 수 있겠다는 취지에 학부모들은 환영하는 가운데, 교사들은 교육에 이어 돌봄까지 학교가 맡게 되는 것에 우려하는 입장이 크다. 아무래도 이로 인한 행정업무, 학생 안전, 관련 민원 등의 책임 사항들이 줄줄이 학교와 교사 쪽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총과 전교조는 돌봄은 지자체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좋은교사운동은 “교육격차 해소, 학부모 양육 부담 경감, 사교육비 감소 등을 위해 늘봄학교를 추진하려는 도입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늘봄학교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재정과 인력 확보 및 학교 업무 경감을 위한 추가적 지원 등을 제안했다.
교육계 최대 화두는 학령인구 감소다. ‘지방대 벚꽃엔딩’이 현실화되고 있는 데 이어 서울에선 일반계고가 처음으로 학생 수 부족으로 올해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기로 결정하는 등 인구절벽은 교육계를 휘청이게 하는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맞춰 정부는 신규 임용 교원 수도 큰 폭으로 줄이고 있다. 2017년 800∼900명씩 뽑던 서울시교육청의 초등교사 임용은 100명대로 떨어졌다. 최근 10년간 교대 정원은 변화가 없는데 교사 임용 수는 급감하는 바람에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발령을 못 받는 대기자도 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9월 2023년 공립 교원 정원을 2982명 감축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교원단체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교총은 “학급당 학생 수 28명 이상인 과밀학급이 2021년 현재 초·중·고 전체 학급 중 23.2%인 5만4050학급에 달한다”며 “학생 수 감소라는 기계적 경제논리에만 매몰된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내달까지 중장기(2024∼2027년) 교원수급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원단체의 반발을 감안해 “교사 1인당 학생 수 단일지표 중심의 교원수급에서 나아가 지역 간 교육여건 격차 완화, 기초학력 보장, 디지털 인재양성 등 새로운 교육수요를 반영하겠다”고 밝혔으나, 감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서 교육대·사범대 입학생과 재학생뿐 아니라 현직 교사들에게도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초등학생이 교사에게 욕설을 하면서 위험한 물건을 집어던지고, 중학생이 교사를 수차례 때려 상해를 입히는 등 교권침해 사건이 잇따르자, 교육부가 지난해 말 ‘교권침해 조처사항의 학생기록부 기록’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교육부의 지난해 1학기 교권침해 심의 건수는 1596건으로 2학기 통계까지 취합될 경우 3000건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의 2662건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5월 전교조가 전국 교사 2513명을 상대로 벌인 ‘교권보장 정책 평가와 제도 개선을 위한 교사 의견조사’에서도 교사의 81%가 ‘현재 교권침해 수준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해 9월부터 의견 수렴을 시작해 12월 ‘학생부 기재’라는 최종 방안을 내놓았지만, 교총을 제외한 나머지 교원단체들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교총은 “심각해지는 교권 침해와 이로 인한 다수 학생의 학습권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환영했지만, 전교조는 “교육활동 침해 예방이라는 본래적 역할은 충족시키지 못한 채 사실상 ‘학생에 대한 위협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반대했고, 좋은교사운동도 “학교에서 교육을 지우고 학교를 사법 전쟁터로 만들 것”이라고 반대했다. 이 조처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국회에 계류 중인 교원지위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교육부와 교총은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학부모와 교사들의 반대도 심해 귀추가 주목된다.
교육부가 지난달 현행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시·도지사 후보가 교육감 후보를 지명하는 방식의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시·도지사와 교육감 협력을 강화해 행정 비효율을 줄이고, 비용도 많이 드는 직선제 부작용을 해소하겠다는 게 정부의 취지다. 교육감 직선제가 처음 실시된 2007년 이후 교육감 직선제의 부작용에 대한 지적과 폐지 움직임은 꾸준히 있어 왔고,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 시절 교육부는 헌법에 규정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침해 우려가 있다며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반대한 바 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현행 교육감 선거의 한계를 보완하고 지원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직선제를 임명제로 바꾸자고 선동하는 것은 유권자를 무시하는 행태이고 직권 남용이자 직무 유기”라고 비판했다.
러닝메이트제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국민의힘 쪽은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교육감 직선제 폐지 여부는 내년 총선 결과에 달려 있다.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되면, 시·도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는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아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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